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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 (流星雨)
글쓴이 : 유워레
하늘에서 별똥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유성우... 저 유성들이 떨어져 내릴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오빠는 말했었다.
나의 사랑하는 성우오빠를 다시 꼭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수인이는 두 손을 모아 하늘을 보고 기도를 올린다.
열여덟, 한참 나이에 저 하늘로 가버린 불쌍한 나의 오빠...
이제 기억 속에 오빠보다 한 살 더 많아져버린 수인이는 눈물을 글썽인다.
수인이는 어렸고 엄마의 안타까운 눈빛과 사랑을 받는 오빠가 미웠다.
오빠가 빨리 하늘나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적도 많았다.
아홉 살 수인이는 너무 어렸다.
오빠가 아파서 오빠를 돌보기에도 힘든 엄마는 수인이를 원치 않았다.
아이를 원치 않던 엄마와 곧 떠날 성우오빠를 대신할 아이를 기다리던 아빠를
갖고 산다는 건 아홉 살 꼬마에게는 가혹한 일이었다.
많이 밉고 많이 슬프던 나의 오빠 유성우...
성우오빠가 저 하늘로 가던 날 오랜만에 오빠는 산소호흡기도 없이
침대에 기대어 창 밖을 바라 보았다.
반짝하면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오빠가 말했었다.
"수인아... 저렇게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단다."
"정말?"
"응... 금방 또 떨어질거야 그건 수인이꺼다. 얼른 소원 빌어."
하늘에서 또 별똥별이 떨어졌다.
수인이는 제빨리 소원을 빌었다.
"빌었어?"
"응..."
"오빤 무슨 소원 빌었어?"
"수인이는 아프지 말게 해달라고... 행복하라고..."
“... ...”
"수인이는?"
"어? 난... 비밀..."
수인이는 그렇게 병실을 빠져나왔다.
왠지 성우오빠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일 줄 알았다면 제대로 인사라도 해볼 것을...
수인이는 병실 밖에 있는 외할머니에게 과자를 사달라고 졸라댔고
매점으로 향했다. 엄마와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오는지 서먹하게
오는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도 크게 손을 흔들며 과자 먹을 자랑을 했었다.
매점에서 수인이는 별모양 초콜렛이 발린 과자를 샀다. 할머니가 무릎이
아프다며 좀 걷자고 하셔서 함께 병원 위 하늘공원을 걸었다. 먹어도 된다는
할머니의 말에 아까부터 아끼던 그 과자를 열었다. 달콤한 초콜릿과 고소한
과자의 유혹에 수인이는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넣었다. 콩알만한게 맛은 엄청
좋았다. 수인이는 이번엔 손바닥에 서너개를 털어 입에 넣었다.
“수인이 그 과자가 그렇게 좋아? 아껴 먹는거 봐라...”
“응... 남겨야 해. 빨리 가자.”
“남겨야 해? 아낄려고? 할매가 다리 운동 끝나고 하나 더 사줄게. 얼른 먹어.”
“진짜?”
수인이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자 비로소 과자를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외할머니가 그 작은 공원을 반바퀴를 채 돌지 않았을 때 멀찍이 벤치에서
빈 과자봉지를 입에 대고 탈탈 털고 있는 수인이가 보였다.
“에구... 내새끼... 지 새끼는 돌보지도 않고...”
수인이는 과자를 다 먹자 빈 봉지를 벤치 옆 휴지통에 넣고는 쪼르르 할머니
곁으로 다가 왔다. 그리곤 할머니이 치맛자락을 잡고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할머니 꼭 매점 갔다 가야해! 별과자 또 사줘야 해!”
“알았다니까... 내새끼...”
외할머니는 언제나 수인이를 내새끼라고 불렀다. 언젠가 유치원을 끝내고
엄마의 손을 잡고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성우오빠에게 수인이가 심각하게
‘난 엄마, 아빠 새끼가 아니고 할머니 새끼야?’라고 물었을 때 성우오빠가
웃느라 엄마가 간호사 긴급 호출 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성우오빠가 호흡곤란
을 일으켜서 수인이는 그날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때부터 수인이는 성우오빠에게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성우오빠만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도 함께 자랐었다.
“이제 다 끝났다. 할매 무릎이 좀 풀렸으니 우리 내려갈까?”
“매점! 매점! 매점!”
“알았어! 천천히 가... 할매 무릎 아퍼!”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지하에 매점에 들러 성우오빠의 병실이 있는 5층으로 향했다.
새로 샀지만 이미 수인이가 반쯤 먹은 과자봉지를 정말 오랜만에 성우에게 내밀
요량으로 할머니가 천천히 가라는 소리를 무시하고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침대에 올려진 메모를 본 외할머니가 하얗게 질렸었다.
