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낮이 되자 그치고 햇볕이 난다.
검은 구름이 거칠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비는 더 올 것 같지 않다.
베트남으로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하고 방바닥에 몇 개 늘어놓고
차를 끌고 낙안으로 간다.
산에 올라 땀을 흘리고 금둔사 홍매를 보고, 온천에 들러 목욕하고 이발도 해야겠다.
온천 주차장에 경상도에서 온 큰 관광버스 두대가 멈추며 사람들이 쏟아진다.
가파른 산길은 낙엽이 한곳에 뭉쳐 물길을 짐작케 한다.
비가 많이 온 모양이다. 겨울 옷이 답다. 출발부터 겉옷을 넣었는데도 덥다.
차 안의 온도는 19도까지 올랐다.
젖은 바위는 미끄럽다.
내 한걸음 떼지 못하랴!
20여분 지나 조망을 얻고 조금 더 올라 앞바위를 잡고 올라간다.
징광마을 족 저수지가 구름사이에서 내려온 햇벷에 빛나고 있다.
낙안 벌판이 꺠끗하다.
비조암 두방산 줄기 왼쪽으로 첨산이 뾰족하다.
맥주를 꺼내 마신다.
조계산 장군봉은 구름에 쌓였고, 금강암 주변의 바위들이 하얗다.
금강암 극락문으로 오른느데 암벽사이 골짜기에 물이 하얗게 흐른다.
철계단을 넘어오기도 한다.
주암호에 물이 많이 차면 좋겠다. 완도 평일도의 가뭄도 해소되면 좋겠다.
극락문을 지나는데 폭포의 물방울이 떨어진다.
암벽 사이에 폭포가 생겼다. 이리 물이 많나하고 보니 윗쪽에 주름관이 터져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
주름관이 저기에서 끊어진 것은 더 높은 곳에서 내려온 물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극락전의 나무아미타불 찬불가는 여전하다. 스님의 기척이 없어 문 가까이 가 사진을 찍고 나온다.
아매불이 있는 바위 사이를 돌아간다.
물이 차 바닥의 부처상이 드러나 있다.
낙안벌판과 백이산 뒤로 이어지는 고동산을 보며 가닥없는 사진을 찍는다.
부처상 뒤로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쪽을 내려다 보니 금둔사 가는 능선과는 다르다.
암자 뒤로 올라 철문을 열고 서쪽 능선으로 간다.
경상도쪽 산악회 리본들이 걸려 있다.
나무를 잡고 내려가다 큰 바위에 선다.
바위를 내려와 가파른 암벽 사이를 가는데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비에 젖은 돌은 나의 몸무게에 미끌려 내려간다.
난 나뭇가지를 잡으며 몸을 굽히고 쪼그린다.
골짜기로 내려가기엔 험한 길이다.
물흐르는 바위를 건너 능선으로 오른다.
바위 사이 소나무에 리본이 흔들리며 반긴다.
바위 옆으로 돌까 하는데 바위를 지나면 내려가는 틈과 돌부리가 나와 있다.
소나무 사이 참나무 개물푸레가지를 잡다가 바위를 지나기도 하면서
능선을 내려온다.
금둔사가 보이는 바위에 서니 검은 옷 사람들이 길 위에 보인다.
마지막 소나무 사이를 지나 아스팔트로 나오니 금둔사 아래 구비다.
4시 10분, 2시 20분에 시작했으니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금둔사로 아스팔트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