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비상이었다. 사돈의 별세, 그리고 뜻하지 않은 직원의
사직으로 내가 몸으로 막아야내야 했다. 그래도 안면도 일정이
진행 되서 마음은 홀가분했다. 고민해야 소용없는 일은 시간의
흐름에 맡겨 놓으라 했다.
원활한 진행을 암시하듯 안면도 행 길은 정체된 길과 반대로 버스
차선은 뻥 뚫려있어 상쾌했다. 2시간 동안 서산과 태안에서도
정차하지 않는 버스는 안면읍 종점 전에 창기삼거리에 딱 한 번섰다.
13시경 먼저 와 있는 영록의 차에 진구, 현주, 인선, 기택 등 다섯 명이
타고 5분 거리인 창기리 백사장 어머니의 빈 집에 도착했다. 누추해도
여행의 하루 밤이다. 진구의 와인과 제과점 빵, 현주와 인선의 동태전, 떡국 등
맛깔스런 반찬, 기택의 호주산 등심과 새우, 무엇보다 영록 차 트렁크에
가득 실려 있는 소주와 맥주 그리고 만두, 토란 등 밑반찬으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부리나케 고기를 굽고 술병을 땄다.
바닷가 날씨는 아직 포근하다. 백사장 항과 드르니 항을 잇는 꽃게다리
에서의 풍경은 적당히 배가 부른 바닷물이 마음을 넉넉히 한다. 동네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적막하다. 거기에 문 연 노래방이 있으랴 싶었는데
영록이 앞장서서 찾아내었다. 인선은 그대로 집에 남았고 네 명이 음주가
무를 즐겼다. 또 와서도 새벽까지 술잔을 놓지 못했다. 그 덕분인지 그 다음
날 진구는 식사도 못한다.
방 하나는 더워서 문 열어 놓을 정도로 따뜻했는데 하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침 후 찬 공기 속에 영록 차로 꽂지해수욕장을 향했다. 바다는 나를 향해
손짓하는 듯 파도가 철썩이며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적당한 크기의 섬 두 개와
빨간 등대가 호젓하다. 찬 공기 속에 인적이 없으니 더 적막하다. 다들 여기에
온 추억을 한마디씩 얘기한다. 다시 방향을 돌려 태안으로 가려니 눈발이
흩날린다.
이왕 온 거 태안에서 횟집을 찾는데 설 연휴라서 그런지 없어서 콩나물 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재료를 준비 못했는지 삼겹살도 없어서 제육볶음과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눈발이 더 날리기 전에 영록을 보내고 우리는 버스표를
다시 끊어 놓고 커피숍에 앉아 거리를 보니 휴일인데도 행인이 하나도 없다.
서울은 어디가나 만원인데 말이다. 둘은 두시 반차로 둘은 네시 반차로 강남
고속터미널 행 버스를 탔다.
꽃지해수욕장
첫댓글 인선 아닌 은선이는 잘 먹고 잘 쉬고 혼자서도 둘이서도 셋이서도 넷이어도 다섯이어도 안면도의 겨울바람을 즐겼습니다 그 폭주하는 대화 폭풍에 놀랐고 마다해본적없는 술잔횟수에 놀랐고 끊임없는 먹방에 놀랐습니다 딱 맞는 5인 차량봉사 영록님 고맙습니다 저 빼고 모두가 살림의 달인 생활의 달인..총무 노릇..그럭저럭..해봤고요 막판 지기님 찬조 만원도 야무지게 받아냈습니다..모두 고맙고 감사하고 추운 날씨에 무사히 서울로 돌아온 거 서로 다독이며 사진 후기 잘 보고 가요
이제야 몸 컨디션이 정상 ㅎ
함께한 1박 2일 내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맛난 음식들을 장만해 온
여친들 덕분에 배풀렀구요
기택이표 소고기 넘 좋았습니다
멋진 추억을 남겨준 지기님
수고 많았습니다^^*
지기님 후기는 언제나 자세하고
재밌네요 나는 가지 않았지만
설연휴때 좋은 추억이네요
안면도 경치사진도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