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그램 닉네임이 basketball.romantist인 이유.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NBA 선수가 데미안 릴라드여서 그랬다.
직전 시즌 평균 32.2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선수,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경기 판도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 폭발적인 득점 본능, 스테판 커리에 견줄만한 장거리 3점 슈터, 무표정에서 나오는 시크함.
무엇보다 빌런들을 무찌르는 이 시대 마지막 영웅의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또, 우승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위해 정상급 스타들이 슈퍼팀을 급조하고 판치는 현시대에서 마지막까지 농구와 소속팀에 대한 낭만을 유지하고 있는 로맨티스트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NBA 팀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내 답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였다. 그리고 이 말을 뒤에 덧붙였었다.
“이번 생에 릴라드가 포틀랜드에서 우승컵 들어 올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그러면 반응은 시종일관 똑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코웃음치거나. 절대 불가라는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들 할 뿐, 뜻은 일맥상통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시선들을 수긍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남들처럼 인기팀인 커리-클레이 탐슨-드레이먼드 그린 ‘커탐그’ 트리오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가 의기투합한 LA 레이커스혹은 빅마켓 팀들을 응원하면 될 것을 왜 사서 고생하냐라는 주변의 권유.
틀린 말은 아니다. 잘나가는 팀 응원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심적으로 편안하게 농구 보면 될 것을, 왜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맨날 패배하면서 우승과는 거리가 먼 저 립시티 홍익 장군들을 응원하고 있었을까.
“슈퍼 팀에 들어가는 것보다 현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지는 게 더 낫다. 포틀랜드에서 우승하고 싶다”
누가 덴버 너게츠가 NBA 파이널까지 올라가 우승할 줄 알았겠는가. 그래서 릴라드가 뱉은 저 소신 있는 한 마디를 굳게 맹신해왔다. 혹시 아나, 만년 꼴찌던 한화 이글스가 18년 만에 8연승을 질주한 것처럼 포틀랜드도 그럴지도?
그러던 와중, 한국 시간으로 7월 2일 새벽 1시 릴라드의 트레이드 요청 소식을 전해졌다.
3순위 스쿳 헨더슨을 지명하면서 릴라드, 헨더슨을 중심으로 FA 시장에서 굵직한 자원 하나만 데려왔더라면 포틀랜드도 서부컨퍼런스를 거느릴만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다른 팀이 트레이드와 영입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이, 포틀랜드에는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또 제라미 그랜트 연장 계약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아쉽다.
릴라드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마이애미 히트가 거론되고 있다. 선수 본인도, 마이애미도 서로를 너무나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게 조건이 맞아야 추진되는 법이다.
포틀랜드에 남으려나. 그의 재능이 사우스비치로 향하려나. 아니면 뜬금없이 제3의 팀으로 향할지 모르겠다. 건강한 농구 행복한 농구만 하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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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글이네요 ㅠㅠ
문득 로망이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가 에이전시들 때문은 아닐까 싶네요.
프랜차이즈 영웅이라는 허울을 버리고, 좋은 여건 찾아가면 좋을 듯합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라면서 체류하는 선수한테는 낭만이란 허영을 만들고, 떠나는 선수한테는 배신이란 낙인을 찍는 이중 잣대에 선수들이 미혹되지 말길 바랍니다.
떠나는거면 그나마 다행이죠
떠나라고 통보받는 선수가 거의대부분이죠
공감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다는 건,
구단의 역량 + 드래프트 운빨에 의한 타임라인 까지 맞아야 하는 일입니다.
선수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 까지
'낭만'이라는 이유로 커리어를 강요받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cu@heaven 네. 정말요. 구단이 그놈의 “비지니스”란 마법의 단어를 쓰면 팬들은 수긍하죠.
그런데 왜 선수들이 “비즈니스”라며 떠나려하면 배은망덕한 사람이나 돈 밝히는 사람으로 치부되는지 납득하기 힘듭니다.
피닉스 암흑기를 버텨오니, 이런날도 오더라고요;;;;;
솔직히 아직도 적응안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