그리고 오빠의 장례식이 기억날 뿐이다. 수인이는 그렇게 떠나가는 오빠를
보지 못했다. 그저 차가운 땅 속으로 들어가는 나무상자 하나를 보았을 뿐이고
자신이 오빠가 꼭 건강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지 않아서 오빠가 가버린거 같아
정말 많이 오래 슬펐다. 다음 별똥별을 보면 꼭 오빠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려고
했는데...
오빠... 미안... 많이 미안...
수인이가 깡총거리며 뛰어 돌아 다니던 집 앞 놀이터에서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화를 냈다. 그저 오다가다 만난 인연만 부여잡고 헛살아서야 쓰겠냐며 호통을
치는 외할머니 앞에 엄마가 많이 울었다. 수인이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엄마의 울음이 너무 슬퍼 할머니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 엄마한테 왜 그래요! 할머니 미워!"
이제 고3이 되었으니 따로 공부할 방이 필요할거라면서 엄마가 내어준 2층
성우오빠 방은 이제 수인이의 방이다. 이렇게 성우오빠의 방에 들어와 창밖을
보자니 가슴에 슬픔이 차 올랐다. 이 예쁜 오빠 방 창가에서 오빠와 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오빠가 아직 아프기 전 수인이가
5~6살 때 성우오빠는 별자리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오빠 방에
놓여 있던 망원경을 통해 본 별자리들이 수인이에게만 보이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그럼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보이면서 성우오빠가 수인이를 무릎 위에 앉혔고
수인이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던 스케치북 위에 오빠가 직접 그린 별자리들이 빛났다.
안드로메다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울다가 그녀가 멋진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이겨내어 결국 행복하게 되었고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어린 수인이는 성우오빠가 페르세우스처럼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우오빠에게
이다음에 오빠랑 결혼할거란 말을 해대며 난처하게 만들었다. 수인이의 청혼을
번번히 재미있는 녀석이란 표정과 귀엽고 사랑스런 내동생이란 표정으로 무마시키는
성우오빠에게 심술이 난 적도 있었다. 엄마에게 성우오빠랑 결혼을 하면 안되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빠랑도 안된다더니 오빠랑도 안된다니 수인이가
심술이 나서 엄마가 커다란 돈까스를 튀겨줄 때까지 현관 옆 작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었다.
“성우오빠...”
수인이는 오빠가 죽고 10년도 넘어서 성우오빠의 물건을 다 치우며 엄마가 얼마나
울었을까를 생각했다. 수인이가 학교에 갔을 때 틈틈이 정리를 했나보다. 이렇게
선물 받은 성우오빠의 방을 둘러보자니 새로 꾸민 방 위로 오빠의 방이 겹쳐졌다.
저 창가엔 하늘색 커튼이 있었고 벽은 온통 우주 무늬 벽지가 있었다. 저기 저
선반 위엔 로봇들이 있었고 그 아래 침대는 지금 놓여진 침대보다 조금 더 작았다.
어려서부터 쓰던 침대 아래로 발이 나오자 엄마가 곧 바꿔야겠다고 말하던 날 오빠는
병원 응급실로 갔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몇 년을
보낸 오빠는 이 방이 많이 그리웠을 것 이다. 수인이 다시 바라본 창가 옆에는 오빠의
책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상은 그대로이다. 지난 10년 전 마지막으로 이방에
들어와 죽은 오빠의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다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어서 나왔던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수인이는 이 방에 다신 들어오지 않았었다. 가끔 엄마가 혼자
이방에서 소리죽여 우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2층은 화장실과 작은 거실 그리고 오빠의 방으로 구성된 오빠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앉아 있는 마룬인형이 보였다. 오빠를 묻고 돌아온 저녁 수인이를
가슴에 꼭 묻고 서럽게 울던 엄마가 떠올랐다. 간간히 아빠가 이젠 그만 포기하자며
엄마에게 화를 낼 때처럼 엄마는 오래 오래 서럽게 울었다.
엄마가 우는게 너무 슬퍼 수인이도 엉엉 울었고 울다 지친 수인이가 눈을 떴을 때
아빠는 마룬 인형을 내밀었다. 막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별똥별을 보며 생일인데
꼭 갖고 싶다고 빌었던 그 인형을 보자 수인이는 다시 눈물이 났다.
아빠는 생일 선물을 오랜만에 받은 수인이가 기뻐서 우는 줄 알았겠지만
수인이는 성우오빠에 대한 미안함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10년 전
죽은 성우의 방에서 그림을 그리다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를 피해 그 방을
나올 때 놓고 나온 마룬인형이란 걸 깨달았다.
수인이는 그 인형을 짚어들고 오빠의 롯봇들이 있던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페르세우스가 없네. 안드로메다야. 당분간 혼자 지내렴. 그가 찾아올 때 까지...”
