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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잠이 들었던 걸까?
침대 옆에 난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아......눈부셔.
눈을 살짝 찌푸리다가 본능적으로 번쩍 떳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 폴더를 급하게 열었다.
도착해 있는 문자 한 통.
[여보야~ 일어났어!?
얼른 일어나구, 쫌이따봐~♡]
풉. 귀여운 자식.
문자를 확인하고 시간을 보니,
아침 8시 40분.
아직 안늦었구나.
핸드폰 바탕화면 한가득을 메우고 있는 그애와 나의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여서
뽀뽀를 한 번 쪼옥~ 해주고는 폴더를 닫았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이불 속에서 꼼지락 대는 것은 늘 즐겁다.
원래 게으름이 많던 나에게는
쉬는 토요일 아침 8시 40분 기상이란 것은 굉장히 큰 일이었다.
잠에서 깬 이후에도 20분 정도는 이불 속에서 꼼지락 대는 것이 일상.
하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는 터라 오래 꿈틀 거릴 수는 없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니깐-.
" 으차차차차-! "
기지개를 쭈우욱 펴고는 발딱 일어나 잽싸게 이불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직행 !
[쏴아아아-]
샤워기의 물이 시원스레 떨어진다.
오늘따라 물이 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의 아침은 늘 상쾌하다.
재빠르게, 하지만 꼼꼼하게 샤워를 하고는
샤워타월을 두르고 방으로 돌아왔다.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는 일상적인 일이 오늘따라 두근거리고 특별하게 여겨졌다.
2010년 2월 6일.
그 아이와 만난지 1년째 되는 날이다.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오똑한 콧날에 붉은 입술을 가진 그 애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은근히 남자다운면도 있는 아이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고3 5월.
내가 수학 때문에 끙끙거리며 바쁜 시간을 쪼개 좋은 학원을 찾아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
그 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사실 그 아이의 첫인상은 굉장히 싸늘했다.
척보기에 '오 좀 잘생겼네?' 하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그 중에 물론 (무서운)여자도 많았다.
난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게 그 아이를 기억에서 지운지, 한 달 쯤 되었을까?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ㅇ _ㅇ?]
.............................요즘도 이런 이모티콘을 쓰는 애가 잇구나
황당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일단은 답장을 보내보았다.
[누구?]
[지이이이이잉-]
곧 오는 답장.
폴더를 열어보니
[아, 난 도은규인데요...]
하는 문자가 와있었다.
도은규....도은규....도은규...!?
설마 학원에 같이 다니는 그 애?
잘생기고 친구도 많아서 나 같은게 같은 학원에 다니는지 알고는 있나 궁금했던
바로 그 아이의 문자가 와 있던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 ... 수학학원 같이 곳 다니는 그 도은규?]
라고 보냇다.
그러자
[웅!]
이라는 답장이 도착했다.
얼떨떨했다.
도대체 이 아이가 왜 나에게 문자를 했을까 궁금해서
[왜?]
라고 보냈다.
돌아온답장은..............
[친해지고 싶어서~ 헤헷-]
이라는 문자였다.
그때였다,
내 심장이 처음 반응한것은-.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고3이라는 힘든 시기를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잘 견뎌내었다.
같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원하는 학교에 붙었고, 서로를 축하애 주었다.
그러던 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애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고 3 때는 자주 있던 일이지만 대학에 붙고나서는 꽤 오랫만의 일이라 의아했다.
" 여보세요-? "
[ 민혜야 ... ]
" 응? "
[ 너는... 왜 나한테 마음을 못열어? 내가 믿을만한 친구가 아닌 거 같아? ]
바깥에서 전화를 하는지 바람소리가 무지막지하게 들렸다.
하지만 내게는 심각한 그애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뭔가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애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 애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했다.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착한 그 애는 늘 친구가 많았다.
내게는 그가 전부였지만 그에게 난 일부였기에, 난 내 자신을 전제해야만 했다.
마음을 열고 그 아이를 믿었다가 그 애가 훌쩍 떠나가버릴까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응? 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널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데! "
[ .....거짓말 ]
" 뭐? 야, 너 술마셨냐? 밖인거 같은데 얼른 집 들어가, 오늘 추워. "
나는 황급히 화제를 바꿨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빨리 전화를 끊어야 할 것만 같았다.
