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유인촌 후보자. [뉴시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좋아 하는 연극 대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설 '돈키호테'의 구절을 마치 연기하듯 술술 인용했습니다. 역시 '연기자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140억원의 재산으로 '이명박 정부는 부자 내각'이라는 논란의 최일선에 서있는 유인촌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추궁을 침착하고도 겸손하게 받아넘겼습니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 140억원대의 재산을 모으게 된 과정을 집중 추궁했지만 유 후보자는 "35년간 배우로 활동하며 열심히 저축했고, 한 푼의 세금도 탈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지 BMW 차 량이 과거 재산 신고(2005년에서 2006년 사이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절)에서 빠진 점에 대해서는 "실 수"라고 인정했습니다. 부인의 일본 국채 투자,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의 급격한 증가, 재산 신고 누락 등 의문에 대해 유 인촌 후보자는 나름대로 잘 해명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재산 140억1900만원 중 73억30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부동산에 대해서 끝까지 숨기는 부분이 있더군요.
2005년 완공돼 레지던스로 운영되고 있는 종로구 수송동 로얄팰리스스위트 아파트. [중앙포토]
이날 오전 통합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유 후보자 부인이 현금(예금) 55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 를 거론하며 "강남에서 현금 보유를 많이 하신 분은 대체로 부동산 급매물이 싸게 나왔을 때 사기 위 해서라고 한다"고 잽을 던졌습니다. 이에 유인촌 후보자는 "서류를 다 보셨으면 알겠지만 제가 부동산을 산 경우는 다 80년대, 90년대 다. 그후로 한번도 사고 판 적이 없습니다"고 응수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우상호 의원은 이에 대해 잘 모르는 듯 다른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오후 질문자로 나선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이 이 문제를 파고 들었습니다. "유인촌 내정자, 서머셋 팰리스 언제 구입했죠"(정청래 의원) "제가 연도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유인촌 후보자) "조선일보 인터뷰에는 1998년도에 샀다고 되어 있습니다"(정 의원) "예, 예"(유 후보자) "98년도에 분양한 적이 없는데요"(정 의원) "아마 그때 분양했을 것 같습니다"(유 후보자) "2002년도에 분양했는데요"(정 의원) "2002년도에 아마 완공이 되었을 것입니다"(유 후보자) 정 의원이 거론한 서머셋팰리스는 '로얄팰리스스위트'라는 이름으로 분양된 아파트로 현재 레지 던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죠. 그런데 "이 아파트가 2005년에 준공되었을 것"이라는 유인촌 후보자의 답변은 사실이 아닙니다. 거짓말입니다.
유인촌 후보자 부인 명의의 수송동 아파트 등기부등본.
'서머셋팰리스' 레지던스로 운영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유인촌 후보자의 답변과 달리 2005년에 완 공되었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유 후보자 부인 명의의 이 아파트는 그해 5월 건설업체의 소유 권보존 등기를 거쳐 5월 26일 소유권이 이전되었습니다. 2002년은 완공 시점이 아니라 분양한 때입니다(기자블로그 '유인촌, 부동산을 보는 두 개의 눈' http://blog.joins.com/n127/9188380).
국회 문화관광위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유인촌 후보자. [연합뉴스]
"아파트를 사는데 2002년에 분양이 됐든 완공이 됐든,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 니다. 유인촌 후보자는 오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제가 부동산을 산 경우는 다 80, 90년 대"라며 항변했습니다. 그 후로는 '한번도 사고 판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공시가격만 7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2000년에 들어와서는 전혀 손 대지 않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었을 것입니다. 유 후보자와 부인이 강남 아파트와 상가주택 그리고 용인에 연립주택 등 집 4채를 소유하고 있으니 국민들 시선에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겠죠. "선서,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27일 오전 유인촌 후보자는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선서를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위원 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지켜봤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아는 사람은 알아도 그냥 덮어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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