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인 춘파(春坡) 전형(全馨)의 최초시조
대전 문인가운데 고시조를 쓰신 명현은 취금헌 박팽년, 우암 송시열, 상촌 신흠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그러면 근 ․ 현대 시조를 쓰신 문인은 누구일까를 궁금히 생각해 왔었다. 명년에는 대전의 현대시조 발전사를 써보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찾아낸 자료가 하나 있다.
시조 부흥운동기에 대전의 문인가운데 시조를 쓰신 분으로 작품 발표 시기가 명확한 시조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1923. 9. 19일 독립신문에 시조 「금강산」「국내 수재의 소식」을 발표하였고, 바로 1932년 전형이 <혜성> 창간호에 발표한 춘일점경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소중한 자료이기에 우선 대전문학 연구총서 11권 총설에 소개하였기 함께 감상하고자 자료를 제공한다. <박헌오>
춘일점경(春日點景)
전우한(全佑漢) 1932 《혜성》창간호
밭두덕 비탈길에 아즈랑이 고닯히고
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줍는고야
새파란 하늘 위에 솔개춤도 한가하이
마을앞 수양버들 싹트는 가지들은
비단ㅅ결 실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흐느적 흐느적거려 어깨춤만 추더니
맨발에 짚신 끌며 나물 캐는 아가씨들
종달새 우짖음에 흥이 절로 나오는지
잔소리 주고받기에 바구니 비울네라
산기슭 양지쪽에 어린이들 모여 앉아
하나는 어미 되고 하나는 아비 되고
또 하나 아들이 되어 소꿉놀이 즐기네
속잎이 튼 잔디밭에 다리 뻗고 드러누워
흰구름 떠다니는 푸른 하늘 바라보면
보채는 나의 가슴도 늘엉늘엉 하여라
(1932. 3. 管城에서)
애 창
전형. 1935.《신조선》
기쁜 일 슬픈 일이 모도 다 꿈이란 말
달관(達觀) 안뒨 나에겐 미덥지 못합니다
어허라 인생이란 꿈에 속는 허수아비.
봄 동산(東山) 나비꿈에 폈다 져도 설타거늘
아직도 피도 못한 애닮은 청춘이랴
오늘도 지는 해 보며 혼자 울었습네다.
인생 가는 길이 어이 이리 험란하오.
성낸 바람 물ㅅ결 쉴새없이 드나드니
그래도 살랴는 마음 나도 몰라 답답다.
새로 얻은 노래
전형. 1935.《신조선》
풍진에 부대낌이 이렇듯 괴로운 걸
철없이 뛰노던 철 아득히 그리워라
오늘도 지는 해 보며 무거워지는 내 마음.
세상 맛 굽이굽이 쓴 듯 단 듯 또 떫은 듯
삶의 거친 바다 사공 없이 건너는 손
언제나 비치이려나 저 언덕 다다르리.
사공아 돛 올려라 새 바람을 실어라
동천홍(東天紅) 붉었으니 새 아침이 다가온다
신생(新生)의 저 언덕 위에 새 노래 퍼치우세.
(文에게 주는)
고음(苦吟)
전형. 1936. 7. 20. 《조선중앙일보》
네 정녕 못 온다면 기억마저 버리리라
잊으려 하면서도 그리움만 더 쌓이네
너조차 모른단 말가 이 가슴 내 진정(眞情)을.
대나무 꺾이어도 버들같이 휘진 마라
옳음엔 죽더라도 불의에선 몰 살리
기어코 돌아오라 애끊게도 비옵노라.
인생이 짧다하여 석화(石火)에 비겻거니
구태여 오래 살길 바램도 어리석다
단 하루 살다 죽어도 옳게 옳게 살으리
(丙子 6월)
대전문학 제 28호 2008. 여름호. 특집 Ⅰ 발굴. 작품 발굴 이용호.
<春坡 全馨의 약력>
-1907. 9. 13 충북 옥천군 옥천읍 죽향리 66-1에서 출생.
-1926. 3 옥천공립보통학교 졸업.
-1928. 《조선시단》에 시 「한숨」발표(필명 全佑漢)
-1930. 3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 중퇴.
-1932. 4 《彗星》에 시조 「춘일점경」발표.
-1934. 《조선시단》에 시 「환멸의 노래」「단가(短歌)」발표.(필명 전형)
-1934. 7 일본대학 문과 중퇴
-1935. 6. 《신조선》에 時調試作2題)를 발표, 「애창」「새로얻은 노래」
-1935. 7. 20 조선중앙일보에 「孤吟」을 발표
-1935. 10. 매일신문사 사회부 기자.
-1937. 《자오선》에 시 「정야」「별을 우러러」발표.
-1938. 6 조선중앙일보 기자.
-1943. 9 고향으로 돌아옴.
-1945. 10. 대전동방신문사 주필
-1952. 대전일보 주필.
-1853. 대전일보사 편집국장 겸임, 대전문화원장 겸임.
-1958. 崔暎子 시인과 재혼.
-1960. 호서문학회장 당선, 당선 후 정훈, 지헌영과 함께 최고위원이 되어 활동.
-1970. 대전일보 주필 사임.
-1980. 2. 24 서울 도봉구 미아동 121-15에서 별세.
-2002. 유고시집 『새로 얻은 노래』<오늘의 문학사> 발간.
첫댓글 그림이 조용히 그려집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조에 관심이 많은 청조님
왠지 자유시보다 오히려 더 정이 가네요 ㅎ
고시조의 깊이를 느껴봅니다
현대시조로 분류되었내요 이 분 작품은요 ㅋ
저도 시조가 자꾸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