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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5-19) |
그동안 다른 일에 밀려오던 콩 타작으로 올 가을걷이도 완전히 끝났다.
꺾어서 잘 말린 서리태 콩을 어제야 도리깨질하고 키질을 하였다.
고추농사에 주력하다 보니 올해는 콩 농사는 별로 기대를 안했다.
그럼에도 키질을 하면서 까만 서리태가 자루에 수북수북 쌓인다.
의외의 수확이 기쁨을 준다.
어제 오후부터 날이 엄청 추워질 거라는 기상 케스터의 엄포대로,
오늘 아침에는 제법 추워졌다.
운동장에 어제 뽑아 논 배추가 얼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제 오전에 바오로와 식구들이 천도리 춘자 할머니의 배려로
인제 가아리에서 배추를 트럭 가득히 뽑아 왔다.
배추값 폭등으로 걱정하던 터에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원래 내일 월요일에 이틀에 걸쳐 노란 메주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려는 계획이었지만,
일단 미루고 김장부터 해야만 한다.
포티노, 베드로, 파비아노, 바오로는 오늘 아침 일찍 미사를 드리고
양평 비오네 댁으로 화목으로 쓸 버섯나무 작업을 하러 가야한다.
가아리에서 배추도 더 뽑아 오고
무도 구해 와야 하는데, 일손이 모자란다.
주일이지만 오늘 하루도 무척 바쁜 날이다.
김 베드로 신부는 나 대신에 속초 동명동과 양양 글라라 수녀원 미사를 가고,
남자 식구들은 화목 작업을 하러 양평으로 가고,
집에는 나와 팀장과 필연이와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남아
치과진료를 준비하고 도와야 하고,
사랑이 돌보고,
양덕원에서 도배봉사를 오는 봉사자 형제들을 도와야 하고,
수도원 미사도 준비하고 드려야 한다.
양평에서 새로 버섯나무 화목이 도착하기 전에 운동장에 마련해 놓은 화목도 옮겨야 한다.
해마다 11월은 추수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월동준비로 바쁜 때다.
교회는 12월 대림시기로 새해를 준비하기에 앞서
11월을 위령성월로 정해 죽음을 묵상하며 삶을 반성하게 한다.
죽음은 또한 이 세상의 종말을 생각게 한다.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의 윤리적으로 타락한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흔히 종말을 불의 심판, 파괴, 파멸로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종말은 창조의 완성,
하느님의 이 세상에 대한 구원의 역사의 완성으로
보여주신다.(마태 24장, 마르 13장, 루카 21장 참조)
특히 루카복음서는 복음서의 제2부인 사도행전과 아울러
이 점을 아주 분명하게 계시한다.
종말이 시작되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 앞서
온갖 표징들이 나타날 것이다.(루카 21,5-19)
전쟁으로 예루살렘의 함락과 성전의 황폐화,
거짓 그리스도의 출현,
지진과 전쟁과 반란으로 인한 대재난,
예수님과 제자들에 대한 박해.
이러한 사소한 표징들과 아울러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과 부활이야말로 종말을 알리는
가장 명백한 표징이 될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하느님의 이 세상에 대한 구원의 역사의 절정, 완성이요,
창조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창조 때의 하느님 나라가 다시 이 세상에 열리기 때문이다.
루카복음서의 제2부인 사도행전에서는 교회의 시대에 대해 계시하면서,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강림으로 시작되는 교회의 시대는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 가운데 열린 종말의 시대임을 보여준다.
교회의 시대는 누구나 믿음으로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의 구원의 삶을 사는 종말의 때임을 보여준다.
이 세상은 지금 종말의 때, 곧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