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가을, 아르헨티나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가 종료된 최근, 맨체스터 시티가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13일인, 어제 56년 만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파이널 무대를 밟았던 덴버 너게츠가 마이애미 히트를 4-1로 꺾고 축포를 쏘아 올렸다. 최초, 그리고 넘볼 수 없는 대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24년 전, 1999년 NBA 파이널을 기억하는가? 동부 컨퍼런스 챔피언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서부 컨퍼런스 챔피언 뉴욕 닉스가 첨예한 대립 구조를 형성했다. 마치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이후로 텅 비어있는 밀림의 왕좌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들 같았다.
많은 언론사에서 언급했듯, 당시 닉스는 8번 시드 자격으로 파이널 무대를 밟은 최초의 팀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진군은 거기까지였다. 닉스는 스퍼스에 1-4로 패했고, 반대로 스퍼스는 어렵지 않게(?)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무릎 부상을 입었던 래리 존슨에 사라진 패트릭 유잉, 당연히 닉스의 페인트존은 무주공산이었다.
‘해군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과 팀 던컨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는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닉스에 이 트윈타워는 재앙이라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았고, 어쩌면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더 높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소포모어 증후군은 개나 줘버려라며 던컨은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전리품으로 파이널 MVP를 챙겨간다. 우승을 하려면 대운도 따라야 한다더니, 스퍼스를 보면 정작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좌절했던 시즌에 걸려 들어온 드래프트 1순위가 팀 던컨이라니?
던컨, 본인에게도 조력자 로빈슨, 명장 그렉 포포비치에 최고의 팀원들이 있으니 신인 시절부터 코앞에 로열 로드가 펼쳐졌다. 럭키보이다.
물론 루키 때부터 그의 경쟁력은 리그에서도 정평 났다. 신입생이 평균 21.1점 11.9리바운드 2.5블록을 기록하며 NBA 퍼스트 팀에 당당히 본인 이름을 걸어 올렸으니 그의 위엄이 여기까지 느껴지지 않는가.
스퍼스라는 구단을 말할 때,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 등 많은 레전드가 거론되지만 그중에서 던컨은 단연 으뜸이다.
그런 팀 던컨이 되고자 하는 세르비아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그러나 던컨과는 달리, 처음부터 수라의 길을 걷는다. 유명한 일화지만 관심도가 얼마나 떨어졌으면 드래프트 지명 당시엔 타코 광고가 나왔다.
당시 NBA 드래프트 넷에 의하면 그의 컴패리즌은 니콜라 부세비치다.
그리고 이렇게 적혀있다. “포스트 플레이어로서 향상되어야 한다. 힘을 갖춰야 하고 골대를 등지고 하는 움직임에서 발전이 필요하다. 진짜 약점은 스피드와 수비다. 느린 속도 때문에 발전이 제한되어 보인다”
그렇다. 그래서 니콜라 요키치의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2라운드 41순위라는 드래프트 픽 순서가 이를 제대로 증명한다. 드래프트 넷의 평처럼 요키치는 여전히 스피드가 느리고 2대2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약점으로 언급됐던 백투더바스켓 움직임에서 걷잡을 수 없는 발전을 이뤄냈다. 능구렁이 같은 움직임이라 표현하면 어울리려나.
강점으로 언급됐던 매우 높은 BQ, 훌륭한 워크 에씩, 긴 슈팅 레인지는 9년이 지난 지금 언터처블에, 가히 역대급 센터라 칭할 정도까지 올라섰다. 요키치의 공격력과 시야, 패싱 센스는 이젠 말하면 입 아플 정도.
요키치의 롤 모델 던컨은 8번의 올 디펜시브 팀에 선정된 리그 최정상급 수비수였다. 2023 파이널 무대에서 마이애미가 요키치의 수비력을 집요하게 공략한 것만 보면 요키치가 던컨의 수비 족적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이 역시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
요키치와 자말 머레이, 애런 고든, 마포주 등 말론 감독과 하나 된 덴버가 마치 1999년을 리플레이하듯, 8번 시드 마이애미를 똑같은 결과 4-1로 꺾었다.
그리고 “던컨은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요키치.
평행이론처럼 첫 파이널에서 두 선수 모두 우승 커리어와 파이널 MVP를 추가했다. 그의 전성기가 이제 시작이라면 그는 덴버의 팀 던컨이 될 수 있다.
남들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빠르지도 않았고 그의 농구는 크게 재미도 없다. 그러나 남들이 보여줄 수 없는 나만의 매력으로 NBA를 물들였고 결국 2023년 6월 13일, 그가 56년 만에 길고 길었던 덴버라는 화가가 그리던 수채화를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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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북극곰 플로터는 이번 플옵 최고의 득점스킬이었어요.
응원한다!!
던컨처럼 완성형이 아닌, 꾸준히 발전해서 결국 최고가 되었다는게 더 감동적이에요. 처음에는 플랭크 1분도 못했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