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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 올리는 보고서
“토요일 저녁에 시간 되세요? 제가 괜찮은 레스토랑을 아는……아~씨. 이것도 아니야.”
“흠흠. 토요일 저녁을 저에게 주십쇼.”
“……이건 좀…느낌이 그렇다. 씁~. 토요일에 저녁식사 대접하겠습니다! …너무 딱딱하잖아.”
“토…토……토요일 밤에~♬ ………에씨.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젠장!”
화창한 금요일 오전, 출근하기 몇 시간 전부터 일어나서
양복입고 거울 앞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나.
혼자 거울 보며 혼잣말은 기본이고 거울 속 자신에게 느끼한 눈빛교환, 윙크,
이리저리 알 수 없는 손짓, 마이클젝슨의 문워크부터 손담비의 토요일밤에까지.
…이런 것들을 반복하다 결국 머리를 쥐어 뜯는다.
“잉? 7시?! 악!!!”
이 동네의 버스는 더럽게 늦게 와서 7시 5분 차를 타지 못하면 지각이라고!!!
오늘 특히 더 정성스레 맨 넥타이가 휘날리게 정류장으로 뛰었건만,
눈 앞에서 매정하게 출발해 버리는 버스!
“버스! 어이! 기다려!! 안돼!!!”
‘부릉-.’
안…돼……. 젠장……. 또 지각하면 이번엔……정말 월급 깎이는 건 고사하고 짤릴지도 몰라….
얼굴이 흙빛이 되어 정류장 표지판에 몸을 털썩 기대는 나다.
*****
살금…살금…….
“어이, 하정진씨.”
“!”
“그렇게 자주 기어서 출근하면 직장생활이 더 편안할 거라 생각하나 보지?”
젠장…. 하필 또 저 자식한테 걸릴게 뭐람……. 오늘 진짜 아침부터 제수 드럽게 없네.
“부, 부장님….”
“멋쩍게 웃지 말게나.”
“…….”
“대체 이게 몇 번째 지각이야? 어제 작성하라고 줬던 보고서는 엉망진창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단가!
이력서는 명문대 졸업에 명석한 두뇌라고 아주 그냥 빵빵하게 적어놨더만,
대체 뭐하는 건가? 면접 때 보여줬던 그 똘똘한 모습 어디에 갖다 버렸냐고!”
“……죄송합니다.”
“어제 그 보고서 사장님께 올릴 거였는데! …대체 뭐 하자는 건가?”
“사…사장님요?”
“그래, 이 사람아!자네 첫 출근 날 사장님 처음 뵙자마자 사장님한테
왜 그렇게 멍청한 모습만 보여드리는 건가?
아직 일개 사원이 지각도 밥 먹듯이 하고 말이야!
계속 이런 식이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회사 나오지 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부장님의 마지막 말에 번쩍 든 순간,
뒤에서 또 다른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앗, 사장님!”
사…장…님?
머릿속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주르륵 나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돌아봤다. 눈이 딱 마주쳐 버렸다.
정신이 다 혼미해진다.
“…하하…신입사원 한 명이 좀 신통치가 않아서….”
“……그래요? 일을 제대로 못하면 혼나야죠.”
“아…예….”
“그래도 근무시간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큰 소리 내는 건 자제해 주세요. 시끄러우니까.”
“……예, 사장님.”
“그리고, 어제 말했던 그 보고서 왜 아직도 제출이 안됐죠?”
“아, 그, 그게….”
부장님이 괴로운 표정으로 ‘정말 너 죽이고 싶다.’라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었다.
“한 시간 안에 갖다 드리겠습니다!”
“…뭐?”
그렇다. 내 입에서 튀어나 온 말이다.
황당하다는 듯이 ‘뭐?’라고 되물은 사람은 부장님.
무슨 배짱인지 사장님한테 등 똑바로 세우고 큰 소리로 외쳤다.
사장님은 내 기세에 조금 놀랐는지 나를 잠시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그러세요.” 라고 한 마디 하고는 휙 돌아 사무실을 나갔다.
사장님이 나가고 잠시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나를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다.
일부는 “괜찮을라나?” 라던가 “미친 거 아니야?” 라던가 “쯧.” 이라던가 하고 있다.