그러고 보면 성우오빠가 그렇게 가버리고 수인이는 성우오빠에게 너무 미안할만큼
부모님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수인이가 유일하게 축하받지 못하는 건 오직
자신의 생일 뿐 이었다. 불쌍한 성우오빠가 저세상으로 가버린 날이 수인이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수인이가 있다는 걸 잊고 계신거 같았던 엄마와 아빠는 이제 수인이가
금방 사라질 것처럼 걱정을 하시며 수인이를 바라 보았다. 그 지나친 관심에
때론 수인이가 힘들어 한다는 걸 아실지 모르겠다. 그래도 무관심 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성우오빠가 누렸던 그 관심과 사랑이 좋으면서도 오빠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수인이는 성우오빠를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자신의 방이 된 이 낯선 공간에서 수인이는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마음껏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똑똑
수인이의 방 문이 열렸다. 엄마가 들어온다.
"수인아, 저녁 먹자."
"네..."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 아빠가 오늘도 수인이가 좋아할 만한 과일을 사서
들어오셨다고 했다. 얼른 먹고 무슨 과일인지 열어 볼 요량으로 수인이는 열심히
먹고 있다.
"내일... 성우 산소에 가요. 지난 번 기일에 못..."
"도대체... 언제까지 성우, 성우할거야!"
"여보!"
"솔직히 나도 마음은 아퍼. 그렇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 아이를..."
"수인이가 듣잖아!"
"수인이도 이제 알아야지! 이제 고3이라고! 한참 공부해야 할 아이를 데리고 어딜가!
내일 수인이 생일인건 기억해? 수인아! 아빠 딸은 수인이 밖에 없어!"
"여보!"
"엄마 아빠가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성우를 입양했었어.
그러니까 성우는 니 오빠가 아니야. 그러니 이제 성우 기일 챙기고 성우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그만 해도 돼! 내일 수인이 생일인데 우리 어디 갈까?"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가슴으로 낳았다며! 가슴으로!"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더 어떻게 해? 부모자식으로 묶여서 병원비, 뒷바라지...
당신 수인이한테 물려줄 거라곤 이 집 하나 남은거 알아? 당신 친딸 생일도 까먹고
병원에서 울고 불고 해도 나 그냥 있었어. 그렇지만, 이젠 죽은 아이잖아! 그만해!"
수인이가 벌떡 일어났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당황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했다.
"성우오빤 그냥 성우오빠잖아. 그냥 성우오빠니까 슬픈거야. 엄마랑 난 갈래."
수인이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올라 갔다. 성우오빠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다시 들었다. 창 밖으로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더 잘 해줄걸...
불쌍한 성우오빠... 오빤 영원히 이 사실을 모르고 거기 있길 바래...'
말없이 차를 몰고 가는 아빠와 그 옆에서 창밖만 보는 엄마를 보다 수인이는
조용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나무들 사이로 검은 형체가 휙하고 지나간다.
뭐지? 또다른 검은 형체가 휙하고 쫓아간다. 번쩍!
다음 순간 쫓기던 형체가 사라졌다. 그 번쩍이던 칼을 등뒤로 꽂아 넣으며 수인과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은... 성...우...오빠?
수인이 너무 놀라 믿을 수 없는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고 이젠 그 자리마저 달리는 차로 인해 보이질 않는다. 너무 많이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진짜 성우오빠라면 저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서있지 않았을 것이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싸늘한 표정과 검은 가죽 옷으로 위 아래를 감싸고 있는 그
모습은 이세상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서늘했다.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던
그 긴 머리는 검은색이 아닌 희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수인은 한기를 느끼며 자신의
팔뚝을 양손으로 비볐다.
'아닐거야... 그냥 잘못 본 걸거야...'
그렇게 성우의 무덤가에 도착을 한 세식구는 간단하게 과일과 마른 오징어를 놓고
성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인이 들고간 하얀 국화꽃 한다발을 애처롭게 남겨두고
올때와는 달리 서로에게 사과를 하는 부모님을 보며 수인은 기분 좋게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수인은 피로를 느꼈고 자신도 모르는 체 잠이 들었다. 부모님이 도란도란
성우오빠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는 자장가 소리 같았다. 간간히 성우가 이제
막 태어난 수인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수인이는
기억에 없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수인이 눈을 떴을 때 성우오빠를 꼭 닮은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눈앞에 대여섯 대의 차들이 흉측하게 찌그러지고 뒤틀려서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 있던 뒷자석 문이 통째로 어디론가 날라가버린 온통 일그러진
아빠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엄마 아빠가 보였다.
수인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수인이 정신을 차리자 병원응급실이라며 가족을 찾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간호사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수인은 자신의 엄마 아빠가 죽어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간호사를 붙들고 물어보자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곧이어 도착한 외할머니 품에 안겨 한없이 울었다.
