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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백두대간길 따라걷기 - 여덟 번째(진고개~진부령)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기간 : 2012. 5. 25 ~ 5. 30
걷기구간 : 진고개 ~ 진부령
누구랑 : 나홀로
5/25 14:50 동서울터미널 횡계행 버스 승차
5/25 17:10 진부 도착, 식사
5/25 18:00 진고개 도착, 스트레칭 후 출발(택시비 19,000원)
5/25 19:08 동대산, 헬기장 이정표 30M 지나 야영
5/26 03:00 기상, 식사
5/26 04:58 스트레칭 후 출발
5/26 05:39 차돌배기
5/26 06:14 신선목이(야영가능)
5/26 06:58 두로봉 지킴터 무사통과(헬기장 야영가능)
5/26 08:53 신배령 펜스 무사통과
5/26 09:38 만월봉, 점심
5/26 11:33 응복산(바로 지나 야영가능)
5/26 12:38 마늘봉
5/26 14:00 약수산
5/26 14:31 구룡령(휴게소 폐업, 포장마차에서 식수 보충, 들머리 물(수질 별로))
5/26 15:22 구룡령 옛길
5/26 16:28 갈전곡봉
5/26 17:53 왕승골 갈림길(계곡물 없음)
5/26 19:07 연가리골 갈림길 샘터 야영(계곡물 양호)
5/27 03:00 기상, 식사
5/27 05:16 스트레칭 후 출발
5/27 06:15 1061봉
5/27 08:07 쇠나드리
5/27 09:03 조침령, 한 시간 지나 점심
5/27 12:40 북암령
5/27 13:45 단목령 지킴터 무사통과(도착 200M 전 식수 보충)
5/27 17:30 점봉산, 정상에서 야영
5/28 03:00 기상, 식사
5/28 05:23 스트레칭 후 출발(30분, 1시간 거리 야영 가능)
5/28 08:38 한계령 펜스 무사통과
5/28 08:55 한계령 휴게소, 점심
5/28 12:00 서북능선 삼거리, 중간지점 텐트 말림
5/28 15:33 중청대피소, 대청봉 다녀옴
5/28 17:50 희운각, 처마 밑 비박
5/29 03:20 기상, 식사
5/29 05:35 스트레칭 후 출발(30분, 1시간 거리 야영 가능, 희운각 2.4KM 지점 약간의 물, 야영 가능)
5/29 08:21 1275봉(야영 가능)
5/29 09:48 마등령 샘터 위(단체 야영 가능, 물 좋음(사계절 안 마른다고 함))
5/29 10:30 마등령 무사통과, 정상(설악동 갈림길 바로 위 1동, 정상 1동 야영가능)
5/29 12:40 바위봉, 점심, 침낭 말림
5/29 14:20 저항령(7분 아래 샘터, 물 양호)
5/29 15:42 황철남봉
5/29 16:55 울산바위 갈림길(45분 대기)
5/29 18:23 미시령 아래 펜스 무사통과
5/29 18:30 미시령 휴게소 위 야영(휴게소 폐업)
5/30 02:20 기상, 식사
5/30 04:13 스트레칭 후 출발
5/30 04:55 샘터(수량은 적지만 물 양호, 4동 야영가능)
5/30 05:38 상봉(상봉 전 헬기장, 참호 3개 야영가능)
5/30 06:42 신선봉(헬기장)
5/30 07:56 대간령 무사통과(샘터 못 찾음)
5/30 09:38 마산봉
5/30 11:09 진부령, 점심
5/30 12:20 원통행 버스(30분 소요)
5/30 14:10 성남행 버스
5/30 16:00 성남터미널
5/30 16:50 귀가
5월 초에 산행을 다녀오고 나서 한 달도 안돼 산행 준비를 한다. 원래 시골에 일하러 가기로 돼 있었는데 연기됐기 때문이다. 장모님 생신인데도 산행을 만류하지 않은 와이프한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배낭을 꾸리고 물과 반찬을 채워 달아보니 21KG이다. 더워지는 철이니 물을 많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
배낭을 메고 출근했다. 업무를 오전에 후다닥 마무리하고 오후에 일찍 퇴근(출장)을 하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한다. 횡계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자리에 앉으니 진부를 잘 아는 분이 옆에 앉으셔 진부가 더 가깝다고 하신다. 시간도 절약되고, 돈도 아끼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진고개로 택시를 타고 도착한다. 날씨가 서늘해 약간 한기를 느낀다.
진고개는 차가 제법 많이 다녀 야영할 경우 잠을 설칠 거 같아 동대산에 올라 야영을 한다.
