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은 수도권 도시들 중 존재감이 약한 지역이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겠지만,
하남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왜냐하면 수도권에서 비교적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가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북쪽으로는 한강, 남쪽으로는 남한산 때문에 강동구와 광주시를 제외하면 왕래가 매우 적다.
또한 1989년에야 생긴 이름이라는 점도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그래서 하남은 2007년까지 시외버스의 불모지였다.
도시 역사가 짧고 고립된 위치에다가 동서울터미널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남 주민들도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굳이 버스터미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 시외버스가 하나 둘 들어오면서
하남에도 버스터미널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논의 끝에 2013년 9월 27일에야 지금의 버스터미널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개장 이후 하남시가 급격히 발전 중인 터라, 바뀐 모습을 보고자 찾아보았다.
수도권 터미널 업데이트 3차 투어의 시작점은 하남으로 결정했다.
10년 전에 돌아다닐 때에는 이곳에 버스터미널이 없었는데,
언젠가 환승센터가 생기면서 시외버스의 거점이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는 대표적인 변화가 하남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하남터미널 위치는 하남시내 동쪽 끝 변두리에 있다.
5호선 연장 구간 끝(창우역)에서도 조금 더 가야 나오는 위치로,
구도심에서는 접근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미사강변도시에서는 찾기가 불편하다.
위치 때문에 하남의 상당수 시내버스가 이곳을 종점으로 삼으며,
이 때문에 버스터미널이 아닌 '환승센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외곽에 버스터미널을 만들면 필패한다는 공식이 있다.
유동인구, 접근성 등이 수요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남터미널 개장 시 접근성 문제로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왜냐하면 이미 하남시내가 포화상태라 버스터미널을 만들 부지가 마땅치 않았고,
지금의 위치가 하남IC, 스타필드와는 무척 가깝기 때문이다.
즉, 고속도로 접근성이 뛰어나고 거대 상권을 코앞에 둔 위치라는 뜻이다.
그래서 하남터미널은 사람이 찾기는 불편하지만 차로 오기에는 편하다.
하남터미널의 정식 명칭은 '하남시 버스환승 공영차고지'이다.
줄여서 '하남BRT환승센터'라고도 한다.
시민들이 오기 불편할 것을 미리 예측하여 시내버스의 종점을 같이 삼으려 하였고,
시내버스 차고지를 겸하게 되면서 결국 정식 명칭에서 터미널이 빠졌다.
전국에서 환승센터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곳이 아마도 하남일 것이다.
여기가 처음 환승센터 문을 연 이래 동대구, 오산에서도 환승센터로 홍보하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터미널'이라는 이름은 장거리 버스만 타야 하는 느낌이라 은연중에 거리감이 있지만,
'환승센터'는 시내버스와 장거리 버스를 한자리에서 갈아탄다는 느낌이라 친근함이 있다.
환승센터라는 이름은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하남터미널 내부는 새로 생긴 소규모 버스터미널의 전형이다.
누가 봐도 KD그룹 소유라는 것이 팍팍 느껴지는 보라색 의자와,
대합실에서 승차장 전면이 모두 보이는 유리창이 인상적이다.
공사를 할 때 승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대합실이 아담하게 지어졌다.
더군다나 다소 이른 아침이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직원들이 더 많이 보였다.
마침 혹한이 불어닥친 날이라 직원들이 대합실에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었고,
문을 연지 오래되지 않은 대합실은 차가운 냉기가 가득했다.
하남터미널 시간표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노선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대전 평일 9회/주말 7회, 청주 5회, 원주 4회, 광주 / 경주-포항 / 제천 3회, 강릉 2회가 있는데,
애석하게도 하루 10회 이상 운행하는 노선은 없다.
여기에 있는 모든 노선은 경기광주를 중간에 들리며,
시간표 밑에는 소요시간이 나와있지만 도로가 막히면 시간이 더 벌어지는 일이 잦다.
시간표를 보니 지방행 노선은 거의가 광주를 경유한다.
부산행, 천안행, 구미-대구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두 광주를 들렸다 각자 목적지로 흩어진다.
예외가 있다면 춘천행은 역방향(광주-하남-춘천)이라는 점,
동해-삼척행은 하남에만 있고, 마산-창원행은 광주에만 있다는 점 정도다.
다만 수도권 노선은 하남과 광주가 각각 따로 운행한다.
공항리무진은 여기서 출발하여 하남시내 곳곳을 훑고 김포공항-인천공항으로 들어가며,
인천행과 양평-홍천행도 여기에서 별도로 취급한다.
다만 수도권 노선은 매우 비중이 적기 때문에,
하남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노선이 경기광주를 거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하남터미널 시간표는 목적지에서 출발하는 시간표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대전행은 대전에서 출발하는 시간표,
원주행은 원주에서 출발하는 시간표가 하남에도 있다는 뜻이다.
이용객 특성상 왕복 수요가 많을 테니 올 때 시간표를 같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어떤 게 여기서 출발하는 시간인지 헷갈릴 여지가 크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상행/하행)로 구분을 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실제로 여기서 왜 시간표가 다르냐고 묻거나 따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의 추세 중 하나로, 수도권에서 공항리무진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시외버스 사업의 침체와 겹쳐 공항리무진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인데,
하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항버스 시간표를 따로 안내하고 있다.
중간 경유지까지 소요시간을 철저히 보여준 게 인상적이다.
