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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 림
단편
◈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의 늪.
은영은 집 앞에서 이상한것을 주웠다. 퇴근길이었고, 인기 드라마 방영 시간을 조금 넘긴 귀가시간에 초조해하며 집에 들어가려는데, 무언가 커다란게 몸을 동글게 말아 집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은영이 이런곳에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하고 툭툭 치자, 그것이 천천히 일어나 은영을 내려다 보았다. 키가 큰 남자였다. 새하얀 피부의 그가 빨간 라이더 자켓을 걸친채, 은영을 내려다보다가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가 갈곳이 없어서 그런데, 잠시 이 집에 묵어도 될까요? 은영은 그 남자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새하얗고 티없는 쌀뜨물 피부에, 검고 깊은 눈동자. 거뭇한 눈가에 높게 솟은 코, 게다가 하얗게 질린 입술. 꽤나 오랜 시간 밖에서 떤 모양이다.
“ 아니요. 여자 혼자 사는 집이어놔서, 죄송합니다. ”
은영의 시선이 잠시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에 머물렀다. 예. 그렇군요.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를 등지고 미련없이 집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불쌍한 눈빛으로 의기소침하게 서있는 그 남자는 은영을 쉽게 뒤 돌아 서지 못하게 했다. 씨. 입술을 깨물던 은영이 드라마 방영시간이라는것을 깨닫고, 눈에 띌 만큼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 몇일만이라도 부탁드려요. ”
남자가 어물어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은영이 입술 각질을 앞니로 물어 뜯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걍쉽게 생각하자. 은영이 짐짓 아량 넓은 척, 눈을 밑으로 내리 깔며 말했다.
“ 들어오세요. ”
“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제가 제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문을 따고 들어온 은영이 쫄래쫄래 따라오는 남자에게 뚱한 표정으로 말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그런 은영을 보며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아, 잘생겼다. 드라마 속 주인공 뺨을 치고도 무참히 짓밟는 남자의 얼굴에, 은영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쥐었던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 뭔데요? ”
“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시면 안돼요. ”
주변을 둘러본 남자가 조심스레 말하고, 은영은 덜컥. 겁이 났다. 뭐야, 설마 탈북자라도 되나? 아니, 간첩? 그것도 아니면, 범죄자?
“ 사실, 전 뱀파이어에요. ”
탁. 긴장의 끈이 풀렸다. 알고보니 정신병자인가 보다. 은영이 김 샜다는 얼굴로 귀를 후볐다. 아, 예.
“ 진짠데. ”
“ 예.예. ”
“ 진짜에요. ”
꽤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우기는 뱀파이어씨를 물끄러미 응시한 은영이 무심하게 툭. 말을 내뱉었다.
“ 그럼 박쥐로 변해봐요. ”
“ 그런건 못하는데.. ”
“ 뭐야, 그럼 내 생각 읽어봐요. ”
“ 그것도 못해요. ”
수줍은듯 웃는 남자를 뭥미? 하는 눈으로 바라본 은영이 대충 생각하자. 하며 시선을 그 남자에게서 리모컨으로 돌렸다. 그리고 시선을 리모컨에 고정시킨채, 웅얼웅얼 말했다.
“ 책같은거 보니까 생각도 읽고 빨리 달리고 그러던데. ”
“ 그건 책이니까요. ”
“ 그럼 뭐 할수 있는데요? ”
“ 예? 음... ”
은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남자가 꽤나 오랜시간 고민했다. 그 모습을 본 은영이 틱. 티비를 켰다. 드라마에선 여자가 남자를 끌어안은채 오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은영이 꽤나 집중하는데, 아하! 하더니 뱀파이어씨가 입을 열었다.
“ 이빨 보여드릴게요. ”
떨떠름한 표정으로 은영이 시선을 다시 남자에게 고정시켰다. 그런 은영에게 이- 이를 벌려 보여주는 남자의 노력이 눈물겹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칭! 효과음을 내며 빛났다. 은영의 표정은 여전히 떨떠름했다.
