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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를 초토화시키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서열화를 부추기고,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키는 학교”... 이런 학교를 일반계학교로 바꾸지 못하도록 반대하는 학부모와 서울시교육청의 힘겨루기가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교육청과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학부모들간의 팽팽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불난집에 부채질한다더니 이 판에 교육부까지 나서서 자사고편을 드는 바람에 자사고의 학부모들은 기고만장이다.
사람 사는 곳치고 사회적 갈등이란 없을 수가 없다. 최근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갈등만 하더라도 세월호법을 만들자는 희생자 유가족과 새누리당의 갈등을 비롯해,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설립과 밀양송전탑공사 그리고 서울시의 자사고 문제... 등 수없이 많다.
사회적 갈등이란 서로 추구하는 가치나 신념 혹은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생겨난다.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도 있고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간에도 나타난다. 이런 갈등은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인한 대립과 신념과 가치관의 충돌, 지역보존과 환경보존의 대립, 문화전통의 차이, 잘못된 사회구조나 제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두고 학부모(학교)와 교육청간의 갈등과 대립도 개인과 집단 그리고 잘못된 사회구조나 제도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이다.
서울시 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이유는 자사고가 “일반고를 초토화시키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서열화를 부추기고,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키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14개 자사고 중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과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 및 적절성 ▲교육의 공공성 및 학교의 민주적 운영,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 지표... 등
8곳이 기준점수인 70점(100점 만점)을 넘지 못해 재지정을 취소, 일반계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은 일반고를 초토화시키든 사회분열을 조장하든 서열화를 부추기든 그런건 우리가 알바 아니라는 투다. 내 돈 내고 내 아이 공부시키는데 교육부가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은 학교선택권을 무시하는 조처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란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한 갈등은 최악의 경우 다수결이라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자사고 문제는 가치관의 문제가 아닌 ‘내 아이 손해 볼 수 없다’는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다.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고라는 학교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립목적부터 살펴봐야 한다.
자사고란 어떤 학교인가?
자사고란 ‘학교를 다양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를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학교다.
1970년대부터 자유시장, 자유무역, 자유송금, 사적 소유라는 자유의 이념을 바탕으로 2002년부터 시범 실시하면서부터 자사고가 등장하게 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에 따르면 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취소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총 187개의 특목고(138개)와 49개의 자사고가 있다. 2002년에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가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 된 이후 2003년에는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상산고가 추가로 지정되었다. 여기다 기존 자립형사립고에 자율형사립고를 통합 현재 49개의 자립형 사립고가 운영 중에 있다.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로 일반계고로 바꾸겠다는 이유
자사고는 정부 지원금이 없이 독립된 재정과 독립된 교과과정으로 운영한다는 전제조건으로 지정된 학교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자사고는 학생 면접 및 선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학교 내신 3% 이내의 학생을 100여명 이상 싹쓸이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 갔으면 국가가 지원하는 막대한 지원에 합당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일반고를 초토화시키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서열화를 부추기고,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사고는 설립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 일반고 214개교의 2012학년도 수능성적을 조사한 결과 무려 70개교에서 재학생의 3분의1 이상이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에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최하위 등급인 7~9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재학생 40% 이상이 7~9등급인 학교가 34개교, 심지어 50%가 넘는 학교도 4개교나 됐다.
자사고 중에는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회계부정과 학비가 연간 1,000만원이 넘는 곳도 54개(27.1%)다. 이들 학교들이 일반학교들과 달리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통제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으며, 사학 자본에 의한 교육의 지배가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서울 지역의 14개 자사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경희고와 배제고를 비롯한 8개 자사고가 기준 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했다. 이런 학교를 일반계고로 바꿀 수 없다며 교육부가 승인을 받으란다. 자사고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서울시교육감이 아니라 교육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 때문이다. 양식이 있는 교육부라면 일반고를 정상화시켜 공교육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 일반계고를 살리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반대하는 교육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교육부인가? http://chamstory.tistory.com/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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