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의 허와 실
한국인 ‘글루텐 프리<불용성 단백질> ’ 지향 “밀가루는 해로울까?”
글루텐은 유해하다?
감자칩·핫도그·수프·샐러드 드레싱 등에 함유
과민성 대장 증후군·만성 소화장애 일으킬 수 있어
과장·확대 해석되고 있다?
밀가루 섭취가 많은 美 1% 정도만 ‘셀리악병’ 앓아
국내 의료계 “글루텐 기피 현상 과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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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에 가시거나 식품을 사실 때 ‘글루텐 프리(Gluten Free)’라고 적혀 있는 것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글루텐이란 밀·보리·귀리 등에 들어 있는 일종의 불용성 단백질로, 곡물을 가공하면 생성됩니다. 이 글루텐 덕분에 찰진 밀가루 음식의 식감을 즐길 수 있고, 빵을 부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밀가루 음식 잘 안 드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밀가루 안에도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밀가루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글루텐이 변비나 설사 같은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글루텐 프리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되고 있고, 한국도 ‘글루텐 프리’의 식생활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밀·보리 등 곡물 가공 시 글루텐 생성
오늘은 글루텐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글루텐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그룹의 이야기입니다. 글루텐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음식을 꾸준히 계속 섭취했을 때 소장을 자극, 소화기관이 가진 면역시스템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빵이라든지 파스타, 시리얼, 기타 가공품을 섭취하지 않고 대신에 ‘글루텐 프리’라고 쓰인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밀가루의 경우 감자나 쌀 혹은 콩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글루텐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가공품들을 꼽자면 캔디, 감자칩, 핫도그, 소시지, 감자튀김, 각종 소스, 수프, 샐러드 드레싱 등이 있습니다.
글루텐으로 인해 여드름, 피부 가려움, 설사, 변비, 비만, 습진, 탈모 등이 일어날 수 있고, 특히 분해된 글루텐이 장 점막에 붙어 점막을 파괴함으로써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만성 소화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밀가루 중독증이란 밀가루 글루텐이 분해되면서 엑소핀이라는 마약 유사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 엑소핀 때문에 밀가루를 먹으면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자꾸 먹고 싶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글루텐 문제가 과장·확대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룹의 이야기입니다. 그 주장의 핵심은 글루텐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질환 중 대표적인 ‘셀리악병(病)’입니다. 이 병의 환자는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게 됩니다.
밀가루가 주 식재료인 미국인의 1% 정도가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셀리악병’ 등의 발병 사례가 없는 한국인들에 대해 국내 의료계에서는 글루텐 기피 현상이 과장됐다고 하는 것입니다. 글루텐에 민감하고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글루텐 프리 식사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글루텐 관련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글루텐 프리 식품 선택 시 유익 없이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인 비만요인… 탄수화물 의존성
아직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인 비만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탄수화물 의존성입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지 못하고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많이 든 음료, 케이크, 흰 밀가루로 만든 빵, 면 종류의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탄수화물 중독이 올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증상을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합니다.
탄수화물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쓰고 남은 에너지원이 지방으로 저장돼 팔뚝이나 배에 살이 많이 붙습니다. 또한, 안절부절못하고 우울하며 아침부터 종일 피곤함을 호소하는 등 여러 증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탄수화물 중독 테스트 항목
1. 아침에 밥보다는 빵을 먹는다.
2. 오후 3~4시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배고픔을 느낀다.
3. 내 주변엔 항상 초콜릿과 과자가 있다.
4. 방금 밥을 먹었는데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
5. 자기 전에 야식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6. 식이요법 다이어트는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7. 단 음식을 상상만 해도 먹고 싶어진다.
8. 배가 불러 속이 거북해도 계속 먹는다.
이 중 5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탄수화물 중독이 의심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탄수화물 중독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식사,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단백질의 섭취량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선·과일·채소 등 가공 없는 농·축·수산물의 섭취를 늘려야 합니다.
<장태수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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