“ 우와. 대단하네요. ”
전혀 대단하지 않네요. 같은 말투로 은영이 무심히 말하고, 다시 시선을 티비로 돌렸다. 왠일인지, 이번에는 드라마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남자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꽁알거렸다.
“ 피 먹고 혈액형도 맞출수 있는데. ”
“ 됐거든요. ”
“ 아, 이런것도 있는데. ”
난데없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는 남자때문에 은영이 흠칫. 티나지않게 놀랐다. 그 남자가 천천히 내쉬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숨결이 은영의 코 끝에 와 닿았다. 그리고 남자의 흰 손이 불쑥,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이내 은영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남자가 힘주어 자신의 송곳니를 뽑아낸다. 피는 나지 않고, 그 빈곳에서 스멀스멀 날카로운 이빨이 자라났다. 아프긴한지,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 신기하죠. ”
“ 계속 새로 나요? ”
“ 네. 무기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
“ 무기? ”
“ 전 이빨로 사냥을 하니까요. ”
어느새 송곳니가 완벽하게 자라난 남자가 부끄러운듯 뒷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벙쪄있는 은영의 손을 잡고 송곳니를 내려놓았다. 얼음처럼 차갑다.
“ 부서지지도 않고, 되게 날카로워요. 선물이에요. ”
불투명한 흰색의 송곳니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야 할 듯 싶었다. 세상에, 살다보니 이렇게 기이한 일도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점점 남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 은영이 남자에게 물었다.
“ 이름이 뭐에요? ”
“ 이름이요? 그냥 편하신대로 부르세요. ”
“ 뭔데요? ”
“ 루이 존 크리스토퍼 찰스 에드워드 주니어요. ”
좀 길죠? 맹한 표정으로 묻는 남자에게 은영이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상식의 범위를 깨부수지 않는것이 없는 남자다. 은영이 킥. 웃었다.
“ 그럼, 그냥 그쪽이라고 부를게요. ”
“ 예. 그러세요. ”
어찌되었든 상관 없다는듯 생글생글 웃어보이는 루이 존 크리스토퍼 찰스 에드워드 주니어가 상당히 마음에 든 은영이 찢어지게 입을 벌리며 하품하는 그를 보며 졸려요? 하고 물었다.
“ 네. 조금. 저 죄송한데, 여기 소파에서 자도 되나요? ”
“ 잠도 자요? ”
“ 네. 졸려서요. ”
은영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티비를 껐다. 그리고 툭툭. 소파를 쳤다. 고맙습니다, 정말 친절하시군요. 남자가 송곳니를 조금 드러내며 웃었다. 은영이 그럼 안녕히주무세요. 예의바르게 인사를 꾸벅, 해 보인뒤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 코고는 소리가 난다. 헐. 은영이 키득키득 소리 낮춰 웃었다.
다음날, 눈을 뜬 은영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목을 우득 우득 꺾었다. 아이고, 벌써 아침이구나. 배를 북북 긁으며 은영이 거실로 향하는데, 뱀파이어씨가 빨래걸이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거실 전면에 난 창으로 맑은 빛이 쏟아져 들었다. 그 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콧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모습에 은영이 잠시 멈칫. 했다.
“ 뭐하는거에요? ”
“ 아, 일어나셨어요? 빨래를 좀 널고 있어요. ”
“ 예? ”
“ 뭐라도 좀 해야할것 같아서요. ”
환히 웃으며 빨래를 탁탁 터는 남자의 모습에 은영이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밀린 설거지도 좀 부탁할게요. 그 말에 싫은 내색을 할 줄 알았던 남자의 표정은 오히려 밝았다. 예. 그럴게요.
