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4일 덴버의 필라델피아 원정경기
벤치에서 출전해 21득점. 특히 3점 4개를 4쿼터에 쏟아부어 114 대 110, 팀의 역전승을 이끈 루키 하일랜드가 경기 후 고향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렸다.
“Next question, I am sorry.”
2018년 3월 25일 필라델피아에서 30여분 떨어진 윌링턴 Wilmington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하일랜드는 2층 자신의 방에서 친구와 페이스타임을 하며 듀크와 캔자스의 엘리트 8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검은 연기와 화염이 집을 한순간에 뒤덮었고 당황한 하일랜드는 가려지는 시야를 이겨내며 겨우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떨어지는 과정에서 계단 벽돌에 부딪힌 무릎은 심각했고, 이후 의사는 그가 더 이상 농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소견을 전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가장 절망적인 소식은 아니었다.
화재가 난 집에는 하일랜드를 제외하고도 할머니와 사촌동생 두명이 더 있었는데 그중 한명의 사촌동생은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할머니와 다른 아기 사촌동생은 병원으로 옮겨졌음에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절망한 하일랜드는 심각한 무릎과 불안정한 정신 때문에 장례식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고 이후 6개월 이상을 회복하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2022년 3월 14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
경기 전 그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던 당시 소방관들을 포함한 윌링턴 소방서의 직원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고 그들이 직접 마련한 윌링턴 소방서 재킷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이날 윌링턴에서 온 하일랜드의 서포터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하일랜드가 가족과 지인을 위해 준비한 티켓은 20여장뿐이었지만 수 백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해줬고 그들은 모두 윌링턴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9학년 때 선생님 Mrs.Menton에게 아직도 애교를 떨 만큼 성격도 유하고 윌링턴을 팔에 타투할 만큼 고향을 사랑하는 하일랜드는 항상 지역사람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왔기에 그리 놀랄 건 아니었다.
4쿼터 7분에서 6분동안 -윌링턴에서 던진 듯한- 딥쓰리 포함 3개의 3점을 넣었을 때 그들은 열광했고, 팀내 최고 마진인 +16으로 승리를 이끌고 퇴장하는 하일랜드를 향한 환호는 그냥 홈경기 같았다.
“마이크 말론 감독님은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500여명 같다고 했지만 제가 볼 땐 아마 600~700명 정도가 온 것 같아요 더 많을 수도 있고ㅎㅎ 오늘 저는 꿈을 이뤘습니다.”
18년 사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동안 눈물을 닦아냈지만 경기에 관한 질문, 고향에 온 소감 등을 말하는 내내 본즈의 행복한 미소는 끊이질 않았다.
부상과 비극을 딛고 일어나 꿈같은 NBA에서 완벽한 홈커밍데이를 이뤄낸 이 루키는 오늘 혼자가 아니었다. 친구와 가족이 있었고 고향이 있었다.
그리고 또 왼쪽 어깨의 가족도 언제나처럼 함께했다
윌링턴에서 태어나고 자란 하일랜드는 21년 26픽으로 덴버에 픽되었지만 롤에 대한 불만으로 22-23시즌 클리퍼스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자신은 스코어러 뿐 아니라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더 하고 싶었다고 말했죠. 공을 더 만지고 싶다는 얘기 같은데 장단점이 확실한 선수라 더 발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극적이거나 인간승리의 여정을 가진 선수들의 스토리를 알게 되면 아무래도 정이 더 가죠.
이제 갓 2년을 보낸 만큼 열정을 잃지 않고 발전하길 지켜봐야겠습니다.
첫댓글 응원한다!
Hsteal 글은 항상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