[ ...자 ]
" 응? "
[ ............ ]
세찬 바람 소리 때문에 그 애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흐르는 무거운 침묵.
그 애가 뭐라고 했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 저기, 은규야? 뭐....뭐라구 ? "
[ 주민혜, 사귀자고!!!! 많이, 많이 좋아해..... ]
" ....................!!! "
...그 애의 말을 들었을 땐 심장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다.
뜬금없는 그애의 고백.
행복했다.
그리고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다.
이 아이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 하...하하.... 은규야, 너 많이 취했구나? 밖에 춥다. 얼른 집 들어가. 감기걸리겠다. "
[ ..민혜야....... ]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 애의 목소리가 애절했지만
난 통화를 계속 할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들키면 안되니깐.
" 미... 미안, 지금 아빠가 오셔서 통화 못하겠다. 나중에 내가 다시 할께, 얼른 집 들어가~ "
[ 뚝 - ]
그렇게 허겁지겁 통화를 마쳤다.
날 많이 좋아한다는 그 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며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영원히 친구로 두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난 그 애를 결코 거절 할 수 없었다.
그 애의 뜬금없는 고백을 듣고 더욱 커져버린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2009년 2월 6일, 사랑을 시작했다.
[지이이이이잉-]
은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있던 나는
화장대 위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 애의 문자였다.
[ 여보야~ 준비하고 있는거지?
오늘도 늦으면 나 완전 삐칠꺼야' `ㅂ´ !! ]
풉-.
문자를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약속시간에 항상 조금씩 늦는 나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보낸 문자일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시계 바늘은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라인을 매끄럽게 그려넣고는 머리 매무새를 만졌다.
갈색 코트를 걸치고 가죽 가방을 들고 부츠를 신고 허둥지둥나왔다.
아직은 차가운 2월의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래도 상쾌하다~!
시계를 보니......
" 으악! 10분 남았다!!! "
나는 부랴부랴 버스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30초 전에 옆에있는 쇼윈도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흑갈색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리는데....
음... 이정도면, 나름 괜찮지 뭐!
손가락을 세워 머리칼을 한번 슥 쓸어넘긴 후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였다.
누가 그랬더라?
여자의 자존심은 당당한 워킹에서 나온다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버스정류장.
검은 그림자가 슉하고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걸친다.
동네 불량배들이 삥을 뜯으러 왔나 싶어 덜덜 떨며 옆을 쳐다보았더니,
도은규, 그 애가 씨익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있다.
반짝반짝 -
눈이 부신 미소였다.
" 여..... 여긴 어떻게? "
놀란 내가 묻자 그 애는 큰 손으로 내 머리칼을 흐트려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 우리 여보야가 또 지각 할 것 같아서 거기서 기다리느니 그냥 내가 데리러 왔어! "
... 반짝반짝 -
그애는 정말 빛이 난다.
그렇게 그 애와 함께 버스를 타며 온 곳은 ' 모모나라 '
디질랜드, 쥑일랜드, 맞을랜드의 삼대랜드를 뛰어넘는
초특급울트라블록버스터급에 맞먹는 놀이공원이다.
" 꺄~ 진짜왔어, 진짜로!! "
나는 어린아이마냥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도은규, 짜식.
언젠가 ' 모모나라 ' 에서 신나게 놀자고 흘려 말했던 것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이럴 때 보면 난 정말 행복한 여자이다.
" 민혜야, 우리 저거 타자 저거!! "
" 그래그래그래 ! "
그애도 신나 보였다.
내 손을 덥썩 잡고 저 멀리 보이는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고 외쳤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는 그 놀이기구를 향해 걸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그애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 주민혜, 나빠. "
" 으..응? "
" 너, 나쁘다구 "
잘 놀던 그 애가 갑자기 뾰로통 해져서는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 애에게 물었다.
" 왜.... 왜그래, 은규야? "
예쁜 눈을 살짝 내리깔며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는 표정은 천상 어린아이였다.