“자네……. 그래도 오늘까지만 특별히 봐주려고 했는데 아주 그냥 명을 재촉하는 구만.”
“…….”
“한 시간 안에 그걸 어떻게 하나? 하루죙일 해도 빡빡한 걸.”
“…할 수 있습니다!”
“참나…. 그려, 니 맘대로 어디 한 번 해 보세요.
자네도 봤다 시피, 사장님이 여자라서 마음이 여릴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게나.”
부장님은 포기했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고,
나는 그대로 내 책상에 가 앉아 컴퓨터를 켰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자료를 뒤적거리는 손이 떨리기까지 한다.
휴…. 진정하자. 이거야 말로 기회다!!!
‘후덜덜덜’
그래도 역시 떨리는 구만.
지금 시간은 오전 9시 40분.
9시 50분쯤 되니까 나름 몸도 머리도 차분해진다.
‘타타탁- 탁! 탁! 타탁!’
“…부장님, 이 친구 완전 딴 세상으로 가버렸는데요?”
“…완전 기계 같군.”
“역시 생명의 위협을 받으니까 사람이 달라지는 구만.”
10시 30분경, 내 뒤에서 직원들이 웅성웅성거리며 나를 구경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말대로 완전 딴 세상으로 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정진씨, 1시간 다 됐….”
‘벌떡!’
“다 했다!”
‘다다다!’
“……….”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급하게 인쇄된 문서들을 들고 사장실로 달려갔다.
내가 뛰어나간 후, 사무실은 또 다시 정적.
“저 녀석 지금 다 했다고 했냐…?”
“네…부장님….”
‘똑똑’
“들어오세요.”
역시나 살짝 높은 톤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또 말썽을 부린다.
악! 진정하자!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큰 사무실의 저 끝에 앉아 계시는 사장님을 마주했다.
책상 위에 ‘정은주’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한 마디로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립글로즈 때문인지 살짝 반짝이는 그녀의 입술이 벌어졌다.
“이리 가져오세요.”
그녀에게 가까이 갈수록 딱 부담스럽지 않은 향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꽃 향기는 아니고…무슨 향일까?
은은한 게 딱 그녀에게 어울리는 향이다.
나는 뚜벅뚜벅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내가 주는 종이 몇 장을 받아
그 자리에서 바로 뒤척였다.
“…….”
“…….”
잠깐 동안 종이 팔랑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에어컨은 무척이나 빵빵한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땀이 줄줄 나는지….
“이름이 뭐죠?”
“하정진입니다.”
순간 말 더듬을 뻔했다. 휴!
그녀는 종이를 향해 내리깔았던 눈을 날카롭게 치켜 떴다.
고양이를 닮은 그녀의 눈매가 나를 노려본다.
꿀꺽하고 침이 넘어갔다.
그녀는 그런 나를 잠시 관찰하는 가 싶더니, 이내 종이를 던져 버렸다.
“다시 작성해 오세요. 이번엔 삼십분 드리죠, 하정진씨.”
‘찰칵-‘
사장실 문을 닫고 나는 엉망이 된 서류를 삐뚤삐뚤하게 들고서 터벅터벅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부장님이 친히 나에게 물으셨다.
비웃음이 다분히 섞여 있는 질문이었다.
“직장 생활 끝났나?”
“아니오, 아직 30분 남았습니다….”
내 아리송한 말에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껏 궁금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고
자리에 다시 앉아 워드프로세서를 다시 켰다.
익…. 이렇게 되면 죽더라도 장렬하게 전사하는 거다!
나는 다시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부장님, 이 친구 손가락에서 연기가 나는데요?”
“……무서운 놈…. 그 녀석 아까 제출한 서류 좀 가져와 봐.”
뒤에서 뭐라고들 하면서 내 주변을 알짱거리든지 나는 알 바 아니었고
부장님의 말에 내 옆자리인 직원 한 명이 내 옆에 있던 아까 그 서류를 들고서
부장님께 가져갔다.
“흠…어디 보자.”
부장님 주변에 모두 다닥다닥 붙어서 내가 쓴 서류를 찬찬히 훑어 보더니
다들 얼굴 표정 변화가 가지각색이다.
