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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시작일 때 *
"너 나랑 자볼래?"
그녀, 정희은이 아버지란 사람과 결혼한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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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뚜벅뚜벅-
시내를 걷고 있는 누구나 한번쯤은 돌아볼법한 그런 외모를 가진 한 사람.
작은 얼굴, 적당한 콧날과 체리빛을 띄며 갈라진 곳 하나없는 반짝이는 입술,
날렵한 턱선. 마지막으로 쌍커풀도 없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렇지만 날카롭게 빛나는 두 눈.
언뜻 보면 차가워 보이는 그의 눈에는 언밸런스하게도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따스함이 담겨져 있었고,
입에는 활짝 웃는 것도 아니고, 너무 무표정한 것도 아니어서 더욱 가슴뛰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시내를 벗어나 집들이 들어서있을 한 골목으로 꺾는 그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내 시력이 좋은 그의 눈에 많은 집들중에 가장 큰, 정원이 넓은 집이 들어왔고,
그의 미소는 조금 더 짙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뛰다시피 걸어서 대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현관문으로 향하도록 터놓은 딱딱한 바닥을 걷고 있으면서도
그 옆에 부드럽게 나 있는 싱그런 잔디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디들이 부드럽게 그를 환영하고 반겨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피식-.."
집 안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 2층 안방으로 향하는 그에게서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막고 조금이나마 더 날카롭고, 멋있어 보이는 표정을 지으려 애를 써봐도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나는 그녀 생각에 웃음을 참으려하면 할수록 입가가 더욱 우습게 일그러진다.
드디어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이제 이 문을 열면 그녀가 있을것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것이 느껴졌다.
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들어가서 그녀를 안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를 향한 설레임만으로도 이미 심장은 터질듯이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그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조그맣게 헛기침을 몇번 하고선 문고리를 잡았다.
아직 아버지는 집에 없을 테지.
그는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는듯 마는듯한, 그러나 보는 순간 매혹될만한 그런 미소.
그는 모를것이다. 혼자 앉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그의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던 그의 급우들을.
그렇게 연습했던 미소였건만, 조금씩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더이상 경련이 일면 여태껏 해온 노력이 헛수고가 되면서 그녀가 또 애 보듯이 자신을 볼까봐 그는 재빨리 문고리를 잡았다.
소리없이 문을 열어 '왁!' 하고 놀래켜줘야지. 뒤돌아 있다면 몰래 다가가 그대로
뒤에서 꽉 껴안아 버리는것도 괜찮겠어.
두근두근.
행여나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문고리를 돌리면서 더욱더 거세지던 그의 심장소리는
그녀를 놀래키기 위해 한껏 들이마쉬던 공기가 힘없이 되돌아 나옴과 함께 멈춰버렸다.
눈이 보기도 전에 이미 귀가 들어버렸다.
절대 잘못 들었을리 없는, 그리고 아직도 들려오는 색스런 소리.
그녀의 소리에 그는 심장이 내려앉음을 느꼈다.
조심스레 벽에 기대어 아까 살짝 열어버린 방문 틈으로 눈을 가져다댔다. 역시나 그들은 침대위에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을 계속 바라보는 도중,
그녀가 눈을 방문쪽으로 돌렸다. 그는 재빨리 눈을 떼고서 벽으로 더욱 밀착했다.
이제 다른 이유로 심장이 미친듯 쿵쾅거렸다.
당황? 흥분? 배신감? 아니면..긴장? 그래, 긴장이 맞을것이다.
혹시라도 자신을 봤을까 하는 긴장.
행여 봤다고 하더라도 단 1초도 당황하지 않을것을 알지만, 그렇기에 더욱 긴장하는 것이다.
절대로 당황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런 그녀를 보며 당황하고 가슴아픈건 오히려 자신이기에.
그에게 그녀는 전부이지만, 그녀에게 그는...그저 심심풀이일 뿐이니까.
오늘은 웬일로 아버지가 벌써부터 집에 있는거지.
대부분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 덕분에 그들이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물었다.
게다가 자신이 그녀를 향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나서부터는, 지금같은 낌새
가 보일 때마다 밖을 싸돌아 다녔었기에 오늘의 충격은 배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녀의 신발만 확인하고는 아버지의 신발은 살피지 않은 자신이 한심했다.
만약 그때 발견했더라면, 지금 이런 지랄맞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아도 됐었을텐데.
내가 그들이 관계 갖는 모습따위 다시 볼 일은 없었을텐데.
