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남아공에서는 넬슨 만델라의 석방을 앞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넬슨 만델라가 출옥하면 폭동이 일어날까봐 백인들은 노심초사했고, 흑인들은 드디어 우리 영도자가 나온다며 세상이 확 뒤바뀌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남아공의 지도자 20여명이 몽플레 컨벤션센터에 모여 ‘이 나라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토의 시작 전에 절대로 남을 비방하지 않을 것과 감정에 휘둘려 결과를 예측하지 말 것 등의 규칙을 정하고 무려 2년간 100차례의 토의 끝에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건 대화뿐이라는 '몽플레 대타협'(Mont Fleur Conference)을 이뤄내면서 40년 넘게 지속 된 갈등을 극복해냈다.
마침내 1994년 '몽플레 대타협'을 바탕으로 흑백이 처음으로 동등하게 참여한 총선거가 이루어졌고 만델라 대통령이 탄생했다. 다같이 살기 위해선 서로가 자신의 뜻을 조금씩 굽힐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백인과 흑인, 극우와 극좌, 기업과 노조 등, 모든 세력이 연합해 새 사회를 건설했다.
토론(討論; debate)은 찬반 양쪽이 나뉜 상태에서 상대편이 우리 쪽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경쟁적인 의사소통이다. 그러므로 토론자들은 서로 대립하고, 상대방 주장에서 잘못된 점이나 약점을 찾아내려고 하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토의(討議; discussion)는 여러 의견을 견주어 보고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 가는 협동적인 의사소통이다. 즉, 상대방을 헐뜯기보다는 더 좋은 제안이나 의견이 나왔을 때 함께 검토하고 협의하여 받아들이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토론을 좋아한다. 토론의 ‘토(討)’가 ‘두들기고 친다’는 뜻인 것처럼 한국인들이 토론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상대를 두들겨 패는 게 목적인 것 같다. 그런데 정치는 토론이 아니고 토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싸움에서 이기려는 토론과 달리 토의는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는 것을 말한다. 깊은 고민과 사유를 나누며 제3의 묘안을 찾는 바탕이 된다.
토론은 참가자 모두 어떻게든 상대를 제압시켜야겠다는 결연함만 보인다. 그러나 토의는 내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내가 내 생각을 이야기 하고, 귀를 열고 듣고, 내 생각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 토의인 것이다. -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