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센추리온을 "숏(Sho't)"이라고 부르며 말 그대로 마르고 닳도록 사용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시기 이스라엘의 후견국은 영국이었는데, 경제난에 시달리던 영국은 센추리온의 후계가 될 신형 전차 공동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재고 센추리온 전차 매각처를 찾고 있었고, 이스라엘이 사실상 센추리온의 후계 전차인 치프틴 개발계획에도 참가하면서 그 보증 격으로 센추리온 100여 대를 구입한 것이 도입의 시작이다.
중고 셔먼만 쓰던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도입한 새 전차라 이스라엘군은 도입 당시만 해도
야 신난다!를 외쳤지만, 도입 이후 운용해보니 결과는
망했어요. 센추리온의 20파운드 포는 장거리에서의 명중률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장거리 전차전이 주가 되는 당시 이스라엘 상황에는 전혀 맞지가 않았고, 가솔린을 쓰는 미티어 엔진은 항속거리가 꽝인 데다, 하다 못해 엔진 필터조차 중동 환경에 안 맞아 먹통이 되었으며, 트랜스미션은 사막에서 퍼지기가 일쑤였다. 결국엔 시리아의
4호전차와
4호 구축전차에게 당하는 굴욕까지 당하고 전차병들이 차라리 셔먼을 타겠다고 할 지경이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일단 전차포를 센추리온 후기형에 쓰인 105mm 포로 교체했고, 이렇게 바꾼 전차포를 이용해 3차 중동전 당시 골란 고원 등 기동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전장에서 써먹었다. 3차 중동전 이후엔 대대적인
마개조에 돌입, 엔진을
M60 패튼용인 AVDS-1790-2A로 갈아엎고 트랜스미션까지 미국제 Allison CD850-6로 바꾸고 조준기도 바꾸고 2세대 전차 수준의 주포 안정기까지 탑재한 결과
껍데기만 센추리온인 아에 다른 전차가 되어버렸으며, 이런 마개조 덕에 4차 중동전 당시에도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개조를 했음에도 현가 장치 등의 문제로 기동력에선 문제가 남아 있었으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기동전에서는 센추리온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일단 있으니까 투입한 정도. 4차 중동전 시점에선 문제가 되던 기동력을 상당폭 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센추리온을 거의 거점 수비용으로 돌리고 기동부대용으로는 M48이나 M60 패튼, 심지어 마개조한 슈퍼셔먼을 더 선호했다.
반론 : 4차 중동전 당시 전략예비인 7기갑여단이 주로 센츄리온을 장비하고 있었는데, 거점수비용에만 투입했다고 하는건 좀 편견으로 보인다. 반격에 투입된 동원예비 "펠레드" 기갑사단이 셔먼으로 무장하고 있긴 했지만, 그건 기동전이라 셔먼을 투입한게 아니라, 동원부대라서 그런거 아닌지. 7기갑여단도 반격에 포함되었는데. 근거가 부족해보인다.
이후
반응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개조모델 "벤구리온"으로 80년대까지 현역에서 운용했으며, 위의 사진처럼 포탑을 떼고 보병 탑승공간을 마련한
IFV 버전 및 전투공병차 버전은 현재까지 계속 쓰고 있다. 그래도 타고난 저속때문에 T-55를 바탕으로 개조한 유사 차량에 비해서 사용빈도는 적다고 한다.
한데 이런 센추리온의 마개조 작업은 그대로 이스라엘의 전차 제작 노하우가 되었고, 그 때문에
메르카바의 제작은 이런 개조 센추리온이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센추리온의 우수한 맷집은 적어도 승무원들에게는 상당한 믿음을 샀다. 실제로 4차
중동전쟁 당시
M48 패튼은 AT-3
새거 미사일 등에 피격시 포탑 유압계통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인화해서 전차가 불덩어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승무원들도 불타죽어서 이스라엘 전차 승무원 스스로가 소사체 운반차(Movil Gviyot Charukhot)라는 끔찍한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는데 반해 센추리온들은 대부분 최소 1회 이상 피탄되었음에도 단기 수리를 거쳐 전선에 돌아올 수 있었고, 승무원 사상율도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골란 고원을 사수해내
핵전쟁을 막은 77 전차대대도 센추리온을 사용했다. 이스라엘군이 센추리온을 거점수비용으로 선호한 데에는 이런 문제도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