그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평소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아버지가 정말 죽을만큼, 두세배는 더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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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은이 그의 아버지와 결혼한지 일주일째 되는 날 그에게 내뱉은 '자볼래?'라는 말은,
그를 어이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슨 소릴 지껄이는거야."
"지껄이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솔직히 너도, 내 결혼 이유, 알만큼 크지 않았나?
나보다 띠동갑도 훨씬 넘은 아저씨를 상대하려니, 영계가 조금 그립네..."
"킥..그래서 택한 영계가, 당신 남편의 아들?"
"뭐..그런셈이지. 솔직히 내 나이 겨우 스물 둘이야. 아직은 한창 즐겨야할 나이잖아?"
그는 희은에게서 다른 여자들과는 조금 다름을 느꼈다.
섹시하게 꾸미던, 청순하게 꾸미던 눈빛에 서려있는 당돌함만은 연한 메이크업에도 가려지지 않았고,
무조건 상냥한척, 친한척 해댔던 전 여자들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적나라하게 표출했다.
게다가 자기 스스로 자신의 결혼 이유를 알지 않냐고 묻는다는 건,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도 같았기에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호감이 갔다.
"피식....원한다면."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설렘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그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자,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있는 희은이 보였다.
"일어났네?"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걸어와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가 길게 연기를 내뱉으며, 그녀가 그의 귓가에 대고 아침인사를 했다.
그는 여태껏 맡아보지 못한 희은의 향기에 몽롱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귓가에 대고 그에게 속삭이는 희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늑대를 유혹하는 매혹적인 양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입을 맞추었고, 잠시 피식하는 실소가 들리더니 그녀도 그에게 반응하며 깊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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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어. 다음에도 내가 남편한테 질리면 종종 부탁해. 나도 네가 원할 때, 기꺼이 받아들여줄게. 단,"
"......"
"놀이어야만 해."
그래, 그녀는 말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만 말라고. 행여 사랑하게 되더라도,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말라고. 그 순간 우리는 끝이라고.
"피식-..당연한 말을."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당연하다고.
그러나 대답하기 전, 그녀가 처음 그에게 자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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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녀가 방 안에서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었다는 듯이 숨을 내뱉자,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벌써 반 년 전의 기억인데, 왜 갑자기 새삼스레 떠오르는건지.
그는 너무 꽉 쥐고 있어서 피가 거의 통하지 않고 있는 주먹을 풀고는 '만날 사람이 있어. 다녀올게'
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서둘러 발걸음을 자신의 방으로 옮겼다.
10분쯤 되었을까, 그의 방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열리고는 그녀가 들어왔다.
막 아버지를 배웅하고 온 듯 싶었다.
"......정희은.."
"얘 좀 봐, 어머니라고 불러야.."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세게 끌어안아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의 뒤쪽으로 손을 뻗어 문을 잠갔다. 희은의 입에서 어머니라고 부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싫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여야만 하는 사실을 저주하고 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조금 안좋아보인다. 기분을 어떻게 풀어드려야 하나, 우리 왕자님?"
희은이 매혹적인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말없이 그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자꾸만 아까 아버지와 그녀의 모습이 생각나 그는 자신도모르게 거칠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런 그조차도 그녀는 능숙하게, 그리고 더 요염하게 받아들였다.
평소보다 긴 시간을 통해 욕구를 표현한 그는 쓰러지듯 침대 위에 누웠다.
옆으로 몸을 돌려 그녀를 안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일어나선 버릇처럼 담배 한가치를 다시 입에 물고 있었다.
그녀는 알까. 길고 가느다란 흰 손에 똑같이 길고 가느다란 흰 담배를 끼워넣고,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가 내뱉는 저 모습 자체가 유혹이라는 것을.
연기를 내뿜는 저 붉은 입술이 다시 한 번 깊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걸.
"..사랑해."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그가 내뱉은 말에 그도 흠칫, 그리고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려는 그녀의 손도 흠칫 멈추었다.
이내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담배를 다른 손으로 바꿔 쥐었다.
"...그래?"
"......"
"..그럼 아쉽게도 우린 여기서 끝이네."
"......뭐?"
그의 동공이 커졌다.
"약속했던거 잊었어? 내가 말했지. 놀이어야만 한다고. 장난이어야만 한다고. 어길시엔, 우린 끝이라고."
"....정희은."
"이제 반년이나 지났는데, 어머니라고 불러줄 때도 되지 않았니? 아- 그동안 재밌었는데, 좀 아쉽네.
