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나가나 고마운 아우들이 있다!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초여드렛날
서울은 산골에 비해 훨씬 더 푸근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씽씽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고요한 산골과는 달리 너무나 생소한 느낌,
사람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 하더니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실감하는 아침이었다.
막내 아우네가 운영을 하는 연희동 호천식당,
이따금씩 서울에 가면 그나마 갈 수 있는 곳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몇 년 전까지는
서울에 가면 어머님댁에서 묵었지만 작고하신
이후에는 찾는 곳이 연희동의 아우네 집이다.
꽤 오랜전부터 연희동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서 오빠로서 마음 뿌듯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100% 제면으로 뽑은 메밀국수와 숯불로
구운 불고기가 아주 맛있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소개를 하기도 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아주
깔끔하고 맛이 좋다면서 칭찬이 자자하여 듣는
오라비 마음은 더 없는 기쁨이었다.
서울에 볼일있어 다니러 가면 막내네에 묵는다.
그러다보니 아우와 매제가 늘 이것저것 챙긴다.
미안하기도 하고 면목이 없기도 하다. 산골살이
하는 오라비를 챙기는 마음에 늘 감탄, 감동이다.
어제도 그랬다. 뜨끈하게 설렁탕을 끓여주더니
언니 갖다주라며 설렁탕을 페트병에 담아주고
쇠고기 뭉치고기를 예쁜 보자기에 싸서 주더니
추운 산골에 사는 오라비 걱정을 하며 무릎까지
내려오는 고급브랜드 외투까지 챙겨주는 것이
아닌가? The North Face, 촌스러워서 그런지
아직껏 이런 고급브랜드 옷은 사입어 본 경험이
전혀없다. 막둥이 아우 덕분에 호사를 하게 된다.
산골집으로 출발하기전 아침에 아우네 영업장
부근 45년 전통의 이름난 빵집 "피터팬1978"에
들려 산골가족들에게 맛보일 소금빵을 비롯하여
몇 종류 샀다. 그리고 막내네 영업장에서 일하는
식구들 몫도 한 봉지 따로 담았다. 늘 가족처럼
일하는 것이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막내 부부가
잘 챙기고 있지만 이럴때 별 것 아니지만 오라비
마음을 전하면 좋을 것 같았다. 모두들 좋아했고
막내 또한 주인장 위신과 체면을 세워줬다면서
고마워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싶었다.
띠동갑 막둥이 아우의 배웅을 받으며 흐뭇함을
마음에 담아 산골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했더니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 마을 아우들이 와있었다.
멘토 아우는 잣나무 전지를 마저 했다며 나무를
또 잔뜩 갖다놓았다며 웃었고, 홍천의 행사에서
잣을 넣은 찹쌀떡과 팥소를 넣은 기정떡을 챙겨
왔다며 먹어보라고 가져온 이장네, 아내는 손수
만든 생강편을 가져오고, 이서방은 커피를 내려
내오고,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어서와서 진한
커피 한잔 하라는 또다른 아우의 배려가 너무나
고마웠다. 벽난로에 장작불 지펴놓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나가나 정이 철철 넘친다.
사랑방 모습이랄까? 마음이 뿌듯하고 흐뭇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이 따스하여 너무나 좋다.
요즘은 아침이면 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난롯재
버리고 난롯불을 지피는 것이다. 일이라기 보다
재미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 옛날
어르신들이 불장난을 하면 자다가 오줌을 싼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며
불을 붙여 불멍을 하곤 한다. 이게 재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깥은 영하 5도, 서리가 눈내린
듯하다. 그나마 바람이 없어 몸으로 느끼게 되는
체감온도는 낮지않다. 겨울날엔 바람만 없으면
아무리 기온이 낮아도 견딜만하다. 바람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도안 잘 놀고
잘 먹었으니 오늘부터는 뭔가 일을 찾아 움직여
봐야겠지? 아내가 잔소리를 하든말든...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벌써 장작을
많이 만들어 놓으셨네요
사진에 보이는 장작은
지난 늦겨울에 만들어 놓은 겁니다.
오붓하고 단란한 가족일기를 보는듯 합니다...ㅎㅎ
늘..건행의 날들 되세요
요즘같은 겨울날,
산골살이 일상이 이렇습니다.
감사합니다.^^
@뽀식이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