동대산 이정표 부근과 헬기장에서도 야영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니 아늑한 그 곳에 야영을 한다. 몸이 덜 피곤해서 그런지 쉽게 잠을 못 이루지 못한다.
기상해서 밥을 먹는데 단체팀이 도착했는지 시끄럽다. 밥을 다 먹고 나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대간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오늘은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 입산금지 구간이다. 국공파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통과하는 게 최선이다. 항상 지킴터와 펜스를 넘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죄를 짓는 기분이랄까? 걸리면 유죄, 안 걸리면 무죄인데 말이다. 뭐랄까? 교통속도를 위반하는 거랑 같다.
무사히 통과하고 만월봉에 도착하니 심마니 분들이 계셔 약초와 나물 얘기를 하고서 내려가는데 세분이 소주를 드시며 한 잔 하라신다. 응복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막상 앉으니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주와 드시던 족발을 주시고 참나물과 황귀를 뜯어 주셔 맛있게 먹었다. 대간 산행을 하다보면 염치가 없어지는 거 같다. 누가 식사를 하면 뭔가 한 가지라도 얻어먹는 습관 아닌 습관이 생겼다.
구룡령 휴게소는 폐쇄돼 앞의 포장마차에서 캔맥주를 하나 마시며 식수를 보충한다. 이번 산행은 6일거리를 5일에 마칠 계획을 세웠기에 좀 더 진행하기로 한다. 들머리에 보니 계곡물을 받는 샘터가 있지만 수질이 별로다. 포장마차에서 보충을 안 했으면 당연히 이 물을 보충할 수박에 없겠지만.
원래 야영을 계획했던 왕승골 갈림길에 6시경에 도착에 물을 보충하러 계곡으로 내려갔는데 물이 없다. 더 내려가자니 길도 안 좋고 시간만 지체할 거 같아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연가리골로 가기위해 서둘러 출발한다. 7시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거기도 물이 없으면 할 수 없이 계곡을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연가리골은 계곡물이 풍부하다. 예전에 집이 있던 곳 같기도 하고. 야영을 많이 했는지 터가 잘 닦여있다. 내려가는 길옆에도 잣나무 아래에 야영해도 좋을 듯. 옷을 벗고 씻는 기분이 좋다. 바람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섞여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피로감 때문에 금세 잠이 들었다.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아침은 상쾌하게 맞이했다. 몸이 조금 무겁긴 하지만.
단목령까지 식수를 구하기 어려울 거 같아 출발에 앞서 물을 최대한 먹고 물병 가득히 보충한다. 특이한 어려움 없이 조침령에서 한 시간쯤 지난 곳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매트와 스틱을 바람막이로 사용해보니 좋다.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밥을 먹는데 단체 종주팀이 지나간다. 단목령 지킴터 상황을 물으니 9시 이전에 통과했다고 한다.
양수발전소를 끼고 돌아 북암령을 지나는데 하늘이 어두워진다. 바람도 심상찮게 불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착용하니 답답하다. 단목령 직전의 계곡물을 보면서 단목령에 도착하니 직원이 없다. 사실 비가 많이 오니까 직원이 있기를 바랐다. 비가 오는데 밖에서 야영하느니 지킴터 안에서 비를 피하는 게 좋겠다 싶더라.
우선 쌀을 씻고 식수를 보충하러 가는데 햇볕이 쨍하게 난다. 신난다. 이렇게 되면 산행을 계속해 점봉산에 올라 야영을 하면 된다. 오는 중간에 1L 물병을 하나 주웠기 때문에 5.5L의 물을 채워 산에 오른다. 무사히 통과했다는 기쁨이 있어 그런지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점봉산 오르는 처음 구간은 완만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은 가파르다.
정상에 도착하니 텐트 2동이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야영할 준비를 하는데 한 분이 나와 도와주신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혼자하기가 정말 힘들었을 텐데 참 고맙다. 야영준비를 마치니 나를 불러 양주와 고기를 구워주신다. 혼자 산행하는 나로선 이런 호사스런 음식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산에서 먹는 고기는 특히나 맛있다. 거기다 영양보충도 되니 금상첨화다. 술도 한잔 곁들이며 말씀을 나누는데 거칠부를 아냐고 물으신다. 내가 산행준비를 하면서 많이 접한 블로거다. 텐트치는 걸 도와주신 분이 거칠부님과 동행했던 형래형이시란다. 더군다나 거칠부님의 선배님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다 보니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마저 든다.