들어오는 입구에서 바라본 광경은 이런 느낌이다.
승차장 출입구가 정면 오른쪽에 있으며 안내센터가 출입구 옆에 있고,
왼쪽으로는 각종 사무실 및 화장실이 위치한 구조이다.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있긴 한데 일반인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무실 등 KD그룹 직원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 훨씬 넓은 것 같다.
하남터미널은 승차장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새로 지어서 그런지 굉장히 깔끔하고 넓으며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구멍 뚫린 지붕은 상당히 이색적인 느낌을 주지만 비나 눈이 올 땐 불편할 것 같다.
특히 바람까지 불면 승차장에서도 반드시 우산이 필요할 것 같다.
환승센터 / 터미널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하남시 버스는 KD 그룹이 꽉 잡고 있었기에,
역시나 하남에 서있는 모든 버스는 KD 뿐이었다.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 버스들은 행선지만 다르게 붙여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을 시내버스에 대신 내주고 여기에 차를 세운 것 같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승차장 뒤편 주차장에는 온통 빨간색 / 초록색 시내버스뿐이었기 때문이다.
승차장 왼쪽 끝에는 정비소가 있다.
이곳을 집으로 삼는 버스가 많아서인지 꽤 큰 규모이다.
시외버스도 이곳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주로 시내버스 위주로 정비를 받는 것 같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차 고장이 잦을 테니 정비소가 멈출 새 없이 바쁠 것이다.
승차장 뒤편을 바라보면 각종 시내버스가 휴식을 취하거나 출발을 기다리고,
그 뒤로는 병풍같이 높다란 산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뒤로 보이는 산이 해발 657m의 검단산이라고 한다.
워낙 변두리라서 그런지 버스터미널 뒤로는 그림같은 자연이 병풍이 되어주고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길과 굿모닝2층버스도 여러 대 있었다.
통일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곳은 독특한 생김새를 지닌 것들이 참 많다.
지금은 환승센터의 탈을 쓴 버스터미널이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다소 기대된다.
이제 6년 차가 된 새내기 뉴페이스를 간단히 본 이후, 일행을 만나 다음 목적지를 향해 자리를 떴다.
첫댓글 하남터미널편도 잘봤습니다
여기는 스타필드갈때만 근처로만 지나가면서 보기만했죠!!!
여기도 버스회사가 KD만 들어오는군요
KD 독점체제지만 다양한 등급의 버스가 있다는 점은 흥미롭더군요 ㅎㅎ
금강, 광신, 경북, 경남고속, 동해상사도 들어옵니다.
@BH120F 그렇군요! 각각 어떤 노선에 들어오는지 알 수 있나요?
@Maximum 경북고속 노선은 대원고속이 인수했습니다.(하남,광주-구미,북대구)
동해상사 : 고양,하남-동해,삼척
광신고속 : 하남,광주-광주
금강고속 : 인천,하남-양평,홍천
경남고속 : 동두천,하남,광주-부산,해운대
@경북고속우등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 KD말고 위 회사들 차량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예전에 근처에서 볼일 있을때 본 기억이 있었는데, 굉장히 평범한 분위기이더군요. 크게 복잡하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잘 봤습니다.
주변이 참 조용한 편이죠. 넓은 땅 뒤에 산이 있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하남터미널은 본래 KD의 차고지로 쓰던 곳을 환승센터 겸 터미널 기능을 추가하여 새로 조성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남권 KD 시내, 광역노선들의 기점 차고지로도 쓰이고 시외 차량들도 주박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광주터미널도 하남처럼 KD 차고지 부지 내에 터미널 시설을 만들었을 겁니다. 하남도 위례와 미사강변을 비롯해 계속해서 택지가 조성되고 지하철 연장도 예정되는 등 도시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차고지 시설을 활용했다 하여도 시기적절하게 터미널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하남터미널은 KD 차고지 겸 시외버스터미널 용도를 겸해서 새로 조성한 것입니다.
정식 개장 두 달 전쯤에 시내버스가 먼저 종점(차고지)으로 쓰기 시작했고,
뒤이어서 시외버스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 위성사진/로드뷰을 보셔도 2011년 이전에는 텅빈 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미사강변도시로 주변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에 대비하여 적절한 시기에 터미널을 만들었다는 의견에 백번 동의합니다. 여러모로 위치나 시기를 잘 맞추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Maximum 이상하게 하남BRT는 주말에도 좌석 점유율이 높지않더군요. 실제 이용한 결과 광주시를 경유하기에 오히려 소요시간에서(동서울발 대비)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또한 미사강변/풍산지구 주민은 오히려 대중교통이 편리한 동서울터미널로 이용합니다. 미사강변에서는 동서울터미널이 오히려 가깝더군요.
@BH120F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독 노선을 운행하기엔 수지가 안 맞으니 광주를 경유하는 것이겠지만,
동서울터미널 대비 가격은 높고 소요시간은 오래 걸리는 페널티가 생기죠.
미사에서의 접근성도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남터미널은 버스차고지이기도 하면서 광주터미널 보조용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해서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Maximum 그점이 BRT의 한계이자 극복해야할(?) 숙제라 생각합니다. 출장차 몇번 이용해 봤는데 운행횟수기 적으니 꺼려지더군요. 실제 BRT이용객 대부분은 구시가지 시민이더군요.
@Maximum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네요. 덕분에 또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