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4ㅡ1.왕건의 '개 족보'①
태조 왕건(王建)하면, 혼란했던 후삼국 시절을 통일 해 낸 시대의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형성되었던 1차
삼국시절은 신라가 당을 끌어들여 상황정리를 했다면, 고려, 후백제, 신라로 형성되었던 2차 삼국시절은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
으로 상황을 정리한 진정한 통일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왕건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삼국
통일을 했던 것일까? 후백제의 견훤(진훤)에게 판판히 깨지던 것이 왕건이 아니었던가?
"그거야 뭐, 장가를 잘 가서 그런 거 아냐."
"다 마누라들의 힘이지 뭐."
역사를 좀 알거나, TV 사극을 자주 보신 독자들이라면 대번 이런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 왕건의 후삼국 통일은 다 '마누라
들'의 공이었던 것이다. 무려 스물아홉명이나 되는 부인들을 거느린 왕건(이 29명의 마누라들이 한반도에서 다들 한다 하는 집
안들 딸들이었다). 왕건은 전장에서 흘리는 피 대신, 밤에 흘리는 피(?)와 땀을 택했고, 이 선택은 성공한 듯이 보였다.
"마누라 많으면 좋은 거 같지? 이거 보통일 아니다. 애들 다 일일이 신경 써줘야 하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지, 누군 해주고,
누군 안 해줘봐. 당장 민원 들어온다니까. 생각 좀 해 봐봐. 마누라가 스물아홉 명인데, 이걸 다달이 공평하게 대우하려면…거의
뭐 죽어나는 거지. 다 나 정도 되니까, 애들이 불만 없이 잘 지내는 거야."
"그렇게 힘든데 뭐 하러 결혼하셨어요?"
"이게 다 민족을 생각하는 나의 뜨거운 마음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애들 피 흘리며 죽어나자빠지는데, 그 꼴을 언제까지 봐야
겠어? 이게 다 투철한 희생정신의 발로 아니겠냐. 나 혼자 희생해 민족을 구한다. 캬 얼마나 멋있냐?"
"그 투철한 희생정신 때문에 나라가 결딴 나게 생겼는데요?"
그랬다. 통일을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힘깨나 쓴다는 호족들의 딸들을 모조리 데려와 결혼한 왕건. 그 덕분에 각 지역
호족들의 지지를 끌어내 후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룬 것 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그 뒤였다.
"내가 황제 장인이라니까!"
"나도 황제 장인이야. 이거 왜 이래. 왕년에 황제 장인 한번 못해본 호족이 어디 있어? 이게 어디서 유세야?"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야! 부인이라고 다 같은 부인인지 알아? 똥물에도 파도가 있고, 마누라에도 서
열이 있어! 내 딸은 왕건의 열 한 번째 부인이야! 이십번 이후 군번이 어디서 깝쳐?"
자연스럽게 권력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하긴 자기 힘으로 통일 한 것도 아니고, 처가들의 도움을 받아 삼국을 통일한 상황에서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왕건이 황제로 있을 때는 이런저런 분란이 최대공약수인 '왕건'의 이름 하
에 조정되었지만, 왕건이 죽고 난 다음에는 어쩌냐는 것이었다.
"아빠! 아빠, 동생들하고, 외삼촌들이…외삼촌들이…엉."
"태자야, 왜 그래? 응?"
"그게…동생들이 내 얼굴 가지고 막 놀려."
"응? 네 얼굴이 어디가 어때서?"
"아빠가, 엄마랑 막 하는데…."
"뭘 하는데?"
"그걸 꼭 말로 해야겠어?"
"…그래 했다 치고?"
"그때…아빠가 엄마한테 발목 잡히기 싫어서, 밖에다 쌌다매? 그때 아빠가 돗자리에 싸 버린 걸 엄마가 주워서 몸속에 넣고 낳
은 게 나라고…"
"어…언놈이 그런 소릴 해? 싸긴 누가 싸?"
"그래서 내 얼굴에 돗자리처럼 주름이 잡혀 있는 거라고…흑흑, 아니지 아빠? 아빠 밖에다 안 쌌지? 엄마한테 쌌지. 글치?""지금
포르노 찍냐? AV찍어? 황제랑 태자가 손잡고, 어디다 쌌냐고…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
"이건 내 출생의 비밀이라구요!"
"어이구 그러셔? 아주 드라마를 찍어라 찍어. 밖에다 쌌든, 안에다 쌌든, 쌌으니까 네가 태어난 거 아냐. 그게 무슨 출생의 비밀
이라구. 이제 하다 하다 안되니까, 별게 다 드라마가 되는구만? 지금 가족계획 드라마 찍냐?"
"아부지!"
혜종(惠宗)의 출생의 비밀(?), 이건 왕건이 아직 잠저(潛邸)에 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궁예의 명을 받아 나주 공략에 나선 왕건
은 거기서 나주 오씨(훗날 장화왕후가 된다)를 만나게 된다.
'아 씨바, 여기서 싸면 골치 아파지는데…얘 집안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괜히 임신했다간 발목 잡힐 거야!'
결국 왕건은 싸기 직전에 물건을 빼 돗자리에다 사정하게 된다. 이때 나주 오씨는 잽싸게 돗자리에 묻은 왕건의 '씨들'을 수습
해 자신의 몸속으로 다시 집어넣게 되고,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게 바로 혜종이 된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당시 넘쳐나는 왕자들(왕자만 25명,
공주 9명)은 저마다 황제자리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 여기에 이들의 외가들도 덩달아 신이 나 대권레이스에 뛰어들고 있었다.
"왕건 자식이 태자뿐이냐? 우리 딸도 왕건 마누라고, 우리 손자도 왕건 아들네미다!"
"왕건이 죽으면, 그 뒤는 우리 손자가 이어야 해! 저따위 근본도 없는 태자 놈이 황제 되는 거, 난 인정 못 해!"
전부 다 왕건의 아들인 상황에서 누가 왕이 되더라도 이상할리 없었다. 이렇다 보니 왕자들은 저마다의 외가에 기대어 왕의 자
리를 노려보게 된다. 문제는 이때 혜종의 외가가 상당히 '딸리는' 집안이었다는 것이다. 왕건은 심복인 박술희(朴述熙)를 혜종에
게 붙여주면서까지 도왔지만, 스물 여덟명의 부인들과 스물 네명의 왕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급기야 혜종 얼굴에 잡혀
있는 주름이 '왕건이 돗자리에 싸서' 생겼다는 말까지 퍼뜨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과연 왕건은 이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것
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사극 '왕건은 개 족보를 개 족보라 부르는 걸 싫어했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첫댓글 개 족보 소리가지 나왔으니
"왕건"의 위신은 ......
참 대단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왕건이 그랬을까?
저도 의구심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