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최 병 창
장사꾼이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이나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이나
학원 근처에 얼씬도 안 하면서
수석합격 했다는 인터뷰나
몸에 칼 한번 대지 않았다는
인조미인들은 말하기에 따라서
가끔씩 갑과 을이 바뀌기도 하지만
시집은 안 가도
애는 갖고 싶다는 희한한 발상이
긴가 민가 하다가
억지 춘향이는 되기 싫었다니
따지고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인 것도 같은데
참말 같은 거짓말이 때로는
약도 되고 독이 되었으니
생각해 보면 서로가 피장파장 아니던가
다만 예기치 못한 일이란
말만으로 진실을 덮어두는 일이니
낮이 가면 밤이 온다는 엄연한 사실이네
가만히 생각해 보시게
나는 누구이고 누구는 누구인가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거나
한번 찐 살은 절대로 빠지고야 만다는
특효약의 광고문구나 믿는 도끼는
절대로 발등을 찍지 않는다며
마른 입술을 툴툴거리고 돌아섰네
믿거나 말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바로 지금이 맑음이네.
< 2009.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