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달린 꽃이 낙지 빨판 같아… 타박상 치료에도 쓸 수 있대요
낙지다리
여름철 꽃이 빽빽하게 달린 모습이 마치 낙지의 다리 같은 식물 낙지다리(왼쪽)와 꽃을 확대한 사진. /국립생물자원관·위키피디아
식물의 생김새를 잘 표현한 재미있는 이름을 꼽는다면 요즘 꽃이 피는 ‘낙지다리’가 생각나요. 이 식물 이름은 줄기 끝부분의 꽃차례(꽃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있는 상태)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꽃줄기마다 꽃이 촘촘히 달리는 모양이 마치 낙지 빨판처럼 보여서 붙여졌다고 해요. 꽃이 진 다음 열매가 달린 모양도 영락없이 낙지 다리 같죠. 사실 낙지다리는 화려하고 예쁜 꽃이 피는 식물이 아니어서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엔 부족하지만, 꽃이 피기 시작하는 요즘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으로 갈라진 꽃차례 위쪽으로 꽃이 치우쳐 달린 모양이 낙지 다리 같아서 정말 신기해요.
낙지다리는 높이 30~70㎝ 정도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줄기가 길게 뻗으면서 자라요. 땅 위로 올라온 줄기는 곧추서며 연한 붉은빛이 돌아요. 잎은 길이 5~11㎝, 너비 1㎝ 내외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어요.
꽃은 6~8월에 줄기 끝에 사방으로 갈라진 꽃차례에 위쪽으로 치우쳐서 빽빽하게 달려요.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은 지름 5㎜ 정도로 작아 꽃인지 열매인지 구별이 어려워요. 꽃 피는 여름에는 줄기 윗부분이 황백색으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고 열매가 익는 가을엔 아름다운 붉은빛으로 변하죠.
꽃받침은 연한 녹색으로 끝부분이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삼각형이에요. 보통 꽃잎은 없고, 암술은 5개로 중앙으로 합쳐져 있어요. 암술대도 짧아 꽃 모양이 정말 낙지 빨판처럼 보이죠. 연한 노란색 수술은 10개로 꽃받침 밖으로 약간 길게 나와요. 9월이 되면 뚱뚱한 별처럼 생긴 열매가 붉은색을 띤 갈색으로 익으며 위쪽이 벌어지면서 많은 씨앗이 떨어져요.
낙지다리는 낙지다리과(科) 낙지다리속(屬)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2종만 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극동 러시아 지역에 1종, 북아메리카 동부 지역에 1종이 자라요. 이 두 종은 모양은 아주 비슷하지만 북미 지역 낙지다리는 잎 길이 18㎝, 너비 5㎝까지 자라 더 길고 넓다는 게 차이점이에요.
낙지다리는 예전부터 약으로 쓰였어요. 한방에서는 황달, 간염, 타박상, 부인과 질환에 사용했어요. 최근에는 강장제와 타박상 치료제 원료로 개발하고자 식물 전체의 상세한 특성을 조사한다고 해요.
낙지다리는 연못이나 도랑 같은 습지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습지 식물이에요. 예전에는 전국 습지에 흔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개발 사업으로 습지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전국적으로도 매년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