역시 네 나이쯤의 영계가 딱이었는데..슬슬 밥먹으러 가야겠구나. 준비하고 내려와."
내심 기대했었다.
아무리 그랬었다고 해도, 반 년이나 지난 지금,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표정에 아무런 미동 없이, 살짝 웃기까지 하며 그의 가슴을 찢어놓고 있었다.
희은은 침대 옆 테이블 위의 스탠드에 가볍게 담배를 지져 끄고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잘못했어."
"......"
그녀의 걸음이 다시 멈추었다.
"..장난이야. 거짓말이야.."
"....강혁준."
강혁준. 그의 이름이 문쪽을 향해 뒤돌아 있는 그녀의 입술에 의해 불려졌다.
원망스럽게도, 이런 순간까지도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장난이라고. 그냥 해본 말이라고.."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진심이 뭉개져도 좋았다.
그녀만은 잡아야했다.
잠시의 정적 후에 그녀가 혁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다시 그 새빨갛고 매혹적인 입술을 열었다.
"흐응, 상관없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네게 질렸으니까."
...그렇게 그는, 한순간에 버림받았다.
희은이 닫고 나간 방문 소리가 그에게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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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봐도 5성급일 법한 삐까번쩍한 호텔 안,
406이라고 써져있는 호텔방 안에서 그녀는 침대와 바닥에 여기저기 널린 돈들을 집어들었다.
가끔 가다 곱게 주지 않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돈을 뿌리길 좋아하는 남자들이 꼭 있는데,
오늘 다룬 손님이 그런 부류였는 듯 싶었다.
돈을 다 주운 그녀는 바닥에 널린 그녀의 옷을 추스려 입고 가만히 침대에 앉았다.
세상을 저주하는 것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저 죽지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더이상은 치욕스러움도 수치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이 바닥에서 오래 생활해 왔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에는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효짱! 다 끝났으면 얼른 와. 오늘 좀 바쁘네]
효짱. 그것이 술집에서 쓰는 그녀의 가명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이름을 버린지 오래였다. 자신의 아버지란 사람과 성이 같다는 것은
너무나도 치가 떨리는 사실이었다. 매일 일삼은 가정 폭력에,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다.
자신을 술집에 팔아넘기고는 도망친 그를 그녀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잠시 문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녀는 핸드폰 슬라이드를 닫으려다가 멈칫하고는 날짜를 확인했다.
아뿔싸. 내가 어떻게 이 날을 잊을 수 있지.
그녀는 서둘러 돈과 가방을 챙겨 호텔을 빠져나왔다.
잠시후 그녀가 도착한 곳은 멀지 않은 호수였다.
그녀의 어머니와 자주 왔던 곳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바로 팔려온 그녀로서는 기일마다 어머니와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인 이 호수로 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되야한다, 효진아. 아버지가 아무리 막 대해도 너만은 순수함을 잃으면 안돼.'
이곳에 같이 왔을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킥..엄마..어쩌지 나...그 순수함, 잃은지 오래인데. 몸도 마음도..다 썩어버렸어."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금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까의 문자로 보아 빨리 가지 않으면 마담언니에게 크게 깨질 듯 했다.
한 명과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이 최대였기 때문에,
그녀는 오는길에 꽃집에 들려 산 국화꽃 몇송이를 호수에 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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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술집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자신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는 한 남자의 등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의 등이 그 누구보다도 슬퍼 보여서였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라가던 그녀는,
그가 낯익은 어딘가로 터덜터덜 들어가자 걸음을 멈추고 간판을 올려다 보았다.
아, 내가 일하는 곳...
그녀가 일하는 술집은 보통 술집이 아닌, 중상층들이 애용하는 곳이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버는 양이 달랐기 때문에 모든 술집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녀는 그가 나름 있는 집 자식이겠구나 생각하며 다시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마담언니는 그녀를 불렀다.
"얘, 효짱! 저기 VIP룸에 가봐. 대기업 그룹 회장 아들이니까 뜻 거스르지 말고."
"....알겠어요."
바쁘다더니, 들어오자마자 바로 손님 대접..휴,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VIP룸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효짱입니..."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였다, 그 시리고 슬픈 뒷모습을 보이며 걷던 그 남자.
