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9월 11일(현지시간)부터 1983년 3월 21일 미국 NBC 방송에서 방영된 드라마 '초원의 집'에 나온 배우 잭 릴리가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참 기억을 되살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찾아 보니 마차꾼으로 나온 보잘것 없는 배역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멜리사 길버트(61)가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추모 글을 올려 "초원의 집 가족은 한 식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는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GMA) 기사를 접하며 고인이 남긴 발자취가 작지 않다는 것을 새삼 돌아보게 됐다.
고인은 '초원의 집' 크레딧에 '두 번째 역마차꾼'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을 비롯한 영화나 숱한 드라마에 스턴트맨으로 기용됐다.
멜리사의 추모 글이다. "잭 릴리가 세상을 등졌다. 고인은 아흔한 살이었다. 그는 이 지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말 타는 법을 가르쳤다. 그는 날 아주 잘 참아줬다. 내가 그에게 매달려 '태워줄 수 있나요? 제발 제발 제발"이라고 하면 한 번도 안된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잭은 늘 내게 집처럼 편안했다. 그는 대단한 삶을 살았고 난 그가 친구였다는 점을 행운으로 여긴다."
'초원의 집' 말고 그가 출연한 유명 작품으로는 '딜론 보안관'(Gunsmoke),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 사랑'(City Slickers), '브레이징 새들스'(Blazing Saddles), '보난자'에다 1957년 TV 시리즈 '조로' 등이 있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뭇 남자들 가운데 거인을 잃었다"면서 "스턴트맨, 우두머리 카우보이, 가축 코디네이터, 배우 겸 우리 아빠 잭 릴리가 2025년 3월 19일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알렸다.
며느리 서배나 돈 릴리는 "아버님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면서 "모든 일에 농담을 하셨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였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깊숙이 돌봤고 동물들에게도 더한 보살핌을 제공했다. 그리고 동물들을 안전하게 잘 돌본다는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배나는 또 "90대가 돼서도 그는 서부극 채널을 틀어놓고 옛날 영화들과 TV 쇼들에 등장한 말들의 이름을 부르곤 했으며 그들이야말로 진짜 스타였다고 여기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부인 아이린과 1958년 12월 20일 결혼해 세 아들 클레이와 클린트, 벤과 다섯 손주 , 여섯 증손주를 뒀다. 몇몇 자녀와 손주까지 스턴트 연기자로 일했다. 자녀들은 이번 주초 지난해 5월 95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린과 부친이 얼마나 서로 사랑했는지 각자 소셜미디어에 글을 띄워 돌아봤다. 자녀들은 "잭이 신부 아이린 곁으로 가셨다. 그는 둘째 부인을 얻고 싶지 않았나 보다'라고 적었다. 얼마 있으면 장례 일정을 공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33년 8월 15일 텍사스주 휴즈 스프링스에서 존 엘윈 릴리로 태어난 고인은 두 살 때 산 페르난도 밸리로 이사했는데 부친이 말들을 영화 제작에 빌려주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영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59년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로하이드'에 출연하기 시작해 이 때의 인연으로 나중에 감독으로 전업한 이스트우드의 영화 '서든 임팩트'(1983)와 '핑크 캐딜락'(1989)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인의 빅 스크린 크레딧 중에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Cat Ballou'(1965), '두 목동'(The Rounders 1965), 'Beau Geste'(1966), '석양의 보안관'(Support Your Local Sheriff! 1969), '고물차 소동'(Used Cars 1980), '쓰리 아미고'(1986), '영건'(Young Guns 1988), 'Army of Darkness'(1992), '나쁜 여자들'(Bad Girls 1994), '구름 속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 1995), '혹성 탈출'(Planet of the Apes 2001), '레전드 오브 조로'(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