“오, 아주 잘 했는데요?”
“그래프까지 완벽한데요?”
“이걸 1시간 만에 한 거라고?”
“저 친구 좀 똘똘하긴 한 가 봅니다…?”
나랑 서류를 번갈아 보며 신기하다는 말을 연발하는 사람들.
그런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서류를 찬찬히 보던 부장이,
“그런데……. 중간중간에 굵게 표시한 이 글자들은 뭐야?”
“네? ……어디, 어디.”
“……글자를 이어서 보면….”
“사…장님…토……요…일 저녁에……저녁…식…사…같이…해…요…?”
“……….”
단체로 정적. 그러다가 빵.
“푸하하하핫!!!”
“살다 살다 저런 웃기는 놈은 처음 일세!”
다들 웃겨서 못 참겠다는 얼굴로 우르르 내 뒤로 몰려왔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나는 열심히 타자질에 몰두. 알게 뭐야, 뭐라고 하던!
“야! 사장님이 너 같은 거 봐주기나 하겠냐?”
“그 이쁘고 돈 많고 능력 좋은 얼음공주를 니가? 풋!”
“그 분은 사랑해도 사랑한다고 해선 안 될 분이라고~”
“그래! 안 그래도 사장님 짝사랑하는 직원들이 여기 얼마나 많은데!
다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 할 수 없기에 가슴 아파하는 거라고!
우리랑 차원이 다르잖아, 차원이!”
“골 때린다, 저 친구….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구만.”
사무실이 한 바탕 난리가 났고 비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30분은 훌쩍 지나 버렸고 나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비장하게
새로운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내가 나간 후, 사무실은 또 폭소.
“부장님, 저 친구 또 가는 데요?”
“푸하핫! 냅 둬! 죽으러 가는 거니까!”
“…근데……. 사장님은 왜 저 녀석을 바로 안 짜르고 다시 해 오라고 시켰을까요?”
“……….”
“………글쎄?”
‘똑똑.’
“들어오세요.”
또 한번 침 꼴딱 삼키고.
그래, 잘린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온 몸으로 부딪혔으니까!!!
‘찰칵-‘
사장실로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까지 가는 시간이 수백년은 걸린 것 같다.
스탭 꼬이면 안 돼는데….
“여, 여기 있습니다.”
“…….”
아이씨! 말 더듬었잖아. 소심하게 보인 거 아니야? 젠장!
그녀는 내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 들고는 잠깐 멈칫했다.
종이가 딱 한 장이기 때문이겠지.
사장님은 종이를 들여다 보기 전에 나를 이상하게 한 번 다시 노려보고는 눈동자를 돌렸다.
“……….”
“……….”
그녀는 아까 전 서류를 볼 때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 한 장의 종이를 들여다 보았다.
한참 뒤, 그녀는 책상 위에 종이를 올려 놓았다.
그리곤 눈동자를 나에게로 고정시킨다.
긴장돼서 오줌 지릴 것 같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거야.
“보고서가 아주 체계적이네요.”
“…네?”
눈을 질끈 감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가
‘너 같은 놈은 회사에 필요 없어.’라든가 ‘더러워. 꺼져.’(응?) 라던가
하는 말을 각오 했던 나는 뜻 밖의 말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이 정도로 정신 나간 신입사원 처음 보네요. 맘에 들어요.”
“…….”
“토요일 저녁, 기대할게요.”
그녀는 아주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그 미소는…
‘용기가 가상해 도전을 받아주겠다. 어디 한번 넘어가게 해봐.’라는 느낌이었지만…
내 눈엔 그 미소가 무척이나 섹시해 보였기에
나는 다시 한번 침을 꿀떡 삼키며 그녀에게 한 번 더 반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
(3년 뒤)
“자기야, 저거 창피한데 꼭 저기에 걸어 놔야 돼?”
“응.”
“……아씨…그냥 때면 안돼? 손님들 보면 창피하다고.”
“손님들 보라고 걸어 놓는 거야.”
“아, 젠장! 내가 그때 미쳤지…투덜투덜.”
‘딩동-‘
“손님들 오셨다. 문 열어 드려.”
“맨날 나만 시켜…투덜투덜.”
‘철컥!’
