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기다리는 시간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
식어가는 햇볕 속에 고슬한 바람을 날리고 있는
오후의 적막이
불빛도 없는 가로등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매어논 자전거들이
육교 아래 오줌을 깔기듯 즐비하게 서서
미니스커트를 한 여자의 정강이를
힐끔거리며 고개를 쳐든다.
아직도 낯설은 핸드폰 단말기의 숫자를 익히려
바람난 사내의 목젖은 가라 앉고
오가는 남정내들이 달끈한 입술을 떠나
아스팔트에 버려지는 존재 없는 꽁초들이
아직도 오지 않은 그대를 기다린다.
사람들 저마다 주머니의 동전 몇 닢쯤 쭈물거리다
이제는 까마득히 잊어 버렸을 공중전화부스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많은 이름들을 떠나 보내고
그대 기다리는 겨울은
육교계단을 내려오는 늙은이의 허리춤 마냥 구부정히
공단역 플랫트홈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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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몇 시지? 이런 된장, 오늘도 어김없이 신새벽에 깨어나 두 눈 말똥말똥 어두운 천장만 응시하지. 뵈는 것 없으니 비몽사몽 눈 감길 만도 한데 요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이 맑고 투명해지는지라, 눈가에 헛눈물만 고이며 입신의 문턱에서 껌벅거리지.
뭔 썰을 풀까? 적지 않은 나이를 먹다 보니 - 아니다, 요게 나이랑은 하등 상관없는 내적 수준 차이가 맞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썩 좋지 않은 불량품이라는 뜻이다. - 객기로 충만하던 쌍팔년도에 이런 생각에 절어 있었지. '행한 일은 후회하지 말자' 이 멍청이가 그 말 앞에 붙어 있어야 할 문구를 몰랐던 거지. '후회할 말과 행동은 하지 말자. 심사숙고하여 행한 일에 후회하지 말자' 이랬어야 되는 건디, 폼 빠지게 그걸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 지 잘난 맛에 살던 삼류 양아치에게 뭘 더 바라겠어.
각설하고, 후회되지 않는 일 가급적 만들고 싶지 않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는다고 되던가. 내 딴에는 좋자고 행한 일들이 누구에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당신에게는 되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된다는 것을 그땐 몰랐지. - 우라질, 내 눈은 부엉이 눈이 아니었음을 - 아니다, 잘난 척에 절어 있던 흑역사의 복판쯤이라 해두자. - 그래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마음 편하자고 목에 쇠줄을 걸고 바짝 마른 바람을 맞으며 나선 후미진 뒷골목 투어도 어제의 감흥은 없었지. 미안타 미안타, 왜 그리 미안함만 쌓여 가는지. 지하철 창문에 비친 서러운 얼굴이 깨어 있는 꿈속을 박차고 들어와 멱살잡이해도 내 탓이지. 뭐 하나 내 탓 아닌 게 없지. 당신의 눈물부터 간발의 차로 놓친 버스까지, 재수 없음이나 안 풀리는 모든 하나하나가 다 내 탓이지. 어쩌겠어 당신의 생각이 참이면 참인 것을. 그거라도 위안이 된다면 다행이고 그래도 안 풀리면 되새김질하면 되지. 그자?
우라질, 사랑만 하다 뒤져라.
°
첫댓글
우라질,
그래도
기다릴 때가
행복하였다. ㅎㅎ
그런가요?
ㅠ
맨 위의 사진을 보고 홍범도 장군님이신 줄~~~ ^^
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