“ 저, 출근해야되는데. ”
“ 아, 나갔다 오세요. ”
“ 그쪽은요? ”
“ 저도 조금있다가 나갔다 오려구요. ”
남자가 손에 은영의 검은색 브래지어를 들곤 순박하게 웃어보였다. 은영이 썩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그럼 믿고 나갔다 오겠습니다. 회사에 갈 준비를 10분만에 마친 은영이 발을 구두에 구겨넣었다. 잘 다녀오세요. 은영이 건네준 앞치마까지 멘 남자가 생긋 웃어보였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군. 은영이 고갤 끄덕이며 현관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 설거지 다 하면, 바닥도 한번 청소기로 밀어주세요. ”
“ 예, 그럴게요. ”
이번에도 남자의 표정은 밝다. 그에 반해 은영의 표정은 조금 더 뚱해졌다. 도대체가, 거절을 모른다. 은영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창문으로 뱀파이어씨의 머리통이 빼꼼히 보인다. 킥. 은영이 또 한번 웃었다. 회사에 도착한 은영은 평소처럼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것을 느꼈다. 그런 은영은 지금 까칠모드의 초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 이걸 지금 시안이라고 짠겁니까? 머리가 크면 그 머리로 생각을 좀 하세요. ”
“ 죄, 죄송합니다. ”
“ 그리고 박 팀장.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옷 꼬라지가 그게 뭡니까? 청춘 거지같이. ”
“ 죄, 죄송해요. ”
원래가 까칠하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까칠한 은영을 보며 사람들이 수근수근 떠들었다. 생리하나? 왜 저렇게 까칠해.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정말 악마같다.
“ 권 유진씨, 김 유의씨. 그렇게 잡담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짐 싸세요. ”
“ 예? ”
“ 상사가 마음에 안들면 말씀하세요. 친절히 잘라드릴수 있다, 이말입니다. ”
아닙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두 사람이 뒤 돌아서 마음으로 씹퉁거렸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오늘은 더이상 건드리지 말자. 남들이 그런 마음을 갖던지 말던지, 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그 한숨에 모두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정작 은영은 홀로 검은 오로라를 풍기며 손가락을 물어 뜯고 있었다. 그리고 은영이 결국 휴대폰을 꺼냈다. 집 번호를 누르는 은영의 검은 손톱이 재빨랐다.
“ 여보세요? ”
“ 뭐해요? 내가 시킨거 다 했어요? ”
“ 아, 지금 청소기 돌리고 있었어요. ”
“ 그래요? 음. ”
더 시비를 걸고 싶은데, 뭔가 걸 건덕지가 없다. 달콤한 목소리는 시비를 부른다. 은영이 눈을 굴리며 시비걸 거리를 찾고있는데, 건너편에서 남자가 옹알거렸다.
“ 저, 이제 나가봐야 할것 같은데. ”
“ 알았어요. 일찍 들어와요. 아니다. 나 퇴근시간 8시니까, 그 전에 들어와요. ”
“ 예, 알았어요. ”
“ 현관에 빨간구두 있죠. 그거 오른쪽에 열쇠 숨겨져있으니까, 그걸로 문 잘 잠그고 나가요. ”
“ 예, 알았어요. ”
“ 문은 밖에서 열쇠 꼽고 오른쪽으로 돌려야 잠겨요. ”
“ 예. ”
은영이 탁.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은영에게 집중되어있던 시선들이 황급히 제 자리를 찾았다. 의외로 뭘봅니까? 그런 태도, 근무태만입니다. 라고 시비를 걸 줄알았던 은영은 잠잠히 제 일을 할 뿐이었다. 동거라도 하나? 사람들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열쇠로 문 잠그는 법도 모를 바보랑 동거를 할 위인은 아니었기에 그저 조용히 궁금증을 접었다. 그리고 눈치없는 박 팀장이 입을 열었다. 자폭을 축하드립니다.