문을 열자 사람들이 복도에 바글바글하다.
벌써부터 기세가 ‘오늘 제대로 너희 집을 싸그리 동내겠다.’라는 느낌.
“어? 부장님~! 회사 사람들까지?”
“여, 하정진씨 집들이 선물이야.”
“……이 많은 사람들이 주는 선물이 두루마리 휴지 한 개군요. 한. 개.”
떨떠름한 표정으로 부장님에게 빈정거리자 부장님이 눈에 핏줄을 세우며 되받아 치신다.
“너한테는 한 개도 아까워.”
“…….”
무서워….
“사장님…이 아니라 이젠 형수님인가? 형수님~ 저희 왔어요!”
“어서 오세요.”
“캬-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지셨네.”
“어? ……배도…살짝 나오신……것 같은데…?”
“에이 설마, 결혼식이 일주일 전이었는데. ………응…?”
“………….”
동료 직원의 자신 없는 말에 나와 우리 자기의 얼굴은 동시에 펑~하고 달아올랐고,
몇 초간 썰렁요정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집은 정적에 휩싸였다.
“너…너, 이 자식…!!”
“속도위반이었냐…?!!!”
“그럼 그렇지! 사장님이 이런 게 아니었음 너 같은 거랑 결혼 할 리가 없다고!!”
“감히 보쌈을 해?!”
……다들 농담인 거 알지만………. 너무들 하네, 거참.
한바탕 또 여기저기 쥐어 박히고 나서야 우린 집들이 겸 파티(?)를 시작했고
저녁을 먹고 난 후엔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양주가 등장했다.
“역시 부장님 밖에 없어여…휴지가 다가 아니였군여…….”
술자리가 한참 무르익을 때 나도 모르게 벌써 꼬인 혀로 부장님 옆에서 이런 소릴 하고 있다.
부장님도 알딸딸한게 딱 기분이 좋은지, 이런 나의 토 나오는 애교에도 큰 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으하하하! 당연하지! 사장님 집에 오는 건데 조금이라도 잘 보여야 승진이 빠를 거 아니야!?”
역시 저런 본심이 있었군…술이 웬수지. 저기서 지금 우리 자기 귀가 쫑긋 세워지는 거 안보여?
“당췌가 아직도 부장이라니 말이야…젠장, 어떤 놈은 신입사원 주제에 사장 꼬셔가지고
대박 났는데 난 뭐냔 말이야~ 집에서 다 늙은 마누라 등쌀이나 쳐 받아먹고…젠장!”
부장님은 한 없이 어둠 속으로 혼자 빨려 들어가나 싶더니 갑자기 나한테 조용히 하는 말이,
“너 대체 저 여자를 어떻게 꼬신 거냐?”
“…….”
“역시 그날 다시 가져간 보고서에 뭔 짓 했지?”
“그거라면, 저기 있습니다.”
어느새 뒤에서 나타나서는 부장님 옆에서 저 앞을 손짓하는 그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의 끝엔 벽에 걸린 A4용지 크기의 액자.
모두들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젠장. 창피해서 지금까지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저게 뭐야?”
모두들 취기 어린 얼굴로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선 액자 안의 내용물을 열심히 쳐다본다.
“사장님에 대한 나의 사랑의 보고서?”
“제 1조. 사장님을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이유…?”
“제 2조. 사장님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의 매력…?”
“제 3조. 사장님에 대한 마음이 장난이 아니라는 근거…?”
“제 4조. 사장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다는 근거…?”
“제 5조. 사장님과 함께라면 앞으로 펼쳐질 밝은 미래에 대한 계획…?”
“그…그래프까지.”
사람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그걸 한 항목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나는 앞에 있는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킬 뿐이었다. 아, 진짜…! 때자니까!
닭살이 한껏 돋은 사람들의 고개가 다시 내 쪽으로 향하자,
나는 또다시 한바탕 주먹을 받아내야 했다.
“사, 사장님! 쭉 궁금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네, 물어 보세요.”
레슬링으로 내 목을 조이던 동료 직원 한 명이 팔을 풀지 않은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켁-! 이것 놔 이 자식아! 이 새끼 이거 진심으로 조이고 있어!