비가 온 후의 맑은 하늘과 산새가 황홀한 해넘이까지 덤으로 주신다.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장관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다. 물론 사진은 폰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지만.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나니 금세 어두워져 밤하늘에 별을 수놓는다. 별을 보니 그냥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싶어진다. 하지만 한기를 느껴 곧 들어간다. 내일의 일정도 있고. 특히나 내일 하산길의 위험한 암릉구간이 있고 한계령의 국공파가 출근하기 전에 펜스를 통과해야 한다.
도착할 때의 바람이 어느 순간 잠잠해진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이슬이 많이 내렸다. 서둘러 밥을 짓는다. 보통은 저녁때 밥을 하는데 어제 공짜로 밥을 먹었으니 아침에 밥을 새로 한다. 새로 지은 두끼 분량의 밥을 전해드린다. 어제의 해넘이에 비해 일출은 좀 못하지만 그래도 해가 떠서 길을 밝혀주니 좋다.
이슬 때문에 바지와 신발이 다 젖는다. 스패츠를 가져왔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모든 걸 챙겨올 수는 없는 법이다. 이상하게 오른쪽 발이 아프다. 한참을 걷다보니 아뿔싸! 신발을 바꿔 신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쉬면서 오른쪽으로 오르막 길이 있는데 지나친 위쪽으로 가는 길로 생각하고 자세히 보지 않고 직진을 했다. 5분 정도를 내려가는데 길이 이상하다. GPS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알바다. 아까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어야 하는데 후회를 해서 뭘 하나. 갑자기 맘이 바빠진다. 시간 여유가 없는데 알바까지 했으니. 원위치하여 조금 내려가니 약간의 릿지코스와 밧줄이 있는 길이다. 배낭이 가볍다면 가볍게 지나갈 길이지만 배낭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꽤나 힘겹게 지나간다. 특히 어느 블로거는 119를 부를까 했다는 글을 읽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됐겠는가?
암릉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내리막길에서 위치를 확인하면서 조심조심 걷는다. 혹시나 국공파 직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도로 가까이 도착해 상황을 보니 깨끗하다. 사뿐히 펜스 옆으로 내려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유롭게 도로를 따라 한계령 휴게소로 진입하며 집으로 전화를 한다.
휴게소에서 비빔밥을 먹고 감자떡을 하나 사서 간식준비를 한다. 한계령휴게소 바로 위의 전망대 오르는 계단이 굉장히 크다. 나처럼 다리가 짧은 사람은 힘이 부친다. 더군다나 이어서 오르막길은 돌로 길을 만들어 많이 힘이 든다. 조금 가는데 아는 얼굴을 맞이한다. 내가 가입한 다음매일산악회 회원분이시다. 이어서 여러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카페의 백두대간 대장님 일행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다른 한 팀과도 찍고. 몇 번 산행도 같이 하지 못한 나를 그렇게 반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중간에 텐트를 말리며 간식을 먹는다. 금세 중청대피소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고 대청봉에 오른다. 지리산과 쌍벽을 이루는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 그 옆으로 죽음의 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능선길이 있지만 위험해서 그런지 금지구간이다. 보통의 금지구간은 통과를 하는데 이 구간은 통과하지 않는 걸로 봐서 많이 위험한가 보다.
아까 만난 다음매일산악회 산우님께 희운각의 물사정을 여쭤봤어야 하는데 잊어버렸다. 중청직원에게 물으니 희운각의 물 사정이 안 좋다기에 중청에서 쌀을 씻고 식수를 보충해 내려간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후덜덜. 희운각에 도착해보니 바로 앞의 수돗물이 콸콸 쏟아진다. 우째 이런 일이! 어쩌겠는가? 준비성이 부족한 내 탓인걸.
밥을 지으며 여러 분들과 얘기를 나눈다. 옆의 분이 식사하시는 고기와 소주를 또 얻어먹는다. 염치도 없지. 그래도 공짜로 먹진 않는다. 그 분들께 내가 알고 있는 산행 상식을 한 가지씩 알려드린다. 희운각에 내려오면서 대피소 안에서 잘지 비박을 할지 고민을 했다. 그래도 따뜻한 곳에서 자려고 맘을 굳히고 내려왔다. 공단 직원한테 물으니 자리가 없단다. 8시 이후에 처마 밑 테라스에서 비박하란다.