“ 누구, 친척분이라도 집에 오셨나봐요? ”
“ 아. 뭐.. 그건 아니고. 뭐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
한 여섯시쯤에. 엥? 의외로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은영을 본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랗게 떴다. 뭐지? 진짜 동거 하나봐. 남자친구? 사람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누가 됐던 간에, 불쌍하다. 그러건 말건간에, 은영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토도독, 토도독 치며 시계를 노려보았다. 여섯시 땡. 여섯시가 되자마자 짐을 챙겨 일어난 은영이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꽉 막힌 도로를 미친듯이 질주한 은영이 초 단시간 기록을 세우며 집 앞에 차를 난폭하게 주차했다. 그리고 집 앞으로 또각또각 걸어가 문을 벌컥.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제대로 잠궜군. 은영이 썩소를 지으며 핸드백을 뒤졌다. 엥? 그런데 없다. 열쇠가.
“ 쓰발.. ”
그래. 애초에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열쇠가 여러개일리가 없었다. 은영이 남자에게 넘겨준 열쇠는 이 문을 열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아.. 놔. 은영이 짜증난듯 시려오는 손을 비볐다. 확 열쇠 수리공을 불러? 은영이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성질 급한 은영이 114 버튼을 꾹꾹 힘주어 눌렀다. 예, 사랑합니다 고객님.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고, 은영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 루이 존 크리스토퍼 찰스 에드워드 주니어. ”
“ 예?.. 조금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고객님? ”
“ 루이, 존, 크리스토퍼, 찰스, 에드워드, 주니어. ”
“ ... 고객님, 그게 정확히 어떤.. ”
“ 아놔. ”
탁. 은영이 전화를 끊었다. 아, 추워. 이 싸람. 아니, 이 뱀파이어는 대체 언제오는거야. 은영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가 차에 들어가있으려 신경질적으로 또각이며 정원을 벗어나는 순간, 어? 낯익은 목소리가 은영의 귓가에 새어들었다.
“ 왜이렇게 일찍 퇴근하셨어요? ”
“ .. 일찍 끝났어요. 일이. ”
“ 아, 그렇군요. ”
정면으로 그와 마주쳤다. 은영이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게 보이지도 않는지 그 남자가 호호, 웃으며 그렇군요.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 빨리 문 열어요. ”
“ 예. 근데 왜이렇게 떠세요? ”
“ 그쪽이 늦어서요. ”
은영의 독기서린 말에 내포된 빨리 안열면 죽여버린다. 의 뜻을 눈치챘는지, 남자가 황급히 열쇠를 돌려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문을 열었다. 추우시죠, 전 추운지를 잘 몰라서. 걱정스러운듯 남자가 말하며 입고있던 빨간 라이더재킷을 은영의 몸에 덮어주었다. 훅, 차가운 냉기가 뻗쳐왔지만 은영은 내색하지 않았다. 어떡해. 남자가 보일러 온도를 마구 높인뒤, 은영의 곁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 왜 그렇게 떨어져있어요. ”
“ 아, 제가 몸이 좀 차거든요. 추우실거에요. ”
“ 따뜻한거랑 차가운거랑 하면 뭐가 이기게요. ”
“ 예? ”
난데없이 묻는 은영의 질문에, 남자가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죄송해요. 잘 모르겠네요. 하며 남자가 진정 미안하다는 표정을 했다. 그런 남자에게 은영이 따뜻한게 이겨요. 했다.
“ 근데, 아무래도 따듯한 물에 얼음을 넣으면 물이 차가워지니까, 찬게 이기지 않을까요? ”
“ 얼음에 따듯한 물을 부으면 얼음이 녹아버리잖아요. 그러니까 따듯한게 이겨요. ”
“ 그렇군요. ”
말도 안되는 은영의 말에 남자가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진지한 모습을 본 은영이 바보아냐? 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응시했다. 그러다가, 흠흠. 헛기침을 하고 은영이 까딱까딱, 손짓을 했다.
“ 그러니까 이리 와요. ”
“ 예, 그럴게요. ”
말만하면 예, 그럴게요. 예, 알았어요. 예, 그렇군요. 은영이 입술을 비죽대며 조금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손을 잡았다. 조금 놀라는 남자의 손은 정말 차가웠다. 은영이 자기의 온기가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더 꽉 쥐었다.