“그때, 처음에 이 녀석이 가져간 보고서를 보고
왜 이 녀석을 바로 자르지 않고 다시 해오라고 시키신 거죠?”
“그건….”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 되었다.
심지어 캑캑거리는 나 조차도 귀가 움찔거린다.
지금까지 궁금해 하질 않았는데 듣고 보니 무척 궁금하구만.
“너무 멘트가 식상했잖아요?”
“……….”
순간 내 목을 조르던 녀석의 팔이 맥 없이 탁 풀렸다.
모두들 벌어진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리에게 상큼한 미소로 답하는 그녀.
“여자들이란…….”
우리는 그냥 돌아서서 한숨 섞인 술잔을 기울였다.
****
“우하하!”
“어우~ 취한다! 낄낄!”
“죽자!!!”
“악! 내 옷에 술 흘렸잖아, 이 자식아!”
“이잉~? 미얀혀영~!”
“부어라! 마셔라!!”
“형수니임~, 화장실이 어디예여~?”
‘우당탕!’
‘웩!’
뭐,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배경이나 외모 등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돌진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죽도록 사랑하는데 주위 환경 탓에 사랑한다고 못할 때도 있지 않냐, 라고 말한다면
그건 용기 없는 사람들이나 자존심 센 사람들의 변명이다.
둘 중 한 명이 죽었다고? 그러길래 살아 있을 때 미리미리 용기를 냈거나 자존심을 굽혔으면
후회할 일도 없잖아? 죽을 줄 누가 알았냐고?
참나,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래는 괜히 있는 줄 아냐?
이복 오빠나 이복 동생을 사랑한다고?
사랑해서 죽을 것 같으면 그냥 야반 도주해.
그럴 각오로 사랑한 거 아니면 그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버려.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현실을 잊고 사랑에 뛰어 들 수 있는 용기가 별로 없다.
방금 말 한 것처럼 근친상간이나 죽은 뒤의 사랑처럼 심오한 상황은 고사하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혼자 선을 그어버리고
애초에 그런 마음을 품을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가
그 사람이 애인이라도 생기면 혼자 입맛 다시며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그런 사람들 틈에서 유일하게 밥줄을 걸고 사랑에 뛰어든 사람이다.
그러니 그녀와의 해피엔딩은 당연한 일!
“예~ 예~ 모두 잘 들어가십쇼!”
‘찰칵-‘
“하정진, 치워.”
“…응, 여보.”
해피엔딩………. 흑.
THE END
-
인소닷에서 몇년을 활동하면서도
단편방엔 글을 올린적이 완전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워낙 단편을 안 써서 가끔 어디서 뭐 한다고 주제 던져주면
그때서야 하나 쓸까 말까 해욬ㅋㅋ
이것도 예전에 '사랑하지만 사랑한다 할 수 없을 때' 인가 하는 주제로 썼던 글 입니당
저 주제의 우울한 분위기가 짜증(?)나서 살짝 핀트 어긋나게 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는 진짜 좋아하는 단편!
이제 단편 딱 하나 더 있는데 여러분이 반응이 좋으면 그것도 한번 올려 볼...
<뭐 믿고 이런 소리?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뿅*
첫댓글 여우사냥 작가님 아니신가요? ㅋㅋㅋㅋ 역시 단편도 잘쓰시네요 ㅋㅋㅋㅋㅋ 남은 단편도 올려주셔요 ㅋㅋㅋㅋ 잘 읽고갑니다~~~ㅋㅋㅋ
아~~~진짜 웃으면서 재밌게 봤어요~~~~하품도 안하고 집중해서 봤어요~~~ㅋㅋㅋㅋㅋㅋ >ㅡ<
우왕 최고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편 하나 더 궁금한데요 얼른 올려주세요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좀빨리전개되는감이잇찌만 잘쓰시네요ㅎ
ㅋㅋㅋㅋㅋㅋㅋㅋ끝부분 너무 귀여워요 ㅋㅋ
악 ㅋㅋㅋ 배경음악이랑 넌무맞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와~~ㅋㅋ 재미있네요~ㅋㅋ 이런 식의 내용은 처음봐서 보는 내네 집중을 해서 봤어요~ㅋㅋ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