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간만에 엔진톱 작업을...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초열흘날
허허~~~
오늘이 소설(小雪)이네!
24절기 중 스무 번째요,
겨울 절기 중 두 번째이다.
첫눈이 내린다는 의미지만
이 산골은 이미 첫눈이 내렸다.
오늘 눈이 내린다는 소식은 없다.
이른 아침 기온은 영하 7도,
장독뚜껑에 고인물이 바짝 얼었다.
눈 대신 서리가 내려 온통 하얗다.
어제는 일을 시작했다.
한동안 이래저래 잘 놀고 먹었다.
간만에 엔진톱 작업을 해보았다.
마을 아우가 전지작업에서 나온 나무,
잣나무 가지를 장작집앞에 잔뜩 갖다놓아
토막내기를 하느라 엔진톱을 들었다.
꽤 많은 양이라서 하루에 자를 수 있을까?
쉬엄쉬엄 하다보니 진도가 늦기는 했지만
해질녘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꽤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몸이 기억을 하고
엔진톱을 사용하는 요령도 꽤 많이 늘었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능수능란하게 잘한다.
허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 엔진톱 작업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조심조심,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되는 일...
오래전 마을 아우로부터 엔진톱 사용법을
배웠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꽤 어렵다.
나무 종류에 따라, 나무결에 따라, 옹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무통 크기에 따라
힘을 주는 것이 모두 다르다. 요령도 없이
막무가내로 막 자르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엔진톱은 나무를 고속으로 자르는 것이라
자칫 잘못을 하면 나무가 그냥 튀어오른다.
안전에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그동안 많이
다치기도 했다. 순간의 실수로 인한 부주의,
엔진톱의 성질을 잊고 자만했던 결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베어놓은 나무를 토막내는
작업은 어느정도 능수능란하게 잘 하긴 한다.
하지만 서있는 나무를 베는 작업은 아직까지
서툴다. 작은 나무는 그런대로 자빠뜨리기는
하지만 키가 큰 잣나무, 낙엽송, 아카시아나무
그리고 참나무를 베는 일은 엄청 겁이 난다.
요령에 따라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을 정하고
그 쪽을 먼저 삼각형 틈을 낸 다음 반대쪽에서
엔진톱을 들이대고 베어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워낙 밑둥이 커다란 나무는 엔진톱이
끼어 애를 먹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커다란 나무를 베는 건 마을 아우에게 부탁을
하곤 한다. 오히려 아우가 먼저 베어야 한다며
베어야 할 나무를 정해놓는다. 농한기에 와서
이 나무 저 나무는 베어주겠다고 손짓을 했다.
머잖아 한이틀 날을 잡아 올라오겠다고 했다.
이번엔 큰 나무 베는 요령도 배우며 실습 삼아
한번 해볼 참이다.
어찌되었거나 어제 하루에 토막내는 작업은
마무리했고 이제 통나무를 쪼개는 일이 남아
있다. 다음은 장작집에 쌓아놓는 일이 남았다.
바쁠 것 없으니 시나브로 쉬엄쉬엄 해야겠다.
엔진톱 작업을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면서
이서방이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를 보여줬다.
멀리 영주에서 막내처제가 언니들, 형부들이
고생많다며 갈비탕을 보내왔다. 요즘은 정말
좋은 세상이다. 맛있기로 소문난 갈비탕집의
갈비탕을 집에서도 먹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마음씀씀이가 곱디고운 우리 막내처제 덕분에
산골집에서 유명한 음식점의 갈비탕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이래저래 요즘은 아우들 덕분에 호사를 누린다.
추워지는 겨울이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뜻하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겨울로 가고있는
평창의 풍경이 고즈녁 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 가득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겨울속으로
푹 빠져들기 일보직전이죠.
겨울은 겨울대로
맛과 멋이 있을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 벽난로 땔감을 완벽하게 준비하셨으니
부자...시네요.
우리네 어릴적
겨울이면....양옥집 지하
창고에 연탄가득 채우고
장독대 항아리 마다
김장김치 종류별로 채워
놓으시곤 겨울준비 다했다고 말씀하시던
하늘에 계신 엄마생각이
납니다....^^ㅠ
그시절이 좋았던거 같습니다...^^
그렇지요.
산골부자,
장작부자,
마음부자...ㅎㅎ
그땐 그랬죠.
연탄 들여놓고
김장독 채워놓고
쌀 한 가마니 들여놓으면
겨울 넘기는 준비끝이었죠.
어머님 생각,
이 촌부도 수시로 합니다.ㅠㅠ
윙~~~
엔지톱의 위협적인
기계 소리와 톱날이
생각만으로도
무섭네요.
웬만하면 큰 나무들은 선수분들께 맡기심이 어떨까요.. 장작집에 장작들이 그득하니 천천히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시길요...
차가운 날씨에
따끈한 갈비탕이
맛나겠어요.
먹는 기쁨도
큰 기쁨이지요~ㅎ
엔진톱은
편리하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지요.
조금씩 숙달이 되면
뭔든 해보고 싶은 욕망이...
조심조심,
또 조심!
늘 조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