조금 있으니 30명의 단체 산객이 들이닥친다. 이분들은 연세가 제법 있으신데 4명이 한 조가 되어 식사를 하시는데 9시가 다 돼 자리를 비워주신다. 옆에서는 아직도 술자리가 이어지고. 비박 준비를 하는데 다른 거는 다 말리고 중요한 침낭은 안 말렸다. 추울까봐 판쵸우의를 침낭위에 덮었더니 금세 습기가 찬다. 침낭만으로 자는데 다행히 춥지 않다. 새벽에 어느 두 분이 진한 사랑의 속삭임을 나눈다. 난 그 소리에 잠이 깼지만 민망해 할까봐 가만히(?) 자는 척 했다. 잘 한건가?ㅎㅎㅎ
어김없이 3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니 다른 분들도 식사하러 나오신다. 어제 말씀을 나눴던 분들에게 대피소 안의 사정을 여쭤보니 코고는 소리와 떠드는 소리에 잠을 한 숨도 못 잤다고 하신다. 난 밖에서 편안하게 잘 잔거다.
오늘은 일찍 도착해도 미시령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천천히 가기로 맘을 먹고 계단도 조금씩 천천히 넘는다. 날씨가 서늘한데도 겉옷을 걸치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속이 불편하다. 공룡능선 중간쯤 야영할 만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한 산우님이 오신다. 이 분과 40분 넘게 설악산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이 분은 설악산에 오면 꼭 4군데를 들르신단다. 대청봉 일출, 공룡능선, 천불동 계곡, 가야동 계곡과 오세암 이란다.
마등령과 오세암 갈림길 아래에 있는 샘터에 일부러 다녀왔다. 지난번에 못 찾았던 곳을 일부러 갔는데 역시나 소문대로 수량이 제법 많다. 사철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남은 물로 머리를 헹구고 상체를 수건에 물을 적셔 닦으니 개운하다. 마등령 정상 전에 좌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앞만 보고 가서 미처 그 길을 놓쳤다. 오늘도 역시 10분 정도 알바를 했다. 원위치해서 내려가니 너덜길이 나온다. 바람이 피하기 위해 돌담을 쌓은 게 재밌다.
오늘 구간은 너덜지역이 많다. 오르막 너덜을 지나 큰 암봉 지나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침낭과 나머지 옷가지를 말린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황철봉과 너덜길이 장관을 이룬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저항령의 물을 찾아 나선다. 7분 정도를 내려가니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물맛도 꽤 좋은 거 같다. 만약에 미시령에서 식수보충을 못하더라도 대간령까지 갈 식수를 보충한다. 황철봉을 지나고 1318봉을 지나 내려가는 너덜길이 길다.
너덜길을 지나고 울산바위 갈림길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는다. 집과 간신히 통화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내려가는데 갑가지 안개가 자욱해진다. 300M 전에서 우측으로 샛길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위치는 미시령 철탑을 보면 되는데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GPS 지도를 보니 380M 전방이다. 우측길로 접어드니 안개에 젖은 나뭇잎에 옷이 젖는다. 역시나 가슴은 두근두근. 안개에 평일이라 국공파가 없을 거는 확실한데도. 내가 새가슴인가?
펜스에 인접해 보니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구멍이 안 보인다. 옆으로 이동해서 봐도 똑같아 처음의 자리로 다시 돌아와 펜스를 넘는다. 하마터면 바지가 찢어질 뻔 했다. 다행히 무사히 통과. 넘자마자 트럭이 올라온다.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휴게소쪽으로 걷는다. 휴게소는 폐쇄됐고, 지킴터는 굳게 잠겨있다. 미시령 표지석을 보면서 그냥 지나친다. 안개가 많아 내 폰카로 찍어봐야 뻔할 것이다.
가볍게 맞은편 펜스 옆으로 난 길을 올라 급하게 오른다. 지킴터에 사람이 없을 게 확실하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심정은 어쩔 수 없다. 300M 쯤 올라가니 평평한 공터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물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지만 야영지로서 확실한지 알 수가 없어 이 곳에서 야영하기로 한다.
안개가 이슬비 수준으로 내린다. 혹시나 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까봐 텐트를 단단히 고정한다. 물이 부족해 밥을 지을 수가 없다. 스프를 좀 덜 넣고 라면을 끓여먹고, 누룽지를 조금 넣어 먹는다. 다행히 이곳은 3G가 잘돼 그 동안 못 본 뉴스와 카카오스토리를 간단히 확인한다. 피로감 때문에 졸려 잠자리를 서둘러 핀다.
바람도 없고 가끔 울어대는 새소리에 상쾌한 새벽을 맞이한다. 오늘은 드디어 진부령에 도달하는 날이다. 아울러 집에도 일찍 가려고 2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늑장을 부리다가 20분이 지났다. 아침도 햇반 1개와 누룽지를 끓여먹는다. 다른 날과는 다르게 배낭을 대충 꾸린다. 끝날 이기도 하고 배낭이 가볍기도 해서 그렇다. 올라가는 길에 이슬이 많아 배낭커버를 씌울까 하다가 젖어봤자 얼마나 젖겠나 싶어 그냥 간다.
