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가정의 리얼 사교육, life story 나누기]
아이가 저의 스승입니다
저는 아이가 초5, 초4인 남매를 두었습니다. 큰 아이는 이해력이 빠르고, 까다로운 남자고, 작은 아이는 대인관계가 좋고 음악적 감수성과 표현력이 좋으며, 또래에서 주도적이진 못해도 늘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기차게 지내는 여자아이입니다. 둘째 아이에게는 공부를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삶을 살지 않기를 은근히 바랍니다. 학교공부를 아주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괜찮아 하는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공부에 지나친 강요와 경쟁이 그 아이의 귀한 장점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첫째 아이에게는 달랐습니다. 지적 호기심과 집중력, 이해력이 빠른 아이에게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의 역할 중 하나가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살펴 이를 길러주고 소질을 계발시켜 주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아기때 이스라엘 아이들이 갖고 논다는 오르다교구가 있는 ‘오르다교실’에 다녔고, 로봇에 관심을 보이면 책과 여러 전시회를 데리고 다녔고, 과학관에서 하는 ‘전자박사’교실에 2년 정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영어는 좀 일찍 시작해서 중·고등학교 때 공부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7살 겨울에 ‘튼튼영어’를 시작했습니다. 3학년 때는 여러 가지 악기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여 ‘대금’을 배우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태권도’는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아이에게 친구들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비싼 ‘논술학원’을 test를 받고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경향이 보여 좀 더 체계적인 사고의 훈련을 받아보게 하려는 마음에서입니다. 그곳은 강남에서도 오고, 영훈초 아이들도 많이 오고, 심지어 구리에서도 찾아오는 곳이었습니다.
학원을 시작할 때는 6개월에서 1년 동안을 왜 다녔으면 하는지 아이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습니다. 하면서 정말 재미를 느끼고 좋아했던 것도 있었지만 영어는 상승과 하강곡선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스트레스가 심했고 심지어 책을 찢거나 낙서를 잔뜩 해 놓기도 하였습니다. 논술은 암묵적인 부담스런 학원 분위기와 선생님의 딱딱하고 위압적인 태도에 다니기 싫어하였습니다. 이것이 4학년 까지 아이의 사교육내용이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원해서 위의모든 것을 그만 두었고, 인격이 훌륭하신 선생님과 친한 친구 몇 명과 (자기식 표현으로 친목도모활동 같은) 책읽고 나누는 ‘독서토론’과 교육청 주관 ‘방과후 영어’를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유를 말해주어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가 가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 나를 설득할 거니까”라고 말하는 아이, 적성을 발견하고 흥미와 소질을 계발시켜 주려 하는 나에게 무조건 ‘싫다’ 내지는 ‘생각해 보겠다’로 말하는 아이는 나에게 늘 까다롭고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자신 보다 앞서서 뭔가를 자꾸 주려는 엄마에게 ‘싫어’는 자기를 지켜보겠다는 최선의 방어기제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졌던 아이에 대한 기대를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출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물가로 데려가기에도 난 너무 힘이 들어 때론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실망의 말을 하기도 하고....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는 일찌감치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자기를 방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사교육 life story를 쓰면서 미처 인정하지 못했던 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했고, 가만히 놓아두지 않은 극성스런 엄마였고, 내면에는 잘 포장된 욕심덩어리가 가득 놓여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내곁에 함께 있다는 자체를 행복인 줄 몰랐음을, ......
그래서 아이가 저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욕심을 덜어내야 하고, 행복을 나누는 더 많은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음을 저는 듣습니다. 공부의 道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양호 선생님과 우리 아이가 저에게 던져줍니다.♣
첫댓글 선생님 글이 제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제 아들은 아직 본격적인 교육 걱정을 할 나이가 아닌 네살 꼬마 녀석이거든요.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오기 전에... 아빠인 저부터 스스로 적지않은 것을 내려놓아야할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긴 저도 네살배기 아들의 모습에서 날마다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고야님에 관한 글 한겨레서 보았습니다. 전화로 이웃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님이 선택하신 삶이 마치 뚜벅이 같습니다. 아직은 약하지만 작은 촛불을 들어 길을 비추겠습니다.
교육계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영아,유아 모두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때 아이의 취미, 특기를 잘 파악하고,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면 그 분야를 잘 지원해주셨으면합니다.(각각의 분야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어느정도 지원을 해주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있습니다) 나아가 아이가 스스로 자기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무엇을 이루겠다는 꿈까지 연결시키는 점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거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성적맞추어서 대학와서 몇년 방황하더니 그대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네. 동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한다고 자꾸만 마음이 말을 하네요.
어릴 적 다양한 경험들이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취미를 파악하거나 자신이 뭘 더 선호하는 지 알 수 있게 되죠. 교양도 쌓게 되구요. 하지만 제게는 초등학교 때 받았던 영어과외와 학원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수업방식또 그랬지만 저는 리딩,리스닝보다는 라이팅,스피킹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쪽 공부를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요?, 학무모님 화이팅하세요^^
영어도 특별히 선호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고백'이 '변화'의 시작임을 알기에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맞아요. 평소 생각했던 것들인데 글로 정리해보니 문제가 더 명확해지고 정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왠지 눈물이 자꾸 납니다.
아이에 대한 기대가 없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자책하실 것 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든든한 엄마가 더 아이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얼마후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만 같네요.
늘 부족하고 때론 심히 나쁜 엄마라고 생각해왔는데.....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이가 행복할 때까지 더 노력하고 고민하고 배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