그는 학생인 듯 싶었다.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출입한 그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흰 교복 와이셔츠 가슴쪽에는 '강혁준'이라고 쓰여진 하늘색 명찰이 매달려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
그녀가 희은으로 겹쳐보였다. 집에서 나와 이곳으로 향하면서, 그리고 이곳에 들어섰을때 까지도
참고 참았던 눈물이 허탈하게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또르르 흘러내렸다.
희은과 닮았지만 눈동자는 달랐다.
자신을 효짱이라고 소개한 그녀의 눈동자는, 강인해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여렸다.
혁준은 효짱도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고, 그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효짱..이에요."
그녀가 혁준의 곁으로 다가와 앉아 엄지손가락으로 살며시 혁준의 눈가를 쓸어주며 말했다.
그들이 있는 공간 안의 테이블에는 고급 양주가 한가득이었지만,
둘 중 누구도 먼저 술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우리 한번 자볼래요?"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혁준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만난 여자가 한 말이라서가 아니라, 희은이 했던 말과 너무나 똑같아서였다.
더러운 술집 여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사랑했던 여자도 이런 부류였으니까.
반면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아차 하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더럽게 봤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어차피 이런 곳에서 일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더럽고 싼 여자로 보면 어떡하나 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먼저 이런 말을 꺼낸 경우는 전혀 없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남자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적 또한 한번도 없었고, 그저 돈만을 목적으로 남자들을 상대해 왔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처음 만난, 그것도 고등학생에게 알 수 없는 설레임을 느꼈다.
그녀는 변명을 하려고 버벅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저..제 말 뜻은..."
그때 혁준이 입을 열었다.
"...진짜 이름이 효짱이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진짜 이름은?"
그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이름을 물어왔다.
자신의 물음은 씹고 다른 말을 하는 그가 다행이면서도 왠지 섭섭함에 그녀는 매몰차게
'알거 없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입은 조심스레 십수년전의 단어를 읊고 있었다.
"...김효진..."
"......효진...김효진...효진아.."
"......."
"김효진..."
혁준의 얼굴의 효진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효진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해서는 몸을 뒤로 뺐다.
"뭐..뭐하시는 거에요?"
자신이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이 창피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혁준은 계속 그녀에게 다가왔다.
너무 가까워진 거리에서 효진은 눈을 꼭 감고 말았다. 그렇게 1초, 2초, 3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살짝 눈을 뜬 효진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있는 혁준을 보았다.
민망함에 혁준이 대기업 아들이라는 사실도 잊고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려는데, 그가 조용히 말했다.
"피식....원한다면."
반년 전 그날의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으로, 상대만 바꿔서.
"..네? 무슨 말씀..."
더이상 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그녀는 이미 수백번은 해본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고등학생 주제에 반말이나 하는 당돌한 꼬맹이에게 입술을 내줄 뿐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랑의 끝은,
결국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구나.
그 전에 겪은 아팠던 사랑은 다음 사랑에서 성공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을 뿐이라고,
이렇게 다른 사랑의 시작으로 일깨워 주는거구나.
아픈 사랑의 끝이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행복이 시작되는 거구나.
혁준은 눈을 꼭 감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작게 미소짓고는 다시
달콤하게 그녀를 맛보기 시작했다.
★
후아 후아 드디어 두번째 소설이 나왔습니다!
첫번째 소설인 Abracadabra가 예상외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이번 소설도 이쁘게 봐주시구요 ㅠ_ㅜ..
눈팅만 하지 마시고 인소닷 매너남 매너녀분들 답게 댓글도 달아주세요>//<♡
항상 감사드리구요,
업쪽 = Y
댓글 앞에 Y를 붙여주시는 센스 발휘해주세요~
업쪽댓글은..다들 달아주실거라믿어요 ㅠㅠ엉엉..<
좋은 하루 되세요 ~
ㅋㅋㅋㅋㅋㅋ댓글감사함미당당당당
여주는 당근 효진이입니다 효짱효짱효짱~ 자극적아니죠 !?그쵸!? 역시 ㅋㅋㅋㅋ
ㅎㅎ 제가 볼땐 자극적이지 않았음!!!! 아~~효짱....입에 착착 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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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 잘썼다니까 너무 북흐북흐 >_<꺄올 ㅋㅋㅋㅋ 닦아! 뚝!