30분쯤 오르다 보니 능선인 길가에 샘이 있다. 거기에 좋은 야영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정보를 알고 왔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기존의 물을 버리고 식수를 보충한다. 아울러 물을 최대한 많이 700ML 정도를 마신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갈증도 안 난다. 상봉에 도착해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하고 화암재를 지나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금방 걷히겠지 하고 지나는데 조금 더 가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신선봉에 올라보니 내가 올라온 길과 좀 다르다. 좀 우회를 해서 올라왔다. 내려갔다가 길을 확인하고 오려다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생각에 그냥 진행한다.
빗방울은 계속 떨어지다가 말기를 반복한다. 이제 안전하게 대간령을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잡목이 나타났을 때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때 커버를 씌웠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지나친다. 나름 버스에 오를 때 씌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대간령을 계획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샘터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암봉을 지나 병풍바위를 오르는데 요란한 천둥소리에 깜짝 놀랐다. 찢어지는 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다행히 비가 조금밖에 오지 않아 괜찮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계속 천둥소리는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렇게 10분 정도 지나 갑자기 오른쪽으로 번쩍하며 굉음이 귀를 때린다. 나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지른다. 정말 놀랐다. 오르막 길을 이번처럼 두려움을 가지고 올라가긴 처음이다. 가면서 온갖 생각이 난다. ‘내가 평상시에 죄를 안 지었기에 망정이지’라는 생각과 백두대간 마무리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거란 생각까지 든다. 병풍바위에 올라 정상에 쉬지 않고 조금 더 아래에서 쉰다. 혹시라도 벼락 맞기 싫어서. 내리막길은 맘이 좀 편하다. ‘벼락이 여기까진 안 따라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얼마 안가서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에 올라 인증샷을 찍는다. 이제 남은 길은 진부령까지 내리막이다. 배낭을 메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진다. 이미 옷은 흠뻑 젖은 상태고 등산화는 다 젖었기 때문에 색다를 것도 없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며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그 동안 대간길을 가기위해 많은 날을 비움에도 웃으며 보내주는 집사람이 한없이 고맙고 고맙다. 애들한테도 미안한 생각이 들고. 아울러 즐겁고 힘들었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쳐간다.
오른 쪽 무릎 안쪽이 뻐근해진다. 폐쇄된 스키장 옆을 지나면서 오른쪽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긴장이 풀린 탓인가? 아니면 너덜길에 스틱을 제대로 쓰지 못해 다리에 힘이 너무 쏠린 거 아닌가란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 약간의 길은 가지 않고 싫어하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는다. 이 길도 두 번이나 쉬면서 갔다. 만약 중간에 이렇게 됐으면 많은 시간을 쉬었다가 내려왔어야 할 것이다.
진부령 표지석이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차량들만 눈에 들어온다. 처음의 시작도 조용히 혼자 시작했기 때문에 마무리도 조용하다. 사실 내 입장에 봐서 대단한 일을 한 것이지, 주변사람하곤 아무런 상관도, 도움도 안 되는 일을 했을 뿐 아닌가? 대간길에서 만난 여러 분들이 어떤 계기로 백두대간을 시작했는지 묻곤 했다. 사실 나는 애가 읽던 동화책인 ‘존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란 책을 읽고서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살면서 내가 이룬 일 중에 어쩌면 처음으로 일군 꿈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이런 꿈의 목록을 많이 작성해서 하나씩 이루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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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고 고생 하셨어요 정말 대단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이곳 종주팀의 모든 분들도 꼭 완주하실겁니다.
그 날이 기대됩니다~
나홀로 대간완주 드립니다
때론 홀로 느끼는 성취감이 더 진한 감동을 주지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냐고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오히려 좋았지요.
36구간을 다함께는 힘드시겠죠?
혼자만의 산행도 해보시면 나름 재밌다는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종주하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나홀로 하는 백두대간....무사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수고마니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벌써 백두대간종주를 마치신건가요? 저는 초파일에 혼자 관삼11국기봉 10키로 배낭메고 9시간여동안 다녀온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한번 떠나시면 100키로를 훨씬 더 다니셨으니,,,그 열정과 의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무사종주를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언제고 또 함산할수 있겠죠? ^^
관악산,삼성산을 돌면 백두대간 산행에 무리없을거예요.
조만간에 뵙도록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