이 남자가 정말 내 남자친구가 맞는지, 나에겐 너무 과분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더 불안해졌다.
떨리는 시선으로 그 애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물어보려했다.
그 때, 그 애의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 바보야, 이렇게 짧은 치마 입구오면 어떡해 "
" ....뭐? "
" 안추워?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아 "
........ 순간 놀랐다.
어벙벙해져 있으려니 그 아이가 재킷을 벗는다.
그리곤 코트 밑으로 뻗어있는 다리 쪽에 그 재킷을 가져다 둔다.
" 우리 여보야 다리 다른사람들이 쳐다보는거 싫단 말야.
여보야도 내 앞에서만 짧은거 입구 다른사람 많을 땐 이런거 입지마! "
" .......고... 고마워 "
" 치~ 그럼 우리 이제 바이킹 타러갈까!? "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난 받기만 했다.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과 함께 우리는 바이킹을 향해 달렸다.
바이킹의 운행이 시작 되기 전,
혹시나 치마가 바람에 날릴까 은규의 재킷으로 다리를 꽁꽁 싸맸다.
그 아이는 이런 내 모습을 보더니 흡족한듯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았다.
" 헤헤 "
그 아이가 내 머리칼을 흐트려 놓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강아지 같다며 놀렸다.
하지만, 어떡해.
좋은걸..
바이킹 운행이 시작되고 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긴장했고,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안전바를 움켜쥔 내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바이킹은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 스윽 ]
바람을 맞아 차가워진 손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 애였다.
바들바들 떠는 차가운 내 손을 그 애의 큰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놀라서 쳐다보는 내게 그 아이는 싱긋 -
빛나는 웃음을 보여 주었다.
겨울의 해는 짧다.
6시밖에 안됬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그 아이는 저녁먹으러 가자며 졸랐고,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모모나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 여보야, 오늘은 나만 믿구 따라와! "
큰 소리 치는 그 아이가 예뻐보여 생긋 웃음을 지었다.
팔짱을 낀 채 그 애의 재킷 주머니에 우리의 꼭 붙잡은 손을 넣었다.
" 민혜야 "
한참을 말없이 걷던 그 애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 응? "
" 우리, 이 손 .......... 놓지말자. "
이 아이의 매력이었다.
평소엔 애교가 철철 넘쳐흐르다가도
갑작스럽게 진지하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말을 하는 것.
내가 이 아이에게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꼭 쥐며 작게 속삭였다.
" 응, 영원히......놓지말자. "
저녁식사동안 우리는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했다.
1년동안 단 며칠 이외에는 매일매일 만났던 우리지만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고민이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만 헤어지자마자 보고싶어서 고민이었던적은 있지만.....
또 다시 그 고민의 시간이 돌아왔다.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인지라 내가 집에 돌아가야했다.
학교 가까운 곳에 자취를 하느라 혼자 살고 있어서 엄밀히 따지자면
딱히 통금시간은 없었다.
고로, 나는 밤을 새우고 들어가도 상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애는 여자는 무조건 12시 이전에 들어가야 한다며
항상 12시 이전에 집 까지 데려다 주고는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 앞 놀이터이다.
이 놀이터만 가로질러가면 우리 집(자취방)이 나올터였다.
오늘따라 더욱.. 그 아이를 두고 가기 싫었다.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 애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집까지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려는듯했다.
왠지 아련한 마음에 참을 수 없었다.
그 아이를 향해 달렸다.
그리곤, 안겼다.
탄탄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그 아이를 꼬옥 안았다.
그 아이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얼마쯤을 그러고 있었을까 ?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 우앗, 놀랐잖아! 그렇게 갑자기 달려와 안기면 심장 멈춘단말야! "
" ... 미안해 "
" 미안하긴, 너도 들었지? 너가 안기니까 점점 더 빨라지는 내 심장소리. "
그러고는 또 다시 나를 포옥 안았다.
[ 두근 두근 두근 ]
느껴진다, 그 애의 심장소리.
나의 심장소리와 그 애의 심장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 은규야 '
그 아이의 품에 안겨 나즈막이 불러보았다.
" 응? " 하며 날 쳐다보는 그 아이.