“ 그쪽같은 인간분은, 처음봐요. ”
“ 은영씨라고 해요. 인간분이 뭐야. ”
“ 예, 죄송해요. 은영씨같은 분은, 처음봐요. ”
“ 뭐가요. ”
“ 다들 절 무서워하시거나 피하시던데. ”
남자가 소심하게도 바닥을 내려다보며 웅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말을 안그런척하며 귀기울여 들은 은영이 피식. 웃었다.
“ 박쥐로 변신도 못하고 달리기도 느리고, 생각도 못읽는데다 눈치도 없는주제에. ”
“ 듣고보니 그렇네요. ”
아놔. 욕하면 좀 발끈하는 시늉이라도 해봐라. 은영이 이마에 잠시 빠직마크를 달고 있다가, 이내 그래. 이러려니, 저러려니. 하며 인상을 풀었다. 남자가 어느새 은영의 손을 마주잡고 있는것을 느낀 은영이 작게 웃었다.
“ 그나저나, 어디갔다왔어요? ”
“ 아, 식사좀 하고 왔어요. ”
“ 식사..? ”
은영이 되묻자, 남자가 순수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요 앞에 지나가는 혈액 수송 차량좀 털었어요. 한다. 헐. 그럼 안되잖아요. 하자 농담이에요, 하며 웃어보였다.
“ 농담도 할줄 아네요. ”
“ 예. ”
“ 안물어볼게요. 어떻게 밥 먹었는지. ”
“ 예. 고마워요. ”
남자가 수줍은듯 볼을 붉히며 웃었다. 정말 무서운 남자구나. 남자가 내 쉬는 숨결에 피비린내가 섞이어 있었다. 하지만 달큰한 체향과 섞이어 묘하게 좋은 냄새였다. 이제 안추우세요? 묻는 남자에게 은영이 말없이 기대었다. 서늘한 체온이 좋았다.
“ 따듯하네요. ”
그리고, 작게 말하며 자신의 어깨를 감싸주는 남자도 좋았다. 은영이 그 시원한 체온을 느끼다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쾅, 남자의 턱에 정수리를 박은 은영이 찔끔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누르며 남자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 아, 그리고 휴대폰 같은거좀 사요. 대체가 연락할 방법이 없어. ”
“ 예? 왜요? ”
“ 집에 문이 잠겨있는데, 연락할 법이 없잖아요! ”
“ 아.. 그랬군요. 죄송해요. ”
그런데 어쩌죠, 저 돈이 없는데. 남자가 난처한듯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은영이 그럼 내가 사줄게요. 하기도 전에 남자가 아하, 하더니 입을 열었다.
“ 그럼, 저 집에 있을게요. ”
“ 에? ”
“ 일주일에 한번꼴로만 식사하면, 그럭저럭 괜찮거든요. ”
“ .... 배고프지 않겠어요? ”
인간인 주제에, 뱀파이어의 공복감을 걱정하고 있는게 웃기긴 했지만, 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괜히 자기가 우기는것때문에 뱀파이어씨가 피해를 보는것은 싫었다. 그리고 뱀파이어씨가 부드럽게 웃으며 그런다.
“ 괜찮아요. 은영씨가 걱정하는것보단, 그게 더 좋아요. ”
“ .. 누가 걱정했다그래요. ”
“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그만 착각을 했네요. ”
걱정한 주제에, 걱정 안한척 하는 은영에게 뱀파이어가 난처한 얼굴로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그런 뱀파이어씨를 꽈악 끌어 안아버린 은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협박을 했다.
“ 그쪽 제가 잡은거니까, 도망가지 말아요. ”
“ 예? ”
“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그러니까, 괜히 나중에 힘들다고 도망가지 말라구요. ”
알.았.어.요? 한자한자 똑똑 끊어가며 말하는 은영에게 안겨있던 뱀파이어씨가 하하. 웃었다.
