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臥溫 )
- 김경성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오래전 낡은 옷을 벗어놓고 길을 떠났던 사람들의 곁을 지나서
해국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바람이 비단 실에 묶여서 휘청거리는
바람의 집으로 들어선다
눈가에 맺힌 눈물 읽으려고
나를 오래 바라봤던 사람이여
그 눈빛만으로도 눈부셨던 시간
실타래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날줄에 걸쳐 있는
비릿한 추억, 삼키면 울컥 심장이 울리는 떨림
엮어서 갈비뼈에 걸어 놓는다
휘발성의 사소한 상처는
꼭꼭 밟아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너무 깊은 상처는 흩어지게 펼쳐 놓는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집
네 가슴 한껏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기억 한 두릅에
그대로 엮이고 싶은 날이다
―시집 『와온』 (문학의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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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설어 국어사전을 폈습니다만...
와온臥溫의 뜻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앞뒤의 행으로 읽을 수밖에 없지요 ㅎㅎ
따스한 눈길을 사람의 사랑이라 읽으면 이 시가 이해됩니다
내 사랑이 머무는 곳에 온기가 남을 것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에 온기가 남는다는 것을 믿으면 그게 사랑이지요
자잘한 상처의 기억도 사랑할 때 나도 그렇게 엮이는 것이고요
사랑해서 좋은 가을이 깊숙합니다
지금 어디에선가는 꽃바람에 향기가 흐를 것 같습니다
첫댓글 '와온'은 전남 순천만의 바닷가마을 이름이라고 합니다. '유재영'의 '와온의 저녁'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독특한 지명탓인지
와온을 글감으로 한 시들이 여러 편 있네요.
아하! 땅 이름이었군요. 애월 같이 한번 들으면 쉬 잊히지 않을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