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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바다로 간 노인, 56회,
브릿지에서 일등 항해사가 날카롭게 작업중지를 외친다.
물론 마이크 확성기로 외친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배의 엔진이 꺼진일도 작업중지 하는 일도 없었다.
갑판장이 브릿지로 뛰어갔고 언듯 보니 기관장도 브릿지로 가고 있다.
선원들은 분명 두려운 눈빛들을 하고 있으며 나역시 좋지 않았던 예감이 있어서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기분이다.
곧 갑판장이 돌아와서 선원들을 모은다.
"야 느그들 표정이 뭐꼬?
와들 시무룩 하노?
별거 아니라구 야, 슈크리에 주낫이 감긴거라,
잠수해서 끌르면 된다 꼬!"
별거 아니란것을 알게된 선원들은 그 때서야 담배를 꺼내물고 한숨을 돌려 내 쉰다.
슈크리에 감긴 주낫줄을 끓을려면은 특수 장비가 있어야 겠지만 배에는 장비래야 고기를 갈르는
바이킹 도끼와 잠수할 때 눈을 보호하는 수水경 뿐이었다.
"누구! 없나? 잠수 할 사람!"
뱃놈들이랫자 배위에서만 꼼지락 거렸지 바다 물 속을 낀건 아니다.
누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
나역시 고향 탐진강에서 미역질은 해 봤지만 태평양 바다물에는 자신이 없다.
"내가 해 보겠소!"
이때 등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린다.
주방장이다.
키가 6척이 넘고 7척<195>이 다되어 보이는 주방장이 믿음직 스럽게 버티고 서 있다.
키가 2미터가 될랑말랑 거구인데도 자기가 맡은 소임을 다 하는 과묵한 사람이다.
지난 2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배의 식구들의 식사를 지지고 볽으고 해서 입맛을 돋구워 주던
주방장의 출연은 의외다.
"주방장! 늬,가 할라꼬!?"
"네,지가,고향,해남에서 잠수질을 쪼금,해봤어라,"
얼마후엔 해가 떨어지고 곧 어두워 질것이다.
시간의 여분이 없는 상황에서 가죽 혁띠에 바이킹 도끼를 끼우고 수경을 착용하고 배 뒤켠쪽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천만 다행이다.
태평양 한 복판에서 배가 엔진이 꺼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돌풍이라도 만난다면 그대로 바다로 침몰이 된다.
배는 아무리 큰 태풍을 만나도 엔진이 꺼지지 않는 한 그 태풍을 견뎌낼 수 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더래도 그 파도를 맞바람으로 받으면서 다대<들이치는파도쪽>로 받으면서
돌진 하면은 배는 중심을 잃지 않고 파도를 탄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는 작은 파도라 할지라도 배가 요꼬<파도가 배옆구리를치는상태>가 되기 때문에
곧 배는 중심을 잃고 침몰하게 된다.
태평양은 말 그대로 태평한 바다 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살랑살랑 그야말로 어느 호수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역시 주방장은 밑을만 한 잠수부다.
입수한지가 한참인데도 나올 기미가 없다.
"임마야가 뭔,일 난거 아이가?"
간판장의 염려가 있을 때에야 주방의 얼굴이 바다물위에서 포악질을 한다.
~~"푸악,푸,푸,"~~
"어떻뜨노? 괜찮드나?"
주방장은 갑판장의 물음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젖는다.
"임마야! 뭐,어떻다꼬? 말로 하라꼬! 말로!"
주방장은 임시 가설해 놓은 밧줄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바다는 이미 어둠에 젖어지고 바다속은 까맣다.
"어떻뜨노?"
"골탈을 먹은 모야,줄이 워찌나 되게 칭칭,감겨는지 여, 도끼로 찍어도 꿈쩍도 않드라구여,"
"그라문! 칼로 베어내면 않되겠나?"
"해 볼랍니다만, 모야줄에 먹인 콜탈이 엉켜붙어서 떡이 되쁘러서 여,"
주방장의 말에는 칼이나 도끼로는 모야<새끼손가락굵기의섬유줄> 줄을 끊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염려했던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생각보다 현실의 상황이 심각하다.
망망대해에서 배가 엔진이 멈춰버렸다는 것은 대형 사고를 예지하는 상태다.