검고 깊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심장이 너무나 빨리 뛰어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 쪽- ]
" ..... !! "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아이의 뺨에 뽀뽀를 했다.
평소에 먼저 스킨십을 안하던 나의 행동에 놀랐는지 그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 에이씨 부끄럽다. 나.... 나 들어갈께 "
붉어진 얼굴에 파닥파닥 손부채질을 해 가며 몸을 돌려 집으로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몸을 빙글 돌리는 순간, 그 아이는 내 손을 잡았다.
내가 놀랄 틈을 주지 않고 잡은 손을 당겨 나를 다시 자신의 품 속에 가두었다.
허리를 조금 숙였는지 내 어깨 위에 그 애의 얼굴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 애의 숨소리.
나직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 주민혜, 바보야. 그런건 그렇게 하는게 아냐. "
" 응? ...............!!!! "
내가 반응 할 새도 없이 한 손은 내 허리에 두르고
한 손은 내 목을 감싸더니 내 입술에 그 아이의 입술을 겹쳐왔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놀라 크게 떠진 눈은 깜빡일 수도 없었다.
그 아이는 입술을 살짝 떼고 속삭였다.
" 눈 .... 안감을꺼야? "
그리고는 또 다시 겹쳐오는 입술.
심장은 역시 미친듯이 뛰고 있었지만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아이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내 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따뜻한 입술이었다.
2월의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짜릿함과 행복감만이 나를 채우고 있었다.
조금씩 그 아이가 움직였다.
벤치에 앉은 그 아이는 나를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입술은 점점 뜨거워져갔고 키스도 점점 격렬해졌다.
나는 그 아이의 목을 그러안았다.
내 허리에 감싼 그 아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 지이이이이이이잉- ]
아 이렇게 중요한 때 전화라니...
무시했다.
[지이이이이이이잉- ]
핸드폰은 계속 울어댔다.
문득 이 진동이 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는....
................................!!!!!
감았던 눈을 뜨니 익숙한 천정이 보였다.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감촉.
내 방이었다.
내 머리 옆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열어보니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알람을 끄고 보이는 핸드폰 배경 화면에는 그 아이와 내가 웃고있는 익숙한 사진.
방금 나는... 꿈을 꾼걸까?
항상 아침에 문자를 보내 주었던 그 아이.
오늘따라 문자가 없는 것이 이상했다.
전화를 해 보려고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내자기은규] 라고 저장되었던 이름은 뜨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에 전화번호부를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그런 이름으로 저장되어있는 번호는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날짜를 보았다.
2010년 2월 7일.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엉망인 머리.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가 번져 남아있는 눈물자욱.
문득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 깨달음.
" 아.................... 우리, 헤어졌지. "
오늘은 우리가 헤어진 다음날.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잔인한 꿈.
다시금 눈물이 흐른다.
*
헤어졌단 사실이 실감이 안나.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아직 너와의 사진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행복하게 웃고있는데.
우린 행복했는데.
벌써 또 보고싶은데.
너를 불러도 너를 만져도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
너를 지워야겠다고 생각 할 때 마다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아려와.
이제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하겠지.
우린 정말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널.. 지워야겠지.
너를 지우는 일.
정말, 잔인하다.
[ ★ ]
안녕하세요!
눈꽃비입니다.
공감하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승기군의 '삭제'라는 노래를 모티브로 삼아
끄적끄적 해본 것이랍니다.
(마지막 독백체의 내용과 노래 내용을 떠올리며 읽어보시와요:)
2년만에 쓰는 소설이라 내용구성이나 재미,
문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99.9% 이지요.
생각보다 길이도 길고, 클라이맥스도 없고
끝도 허무하지만(!!)
예쁜댓글 사랑해요~
첫댓글 제가 다 허무하네요! 정말...크흑...
컨셉을 꿈으로 잡은지라 허망할수밖에없었네용 ㅠ ,ㅠ
아................번외 적어주셔야해요!!!!!
앗번외.....! 번외까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빠른시일내에 구상해오겠습니다!
번외편 적어주세요 ~! 네 적어주세요 ㅠㅠ
네, 알겠습니다! 빠른시일 내에 구상해 오겠습니다! 잠시만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