“ 예, 그럴게요. ”
몇달이 지나고, 은영의 퇴근시간은 점점 앞당겨졌다. 박 팀장을 포함한 모두가 올레!! 를 외치며 기뻐할 일이긴 했지만, 그 누구도 그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은영이 폭탄발언을 함으로써 모두는 경악에 물들었다.
“ 예...? 그러니까.. ”
“ 예. 다시한번 말하지만 남자친구를 소개할테니까, 오늘 회식합시다. 제가 쏩니다. ”
“ ... 아, 그러니까.. 그.. 저기.. 남자친구라고.. ”
“ 예. 뭐 잘못됐습니까? ”
잘못됐다고 말하는 순간, 모가지입니다. 라고 말하는듯한 은영의 말투에 모두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증조할머니 제사가 있는데... 말단 사원인 권 유진씨가 입을 열자, 은영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날아들었다.
“ 증조할머니 제사는 내일인것같네요.. 참여하겠습니다. ”
훌쩍. 유진이 눈물을 속으로 삼켜내는 사이, 은영이 썩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뚫어지게 시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또 나왔다, 저 똘끼. 사원들이 수근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여덟시가 될때까지 시계를 노려보던 은영이, 벌떡. 일어났다.
“ 자, 가죠. ”
“ 예? 아, 예예.. ”
앞장서서 포동갈비로 향하는 은영의 당당한 걸음걸이에 사원들이 또한번 수근댔다. 대체 얼마나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길래? 그리고 갈비집 앞에서 은영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남자를 본 사람들은 모두 다시한번 경악에 물들었다. 헐, 세상에. 저렇게 멀쩡한 사람이 왜?
“ 많이 기다렸어요? ”
“ 아뇨, 금방왔는걸요. 이분들이, 그 인원만 채우고 일은 더럽게 못한다는 그 직원분들..? ”
“ 예. 다들 뭣들하고 있어요? 얼른 들어가죠. ”
아니구나. 쟤도 또라이구나. 사람들이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다정하게 먼저 갈비집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뒷 모습을 멀거니 응시했다. 묘하게 어울린다. 두사람. 그날 회식에서, 은영은 그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춤으로써 경악의 대단원을 장렬히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수줍게 웃으며 뒷통수를 긁는것으로 닭살을 유발시켰다.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지옥같은 회식이 끝난 후, 은영은 당당하게 일찍 퇴근하기를 즐겨했다. 오늘 나 데이트 있어서 일찍 갑니다. 이런식?
일주일에 한번씩 사라지긴 했지만, 늘 은영을 기다리는 뱀파이어씨와 그런 뱀파이어씨를 보며 좋지만 틱틱대는 김 은영은 여전히 묘하게도 잘어울렸다. 뱀파이어씨는 여전히 집안일을 착실히 착착 잘 해냈고, 은영은 까칠하게 굴며 뱀파이어씨가 정성껏 개놓은 빨래를 발로 차기를 즐겨했다. 밤에는 거실에서 뱀파이어씨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같이 자기도 했고, 가끔 오는 휴일에는 유원지를 생전 처음가보는 뱀파이어씨를 데리고 바이킹을 타다가 안전바를 부숴먹기도 했다. 갈곳이 없어 헤메이다가 하필이면 은영의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뱀파이어씨나,
호기심으로 그를 대하다가 점차 아이러니하게도 선한 그의 모습에 빠져든 은영이나, 모두 그 날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두 사람은 지금 행복하다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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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이라는 제목과 전혀 무관한 소설이 나왔네요....;;;....ㅎㅎ...ㅋㅋ...ㅎㅎㅎㅎ...ㅋㅋㅋ....
그래도 나름 애정을 갖고 지른 단편이니만큼 예뽀해주ㅠ세염........^00^~
첫댓글 저도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ㅡ<
이상하게 뱀파이어라는 자체가 끌려요!ㅎㅎㅎ 잘 읽고갑니당!
재밌어요!!
행복하면된거죠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잘읽고갑니다!!!!!솔직히뱀파이어완소입니다큭^0^
오오!뱀파이어!!!좋아!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