파도가 없다고 하드래도 이미 배의 노링이 심각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미끄러지는 듯한 엷은
파도를 타고서 좌우로 기웃 거린다.
갑판에 어지러진 뺏지 다발들을 정리하고 나서 늦은 저녁 식사를 대하는 선원들은 누구라 할것없이
밥 숟가락이 더디다.
"야! 임마들아,처 묵거라, 늬,들 제삿상 받아 났노?"
"멀미가 나서 그래요, 배가 되게 노링을 하잖아요,"
그랬다. 어두워 지면서 심상찮게 바람이 일고 잘잘한 파도도 일고 있다.
"염려 말그라,SOS,첬승께,낼 모래면 구조선이 올끼고, 또,낼,까지 고까짖,모야줄을 못 끊겠나,"
영락없는 표루다.
편상시와 같은 비교적 평온한 날씨 같았는데도 배는 심하게 노링질을 했다.
밤사이에 배는 좌표를 잃고 태평양의 조류에 떠밀려서 어디론가 흘러흘러 갔다.
선원들 중에 단골 멀미꾼들은 밤새도록 토악질을 하고 초죽음이 된다.
브릿지에서는 잠수질을 했던 주방장을 불러서 슈쿠리의 상태에 대해 묻고서는 결코 쉽지않은
상황이란것을 직감하고 선장님을 위시해서 사관들이 머리를 맞대고서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묘안을 짜내느라 꼬밖 날샘을 한다.
아마도 배안의 선원들 중에 잠자리에 누운 사람은 없을상싶다.
아직도 가느다란 희망은 있다.
주방장이 잠수질을 해서 도끼질을 하던 칼질을 하던간에 슈쿠리에 감긴 모야줄을 끊어내야 한다.
온 배의 선원들의 氣를 받은 주방장은 비장한 결의를 다지며 바다로 뚸어든다.
바다에서는 보통 사람은 잠수를 못한다.
잠수를 한다해도 몇초에서 몇십초에 불과하고 수압과 싸늘한 바다의 찬기에서 공포감을
느끼게 되면서 기력을 상실하게 된다.
주방장은 타고난 잠수부였다.
바다의 찬기운에서 오는 공포감을 이겨내고 수압을 견뎌내면서 한참<3분정도>을 잠수한다.
푸악질을 하면서 바닷물을 가르며 솟구치는 주방장의 얼굴이 밝지를 않다.
아무도 갑판장도 주방장의 어두운 표정을 읽고선 입을 다물고 있다.
주방장은 몇차례의 숨을 몰아 쉬고는 곧 잠수를 한다.
무리한 행동을 한 것이다.
최소한 바닷물 밖으로 나와서 체온을 녹이고 10여분의 휴식을 취해야 함에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또는 책임감에서 몸의 상태를 고려치 않고서 잠수를 감행 한 것이다.
노련한 갑판장은 사고를 직감하고 선 고무 주부를 바다에 띄워놓고 내게 눈치를 한다.
따라 오라는 눈치다.
준비 할 겨루도 없다.
수영복 차림이 었고 나도 한번쯤 주방장 처럼 잠수를 하고픈 마음이서 망설임도 없이 갑판장 뒤를
따라서 바다로 뛰어 들었다.
주방장은 곧 솟구처 올라왔다.
입술은 시퍼렇게 굳어있고 사지가 얼음장이다.
비상 사다리에 묶여있던 밧줄을 주방장 허리 어께쭉지에 둘러메어서 갑판위 선원들이 끌어 당기고
갑판장과 나는 떠 밀치고 해서 별 탈 없이 갑판위에 안착이다.
굳혀진 팔 다리를 한참을 주물럭 대니까 얼굴에 화색이 돌고 팔다리가 풀린다.
"임마,쌔끼야! 늬,죽을라고 환장을 했꾸마, 환장을!"
"미안해서 그랬어 라,"
결과는 주방장의 말 한마디로 비관적이다.
다행이 날씨가 쾌청해서 지금까지는 견딜만 했지만, 돌풍이라도 몰아 치는 날에는 우리들은 죽은 목숨이다.
선장님은 배가 조류에 떠밀려 가는 속도를 측량해서 통신장에게 건네주면서 위급 상황의 실체를
구조선에 알린다.
