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권현지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위장된 부리씨는 인어공주상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습니다
벌써 두 시간째입니다
오늘의 컨셉은 〈인어 되기〉입니다
두루뭉슬한 구름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오르고
테두리가 분명한 그림자들은 피로합니다
네잎클로바 또는 하트모양 비타민 패치를 팔뚝에 붙이고 광합성 중입니다
저녁에는 배달 온 개집 모양 방석에서 강아지와 함께 잠이 들 예정입니다
창고에서 오래된 휴대폰으로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볼 참이었습니다
리얼월드에서 우리는 심신 안정용 안경을 쓰고 호피 스커트를 입습니다
거리에서 당신은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다이아몬드 동공, 웅크린 뱀 모양의 티셔츠는 패턴 잠금으로 언제든 풀 수 없고요
생년월일은 이미 간부에게 넘어갔습니다
저 너머 스페이스에서는 무대가 한창입니다
자기연민과 허무주의의 연극이 흥행 중입니다
커튼이 닫히면 안고 있던 애착 인형을
이곳으로 던져 주실래요?
당신을 찾는 포스터가 동물원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 외부 잡음을 상쇄, 혹은 차단하는 기술. 주도적으로 자기 방을 만드는 행위
― 《생명과문학》 (2023 / 여름호
권현지
1991년 경기 시흥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과 동대학원 문예창작과 전공. 시집 『우리는 어제 만난 사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