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김병현(23)이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투구폼을 찾았다. 김병현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전에서 시즌 초반 자신이 던지던 폼으로 일관되게 투구했다.
‘서브머린’ 김병현의 투구폼은 세트포지션에서 시작해 마지막 릴리스 순간 마치 어뢰를 발사하듯 힘차게 뿌리는 형태다. 김병현은 16일 밀워키전에서 바로 그랬다. 6일 만의 등판으로 투구감각이 떨어진 탓에 9회초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수비실책이 겹쳐 1실점(비자책)을 했지만 이후 완벽한 투구를 했다. 실책으로 동점을 내준 후 계속된 무사 3루의 역전위기에서 기세 오른 상대타선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연장 10회초도 삼자범퇴.
경기 후 밥 브렌리 감독은 “김병현이 전반기 때의 투구폼으로 완벽하게 던졌다. 실책만 없었다면 일찍 끝날 경기였다”며 김병현이 예전의 투구폼을 찾은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했다.
김병현은 올시즌 초반 바로 이 폼으로 3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했다. 6월 26·27일 이틀 연속 휴스턴전에서 홈런을 두들겨 맞기 전까지만 해도 김병현은 무적이었다. 오죽하면 팀 동료 크레이그 카운셀이 김병현이 나오기만 하면 팀 승리를 부른다고 해서 ‘오토매틱’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김병현은 시즌 중반 브렌리 감독의 엉뚱한 투수기용이 잦아지면서 변형된 투구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점수차가 커 세이브상황도 아닌데 내보내면 와인드업으로도 던져보고 공 던지는 팔의 각도도 틀어보면서 시험투구를 했다. 실전에서의 ‘실험’은 분명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 김병현이 밀워키전부터 다시 옛 폼으로 돌아갔다. 코칭스태프나 주위의 지적 때문만은 아니다. 김병현은 16일 경기 후 “이제 포스트시즌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해야 겠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지난 월드시리즈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올시즌 열심히 뛰었다. 지구우승 확정과 포스트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나름대로 최고의 폼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김병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