다행히 하루 이틀 거리에서 조업중이던 같은 회사 소속인 고려 72호가 통신이 닿아 지금 우리배를
쫒는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정오 쯤에는 상어 떼가 배 주위에서 맴돌기 때문에 작업은 중단이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선원들은 한결같이 표정이 어둡다.
"야,늬그들 얼굴 표정이 뭐꼬! 다,...아,...죽을 상이잖여, 듸질때,...듸지더라도, 늬그들 낮짝이 뭐 꼬!"
그래도 바다의 사나이 갑판장은 혈기 왕성이다.
"인마들아 얼른온나! 도람통를 묶어야 겠다."
도람통은 배가 장기간 운항에서 소모되는 기름의 부족량을 대체해 주는 비상용이다.
저장되어 있는 배의 저장 탱크의 기름을 소모하기전에 도람통 기름을 먼저 비우고 빈 도람통은
브릿지 지붕 위에 밧줄로 묶여있는 상태다.
일본에서는 마구리 배 수명을 5년으로 법으로 엄중하게 단속하고 패선을 한다.
암암리에 중고 배들은 우리들 차지가 됐고,
그 배를 우리는 도입해서 신형이라며 태평양을 휘휘 날른다.
배를 건조 할 당시의 그대로 비상용 보트가 배 중앙 양켠에 설치되어 있지만 5년을 기준해서 배를
건조 했기에 비상용 보트역시 10년이 넘은 지금 작동은 불가능하다.
살려면은 도람통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죽을상을 짖고 있던 선원들은 너, 나, 할것없이 브릿지에서 도람통을 끌어내리고 받고 밧줄로
엮으고 해서 금새 비상용 도람통 보트를 하나 완성한다.
"느그들 봤제! 살려는 의욕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얼마던지 이 난간을 혜쳐 간다 이거야,
내사, 이 짖거리 몇번짼줄 알간!"
평소 말이 없던 했또가 氣가 펄펄 끓는 고성으로 선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사람은 위급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이 가늠된다.
햇또는 갑판장의 보조며 기관실 조기장과 같은 준 사관급이다.
아마도 배 전체에서 가장 나이가 위에 있는상 싶지만 아무도 햇또의 나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말씨로 보아서는 이북 출신 인것만은 확실 하지만, 그역시 노 코멘트다.
앞장서서 햇또가 설치는 바람에 비상 보트 세개가 거뜬히 만들어 졌다.
도람통 17개 짜리가 둘,16개 짜리가 하나다.
갑판위에는 비상용 도람통 뗏목 3개가 얽히고 설켜서 야무지게 묶여져 있다.
"자,...자,...도람통 기름붓는 마개를 돌려서 따요,"
선원들은 햇또의 지시에 거부감이 없이 서둘러 마개를 딴다.
"물을 도람통에 부어요,삼분지 일 정도,하나라도 빼 먹으면은 않되니께요,"
선원들은 귀하디 귀한 물을 도람통에 체우라는 지시에 의아해 하는 눈치지만 아무도
이유를 달지 않는다.
햇또는 선원들의 믿음을 한몸에 받는 위치에서 도람통에 물을 채우는 이유를 설명한다.
"빈,도람통은 파도에는 약해요,
물이 적당한 무게로 도람통의 중심에 있기에 도람통 뗏목은 노링이 줄어서 훨씬 안전한
탈출이 될테니까요,
또,물은 비상 식품에서 생명수니께... 충분히 비축해놔야 구조선이 올때까지
버텨낼 수 있으니께요,
비상 물품은 도람통에 묶여진 밧줄에다가 단단히 매달고요,"
햇또의 지시는 완벽했다.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도람통에 물을 부은다는 것은 과학적이며 대단한 아이디어다.
위기의 사나이 햇또, 만세다.
배는 언제 바다물에 잠길지 몰라도 도람통이 버티고 있기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선원들은
햇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삼일째 표루를 하고있다.
우리배를 쫒고 있는 고려72호는 조류가 빠른 속도로 흐른데다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류를 타고 정처없이 떠 도는 우리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류는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밀물과 썰물때의 조류는 예측 불어 상태다.
