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도(道)와 인간의 감정
하늘과 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으로 그 안에 하나님의 성품이 담겨져 있고 성인(聖人)은 각고의 수련을 통하여 하나님의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으로 상당부분 하나님의 성품을 닮았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과 성인은 ‘하나님의 도(道)’에 따라 움직일 뿐인데, 속세의 뭇 인간들은 그들의 짧은 생각에서 이것을 사사로운 인간의 감정(感情)이 부족하다고 말하곤 한다.
반면에 뭇 인간들은 대부분 자기 생각대로 아집과 독선과 죄악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성품을 거의 닮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이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저질은 원죄(原罪)로 인하여 생긴 현상이다. 고로 뭇 인간들은 ‘하나님의 도(道)’를 떠나 제 생각 제 감정대로 움직이기 쉬운 것이니 이는 악의 근원이 되는 것인데, 그들은 이를 모르고 ‘하나님의 도(道)’에 따라 사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감정이 부족하다고 말하곤 한다. 인간적인 감정은 죄의 속성을 지니기 쉬운 것인데 그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찍이 노자(老子)는 하나님을 들어보지 못했으면서도 그의 도덕경 5장에서 이에 대해 말하기를, “하늘과 땅은 인간적이지 않으니, 하늘과 땅은 만물을 매정하게 대한다[天地不仁,以萬物為芻狗.], 성인(聖人)도 인간적이지 않으니, 성인도 모든 사람들을 감정이 없이 대한다[聖人不仁,以百姓為芻狗.]”라고 하였으니, 노자의 통찰력은 놀라운 데가 있다.
그러므로 생각건대 우리가 ‘하나님의 도(道)’를 탐구하고 실천하여 감에 있어서 죄 많은 내 육신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여 시편 1편 1-3절에서는 우리가 복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의 악을 떠나서 오직 하나님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리라.
한편 우리나라의 능호관 이인상 선생도 삼백년 전 그의 모루명(茅樓銘)에서 오직 불멸의 경전(經典)만을 읽고 천명(天命)을 실천하며 살아가니 자나 깨나 맑음 뿐이라고 고백 한바가 있으니 이 또한 크게 교훈이 되는 바이다.
작은 누정(樓亭)에 나를 담으니,
고요히 지내면서 명문(銘文)을 짓는다.
문장은 실(實)함에서 들뜨지 않고
행실은 명예를 좇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속(俗)됨에 들지 않고
독서는 경전(經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담담(澹澹)함으로 벗을 얻고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다.
실천하매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으니
자나 깨나 맑음 뿐이로다.
<능호관 이인상 선생이 그의 ‘종강모루(鐘岡茅樓)’에 부친 ‘모루명(茅樓銘)’>
2024. 7.26.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