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순례
미원 승리의 모후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쌀안에 울려 퍼지는 믿음의 종소리」
산과 계곡, 그리고 넓은 들판이 평화로운 곳.
그 자연이 주는 넉넉함 속에
오랜 세월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
신앙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온 곳,
미원 승리의 모후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당이 먼저 자리하다.
1964년 8월 성당 공사를 시작하여,
같은 해 12월 성전을 완공하였습니다.
이렇게 성당을 먼저 신축한 뒤
1964년 12월 28일
청주 서운동 본당에서 분리·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승리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수호자로 모십니다.
'쌀안'에서 미원(米院)으로
오래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순우리말 '쌀안'이라는 지명을 사용했습니다.
'쌀안'은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들판에서
벼농사가 풍성하게 이루어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오늘날의 미원(米院)이라는 지명이 되었습니다.
지명에는
그 지역의 삶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풍요로운 들판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처럼,
미원성당 역시 지역 주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신앙을 키워온 삶의 터전이 되어 왔습니다.
계절을 품은 성당 마당
넓게 펼쳐진 마당이
가장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깊은숨을 들이마시게 합니다.
한편에는 꽃을 모두 내려놓은
목련나무가 조용히 서 있습니다.
화려했던 봄은 지나갔지만,
목련은 푸른 잎을 키우며 다음 계절을 준비합니다.
자연은 꽃이 피는 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사실을
말없이 가르쳐 줍니다.
신앙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열정보다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충실함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집니다.
세월을 지켜온 하얀 종탑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하얀 종탑이
순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60여 년 조용히 자리를 지켜온 이 종탑은
미원성당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기쁜 날에는 감사의 종소리로,
슬픈 날에는 위로의 종소리로,
미사와 기도를 알리는 부르심으로 울려 퍼졌던 종소리는
수많은 신앙인의 삶과 함께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종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미원 공동체의 신앙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산과 들로 복음을 알리는 살아 있는 표지입니다.
승리의 모후와 함께한 공동체
미원성당의 수호자는 승리의 모후이십니다.
성모님의 승리는 세상의 힘으로 얻은 승리가 아니라,
십자가를 통하여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함께하신 믿음의 승리입니다.
미원성당은 화려한 규모나 웅장한 건축으로
기억되는 성당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공동체의 소박함과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서로를 지켜온
신앙의 충실함이
이 성당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왔습니다.
「종소리가 이어 주는 신앙의 시간」
성당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신앙인들의 삶을 느끼게 됩니다.
복음의 종소리에 이끌려
온전히 하느님께 자신을 맡겼던
수많은 걸음걸음이
이 성당 안에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쌀안’에서 해마다 새로운 벼가 자라듯,
미원성당 역시 세월이 흘러도
끊임없이 새로운 신앙을 길러내는
은총의 들판이 되어 왔습니다.
오늘도 하얀 종탑은
묵묵히 하늘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그 종소리는
길을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들녘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끕니다.
‘쌀안’의 풍성한 들판을 적셔 온 바람처럼,
복음의 씨앗은 사랑을 품은 은총이 되어
오늘도 산과 들,
그리고 사람들 삶 속으로
종소리에 실려 퍼져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