선장님은 쉴사이 없이 측량을 해서 구조 신호를 보내지만 되돌아 온 회신은 고려72호 뿐이다.
문제는 같은 회사 소속의 고려72호의 배,의 성능이다.
삼일째 우리배를 쫒고 있지만 조류를 타고 예측 불허로 흘러가는 우리배를 따라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류 나흘째다.
지금은 주방장의 잠수도 포기한 상황이라 바램은 구조선이 빨리 우리를 발견 해 주는 것이다.
유난히 길게 느껴진 오늘 하루다.
몸의 휴식은 있다지만 마음으로 전이되는 편안함이 없기에 내안의 모든 것이 나른하게 젖어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되돌아 본다.
나만을 위한 부질없는 아집과 허망한 욕심과 눈 먼 어리석음으로 살아 온 것만 같으다.
한순간 회빛재로 끝나는 인생. 참으로 짧은 시간....한줌 재로 돌아가는 삶인대도,
이러려고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려고 그렇게 모진 것들을 견뎌내고, 인연을 돌려보내고
아집으로 아득바득 욕심내며 화내며 살아온 날들이 후회된다.
모르겠다 지난 24년동안 도대체 무얼 하고 살아온 건지,
지난 24년의 시간이란 것이 통째로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 같은 착각이 어쩌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허망한 시간의 끝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있다.
생명의 동아줄이라는 미명의 구속으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모두 한바탕 꿈이었으려니..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잠자리가 편치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뜨려는 순간 배가 심하게 기웃등 한다.
2층 층대의 침대에서 떨어 질뻔 한 충격적인 노링이다.
동료 선원들의 칸막이 침대는 텅텅 비어있다.
그럴 것이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겠는가, 그것도 벌 건 대낮인데,
나는 생각이 무딘 사람인가, 남들 눈에는 모진 사람으로 속알머리 없는 녀석으로 비춰 보이겠지만,
실은즉슨 걱정 한다고 해결 될 일은 하나도 없다.
요 며칠간은 먹는 것도 시원찮았다.
주방장이 잠수질을 하는 통에 주방일을 내 몰라라 해서 선원들 자신들이 식사를 알아서 해결하는 정도다.
허기가 돈다.
침낭에 구겨 놓았던 과자 부스러기도 며칠간 야금야금 먹었더니 빈 봉지 뿐이다.
동료 선원들이 알면은 눈앞에 죽음이 왔다 갔다 하는데 먹을 타령을 한다고 핀찮을 줄께 뻔하다.
목에 물,이나 축여야 겠다는 생각에서 주방을 찾는다.
배의 노링이 장난이 아닐성 싶게 심하다.
바르게 걷기가 싶지 않음에 벽쪽의 돌출부를 잡으면서 주방 쪽으로 엉금거리며 간다.
~~"섬, 섬이다! 섬이다! 섬이다!"~~
선원들의 함성이다.
물은 뒷전이다.
어스름에서 시커먼 섬들이 점,점,이 있다.
브릿지에서 섬들을 지켜보던 선장님은 일등항해사와 갑판장을 손짖으로 불러서 뭔가 신중하게
의논을 하는양 싶더니 두사람을 데리고 브릿지 안으로 사라진다.
브릿지에서는 가끔 갑판장의 고성이 있고 일등 항해사의 으름장도 들린다.
~~"뭐라꼬요! 안됩니닷!"~~
~~"당신! 지금, 하극상, 이욧!"~~
브릿지 문이 열리고 갑판장은 넋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 보고 우리들을 보고 자신을 본다.
평소라면 걸죽한 입담으로 쓴 소리 하나를 던졌을 터이지만 오늘만은 쓴 소리 대신
중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선원들을 손짖하며 모은다.
기관실 쎄라들을 포함해서 20여명의 선원들은 갑판장의 표정을 이미 짐작 있다.
폭탄 선언이 터질거라는 것을, 선원들은 긴장감에서 입술이 바싹 바싹 타고있다.
~~"참치를 버려야 한닷! 죽기 아니믄 살기닷! 살려믄은 참치를 버리라 꼬!"~~
갑판장은 끝내 닭구똥 같은 눈물을 떨군다.
감사합니다. 곧 연재됩니다. 글 / 우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