전교2등은그냥운빨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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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외는뭐야ㅋㅋㅋ와웅 옆집아저씨께서 감탄까지ㅋㅋㅋㅋㅋ!!만약구라여도기분좋네 ㅎㅎㅎㅎ
오징어야 주신다면 감사히 맛있게 잘먹겟습니다 라고전해드려줘 ㅋㅋㅋㅋ그래나중에언젠간! 내가 술마실수잇는날이오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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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해외진출은뭐야대쳌ㅋㅋㅋㅋㅋ;;난인소닷에서조차 알려지지 않은 초짜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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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ㅋ진짜폭댓이구나 이러다 사람들이 너가 댓글 다채운줄알겟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다른사람들도 댓글 많이 써준거 알아야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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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1500자쓰라고안햇엌ㅋㅋㅋㅋㅋㅋㅋ그만해도되 이정도도충분해 ㅋㅋㅋㅋㅋ완전캐감동머것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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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옭이것참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ㅏㅏㅏㅏㅏ단편완전매력잇넨.. ㅜ.ㅜ 야래향덕분에 단편 처음 읽어봣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재밋엇어연
오왕 제가 처음이라니 영광스러워요 ㅠ! 감사합니다 ~!
YYYYYYYYYYYYYYYY오대박!!!!!!!신선한 소재야 !!!!!!!!!!! 난 '그'에게끌려언니ㅋㅋㅋㅋㅋㅋㅋㅋ희은이여자답지않게멋있기는훗, 언니내가여기와서 처음읽는 소설이 언니 소설인데 내 기대에 져버리지 않았어 !!!!!!!!!!!!명대사들이 줄줄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어머 나도 희은이의 유혹을 빌려 남자를 꼬셔봐야겟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완전 멋있다고 느껴져 !!!!!!!언니 전나 잘쓰네 부러운 언니야 ㅜ 잘 읽고 갈께 ㅎ
오왕오왕오왕 신선한 소재니!? 고마웡ㅋㅋㅋㅋㅋㅋ처음이라니 영광영광 ㅠ!잘썻다니까 부끄럽넹/ㅁ/!
꺄앍 //ㅁ//
꺄앍//ㅁ//!ㅋㅋㅋ댓글감사합니다 맘에드셧는지 모르겟네요 ㅠ~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로맨스가 역시…좋네요^^
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달달이 좋죠? 전 사실 새드가 더 좋긴 하지만..ㅠㅋㅋ!
저도 새드가 좋긴 하지만, 해피가 더 끌려서요~^^
Y 우와 그냥 무심코 들어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밌어요!! ㅋㅋ
우와 무심코 들어와서 읽게되신 소설이 제 소설이라니 기쁘네요 ㅎ 기대 이상이라는 말도 고맙습니다 !
재밌게 읽으셔서 다행이에요>_<
YYYYYYYYYYYYYYYYYYYYY까야 재밋다 ㅋㅋㅋ
꺄아곰맙습니둥ㅋㅋㅋㅋㅋㅋ
Y 우와 언니 짱이에여>ㅠ<ㅋㅋㅋㅋ재미써어연ㅋㅋㅋㅋ
ㅋㅋㅋㅋ우와 동생 짱이에요>ㅠ<ㅋㅋㅋㅋ고마워어연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짱언니나오면다들빵터지는;;감사합니당 ㅋㅋ
Y야래야 나다ㅋ 완전 재밌는데 주인공을 여자가 아닌 남자로 한게 신선했어ㅋㅋ
너라면 여자로 할 줄 알았는데 말이쥐~~~~~~~~
ㅋㅋㅋㅋㅋㅋ전지적작가시점의 매력 ?ㅋㅋ고마워잉~
와;;진짜 신의경지인가.................... 전 이것 따라하지도 못하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 묘사완전잘하셔요 ㅠㅠ 부럽습니다!!!!!!!!!
아흑 신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미다 ㅠ!!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다 ㅠㅠ!
ㄴ아니에요 ㅠㅠ 묘사법이 최고인데요 ㅠ0ㅠ
에이 ㅠㅠ감사합니다 ㅠㅠ........
새로운 단편들고 왓어요! 그날밤의 진실<ㅋㅋㅋㅋㅋㅋㅋㅋ!!읽어주시면...폭풍눈물 ㅠㅠ!
ㄴ에에?? 이렇게 빨리요 ??? ㅇ_ㅇ
역시 고수는 달라;;
Y야래야?이거 여주 효짱사마임?,ㅋㅋㅋ,읽으면서두색달랐음ㅎㅎ
ㅋㅋㅋㅋㅋㅋㅋ효짱언니여 ㅠㅠ흑읽거죠서고마웡!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앜제발뿜지말라규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애틋해야하는분위기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