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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마크 피셔 (영국의 작가,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저자)
“전문 철학자의 작업에서 종종 결핍되어 있는 형이상학적 갈증에 의해 나오는 최고의 아마추어 철학”
책 속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의식의 내용을 인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스스로를 구하는 법을 터득한다.”(36쪽)
생존하고, 번식하고, 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우리는 부당하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 이상이 있기를 바란다. 혹은 그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비극이다. 의식은 우리의 본질을, 즉 우리가 분해되어가는 뼈에 붙은 부패해가는 고깃덩어리라는 것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도록 애쓰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38쪽)
거짓의 수레바퀴 위에서 우리 등이 서서히 부러져 가는 와중에, 이런 자기기만을 끝내려면, 즉 의식을 지니면서도 의식을 억제해야 하는 역설적 명령으로부터 우리 종을 자유롭게 하려면, 우리는 번식을 중단해야 한다. (39쪽)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인생 이야기는 없다. 오로지 공포라는 발명품, 그런 다음 무로 끝날 뿐.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자유로운 삶에의 의지도 없고, 죽음에의 의지로 말미암은 구원도 없다. 참으로 우울하게도. 팔아먹을 철학은 없다. 비관론은 팔리지 않으며, 낙관론은 통과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 사악해서 문을 닫아야 했다.(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