수인이는 퇴원을 하고 부모님의 장례를 치른 후 흰상복을 입은 채 집으로
들어섰다. 할머니가 함께 지내줄지를 묻자 수인이는 고개를 젖는다.
"할머니... 혼자 있고 싶어요..."
할머니는 수인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재혼을 하셔서 새로운 가족이 있었다.
그런 할머니는 수인이도 아주 가끔 보았을 뿐이다.
"그럼, 수인아, 문단속 잘하고 잘 자렴."
"네. 할머니... 걱정 말고 가요."
수인이는 할머니를 배웅하고 문을 이중으로 걸어 잠근다. 이제 이 집에는
수인이 혼자 밖에 없단 생각이 들자 무섭기도 하다. 수인이는 방방마다 돌아
다니며 불을 환하게 밝혔다. 좀 낫다...
수인이는 갈증을 느껴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냈다. 냉장고 문을 닫는 순간
수인은 유리병을 떨어뜨렸다. 물이 깨어진 유리조각들 아래로 흥건하다.
"조심해야지..."
"성...성우오빠?"
"성우?"
성우오빠는 수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되물었다. 수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 성우라고 부르겠단 말인가? 성우? 넌 이름이 뭐지?"
"유수인..."
"그럼 난 성이 뭐지?"
"유... 유성우..."
"유성우?"
수인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가?
"내 이름은 미티어야. 뭐 여기서 지내려면 성우란 이름도 나쁘진 않군..."
"미티어? 그럼, 당신은 누구세요?"
"성우라며?"
수인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간단히 말하지. 우린 너희와 같은 존재이면서 다른 존재야.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조상들은 극심한 환경오염을 일으켰고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게 되었지.
그때 이곳이 정화된다면 혹시라는 기대로 우리의 유전자를 남겨뒀고 그게 진화를
거듭해서 우리와 비슷한 형체가 되었지. 너처럼..."
"나처럼?"
"그래. 너희들은 우릴 정말 많이 닮았더구나. 조만간 다시 이 별을 못쓰게 만들겠어."
"여긴 왜 왔어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도망자들을 모두 잡았지..."
"그럼 돌아가야하지 않나요?"
"오늘 내 동료들은 이곳에서 다른 별로 너희 말로 별똥별이 되어서 떨어졌지."
"당신은?"
"난 휴가기간 동안 여기 있을거야."
"휴가?"
"임무 완수에 대한 보상..."
"아... 근데 왜 여기?"
"몰라. 그건 니가 말해줘야 해."
"제가요?"
"그래. 니가... 날 왜 남게했는지..."
알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수인은
우선 부모님의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아무것도 함부로 만지지 말란 당부를 하고
수인은 그 방을 나왔다. 수인이 방을 막 벗어나서 문을 닫으려고 안을 보았을 때
그는 등에 칼같은 그 무기를 막 내려서 침대 곁에 내려놨다.
"너무 원시적인걸? 뭐가 우릴 탄생시킨 위대한 문명이란거야?"
수인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의 집에 있는
저 존재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왔다면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그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성우오빠가 보내 준 별똥별에 대고 빌어본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느꼈다. 하늘에서 찾을 수 없는 페르세우스자리를 찾아보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지난 번처럼 하늘에서 유성우(流星雨)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오늘따라
저 별똥별들이 슬프고도 아름답다. 자신의 부모님이 좋은 곳으로 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어보며 수인은 자신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닦아도 닦아도
멈춰지지 않는 눈물처럼 계속해서 쏟아지는 별똥별들을 보기 위해 여기 저기
이웃들의 유리창이 열리고 있다.
-------- 그냥 끄적 끄적...
저번에 별똥별 때문에 나라가 시끌 시끌할 때 쓰다가 말았던거...
이번에 다시 연재용으로 쓰다가 결국 포기 했어요~ 너무 만화 같아서...
도입부가 아까워서 단편으로 손봐서 올려 봅니다...
미티어는 그냥 꿈이었다고 생각을 해도 괜찮겠죠? 저 하늘의 별은 어차피 꿈 같은 이야기니까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첫댓글 우와 ...저같은 경우는 소설 하면 로맨스만 생각해왔는데 이런 내용도 좋네요.
미티어라.. 만약 그게 꿈이 아니었다면 그 둘이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요 ㅎㅎ
왠지 궁금한데... 미티어라... 그 사람 은근히 무서우면서 재밌을거같기도..근데 순간 소름이 쫙~~ㅠ
계속연재가힘드시더라도번외를써주시면안돼나요?너무배경이광활해져서기대했는데;;ㅋㅋㅋㅋㅋㅋ괜한기대가아니였으면좋겠는데;;ㅋㅋㅋ(압박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