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 입문기 (1편) <도장 첫 번째 날> 1999년 어느 여름날. "어 왔냐. 일단 옷 갈아입고 이쪽으로 와서 인사부터해라." "그리고 정철. 얘 교육좀 시켜."
"네?" (잘 안들려서 반문)
질문에 답을 하기도 전에 선배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팔굽혀펴기 300개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스쿼트 500개, 그리고 윗몸일으키기 200개 한 다음에 얘기하자.
우선 그거 하고 나한테 찾아와."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가슴을 지나 바지를 지나쳐 양말을 적시며 신발주위로
퍼져나갔다.
그냥 집에 가라."
< 먼저 기초체력향상부터 >
프로레슬러는 도제식으로 연습이 이루어진다.
해외의 메이저 단체에는 웨이트,레슬링,쇼맨쉽 등에 대한 전문적인 코치진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정기간 연습기간을 거쳐서 솎아낸 다음 가르침이 이루어진다. 입문하고 3개월 정도는 기초적인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 맨손운동이 주류를 이룬다.
팔굽혀펴기 , 윗몸일으키기 , 스쿼트를 시작으로 러닝과 맨손운동, 스트레칭을 주로 하며 합숙소에서 선배들의 뒤치닥거리를 주로 하게 된다.
선배들은 대개 온화하며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아주 독하고 악한 성격을 가진사람들도 있다. 대한민국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처럼 나름의 규율이 존재하며 특히 선배에게는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것은 한국의 프로레슬링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인데, 근대 프로레슬링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역도산이 스모선수 출신이었기에 스모의 시스템을 그대로 프로레슬링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자세히 밝혀보도록 하겠다. 약 3개월간은 별도의 비용이 지급되지 않으며 심지어 운동복도 자비지참이다. 나의 경우 도장및합숙소가 용인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기거하던 강남역에서 출퇴근하는 비용만해도 상당했었다.
이 기간동안 단체에 잘 적응하는지, 다른 선수들과의 인간관계, 흥행시스템에 대한 적합성 테스트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시다 생활을 하면서 흥행이 있을 때 마다, 생수병 나르기, 박스및 짐 정리등의 임무를 하며 링은 만질 수가 없다. 선배들의 구타가 있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도장에 가도 아는 척을 해 주는 사람도 없고, 식사시간이라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 말 그대로 꿔 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이기에 이 때의서먹함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3개월 정도가 지나고 어느정도 몸에 체력이 붙고 떠날 사람 떠나고 남을 사람이 남으면 점차 레슬링에 관한 것들이 표면에 나오기 시작한다. 우선 훈련메뉴에 앞구르기가 추가된다. 아울러 처음으로 링에 오르게 되는데, 그때의 흥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링에 올라가 한쪽 코너에서 반대편 코너쪽으로 앞구르기로 가고, 다시 뒷구르기로 돌아오는 것인데 똑바로 직선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쉬운 것은 아니다.게다가 이미 기초운동으로 전신은 땀으로 절은 상태. 맨손운동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이기에 몸의 균형감각과 그것을 제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이 되야 낙법이 되고 여러 프로레슬링 기술을 다치지 않고 습득할수 있기 때문에 매우 철저하게 훈련을 시킨다.훈련은 누군가 자세히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선배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형태로 실전감각을 익히라고 발로 차거나 뭉둥이로 툭툭 치면서 돌다가 링밖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 링! 링이다 ! >
앞구르기가 끝나면 이제 낙법을 하게 되는데, 프로레슬링의 낙법은 다른 격투기 와는 달리 동작을 크게하여 기술 시전자를 더 돋보이게 하고 굉음을 내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일부에서는 낙법이 아니라 범프 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낙법으로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로프반동을 하면서 뛰오어면서 상대의 어깨나 무릎에 걸려서 넘어가거나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텝이 꼬여서 머리부터 떨어지거나 혀를 깨물어 응급실에 실려가는 연습생들도 있다.
< 최태산 관장의 헤드락에 걸려서 허우적대는 필자 >
일본에서 온 조지 다카노 라는 신니혼 프로레슬링 출신의 선수 겸 트레이너는 종종 연습생들에게 매캔로를 시키곤 했다.
매캔로는 한 선수가 서 있고 다른 선수가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아 있는 상태에서 자세를 낮춘 선수가 서 있는 선수의 오른쪽 발목을 잡아당긴다. 이렇게 하면 한 쪽 선수는 균형을 잃은 듯 후방낙법을 치며 뒤로 떨어지고 앉아있던 선수가 일어난다. 그러면 다시 누워있던 선수가 일어나면서 발목을 잡아당기고....
< 사진 왼편이 조지 다카노 > 이것을 100번씩 시키는 것이다. 이걸 100번을 하면 엊그제 먹은 것들이 입과 코로 다 나오고, 장에 끼어있던 숙변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다. 이때부터 솎아내기가 어느정도 끝나고 남은 사람들이 한 쪽 손가락으로 셀수있을 정도가 되면 삼겹살 파티가 열리고 단체의 이름이 들어간 운동복을 지급받는다.
< 링 슈즈를 신을 수 있는 자 만이..>
그리고 관장 또는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높은 사람과 함께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이태원에 가서 검은색 링슈즈를 맞추게 된다. 이제 단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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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鬪 强 導 夢 강하게 싸우며 꿈을 이룬다 원문보기 글쓴이: 인간어뢰
첫댓글 아 그동안 프로레슬러들의 훈련과정이라든가 하는부분이 굉장히궁금했는데 정말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ㅋㅋ
야~ 대단하다~
우와...저정도군요?
근데 언제 올리실건데요????빨리 보고 싶은데 ㅋ
기품같은게 느껴지네요~
업데이트!!
김남훈 선생님..진무관 가라데와는 어떤 관계이시죠"? 혹시 수련하시나요?
그곳 본부장님과 잘 아는 사이고, 그곳 사범인 최영과는 선후배로 친하게 지냅니다.^^
아 이분이 이번에 유엡씨 해설하셨던 김남훈님이셨구나. ㅎㅎ
아..어쩐지..왜냐면 제가 진무관 카페에 가입이 돼있는데...김남훈 선생님 영상이 쫌 많더라구요...ㅋㅋ 어제 ufc 해설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사실 작년쯤에 지하철에서 뵌적있었어요..,ㅋㅋㅋ 암튼 힘내시고요..응원하겠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