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어 올리는
각양 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 넣는다, 火酒-
싸아 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가는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있던 눈물이 울컹 올라온다
지독히 뜨거워 진다는건
빙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
붉게 언 산수유 열매 하나
발등에 툭, 떨어진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져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
빙화의 대관령 옛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
겨울 자작나무 뜨거운 줄기에
맨 처음인 것처럼 가만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너도 갈거니?
피어라 석유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 나를 꽃 피워 주세요
당신의 몸 깊은 곳 오래도록 유전해온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
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
탐욕이 탐욕을 불러요 탐욕 하는 자의 눈앞에
무용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무력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온몸으로 꽃이어서 꽃의 운하여서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다면
찢겨져 매혈의 수치를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당신의 혈관으로 화염이 번져요
차라리 나를 향해 저주의 말을 뱉으세요
포화 속 겁에 질린 어린 아이들의 발 앞에
검은 유골단지들을 내려놓을께요
목을 쳐 주세요 흩뿌리는 꽃잎으로
벌거벗은 아이들의 상한 발을 덮을 수 있도록
꽃잎이 마르기전 온몸의 기름을 짜
어머니, 낭자한 당신의 치욕을 씻을께요
도화 아래 잠들다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송화처럼 진창을 떠다니고
나는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며 길을 잃고 싶었으나
절정을 향한 꽃들의 노동, 이토록 무욕한 꽃의 투쟁이
안으로 닫아건 내 상처를 짓무르게 하였네 전생애를 걸고 끝끝내
아름다움을 욕망한 늙은 복숭아나무 기어이 피워낸 몇 낱 도화 아래
묘혈을 파고 눕네 사모하던 이의 말씀을 단 한번 대면하기 위해
일생토록 나무 없는 사막에 물 뿌린 이도 있었으니
내 온몸의 구덩이로 떨어지는 꽃잎 받으며
그대여 내 상처는 아무래도 덧나야겠네 덧나서 물큰하게 흐르는 향기,
아직 그리워 할 것이 남아 있음을 증거해야겠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를 무릅써야겠네 아주 오래도록 그대와, 살고 싶은 뜻밖의 봄날
흡혈하듯 그대의 색을 탐해야겠네
첫댓글3편의 시중 1편에 강원도의 지명이 등장하고 또 한편은 동해를 지칭한것으로 보아 이 시인이 강원도 어디쯤 살고 있는것 같다. 서울에 있으나 강원도에 있으나 그리움은 메 마찬가진가 보다. 서울에 있으면 시골을 그리워하고 시골에 있으면 서울을 그리워하고...그러니까, 너가 있으나 없으나 그립기는 마찬가지 인것이다. 아아~~ 이 어쩔 수 없는 짐승.
첫댓글 3편의 시중 1편에 강원도의 지명이 등장하고 또 한편은 동해를 지칭한것으로 보아 이 시인이 강원도 어디쯤 살고 있는것 같다. 서울에 있으나 강원도에 있으나 그리움은 메 마찬가진가 보다. 서울에 있으면 시골을 그리워하고 시골에 있으면 서울을 그리워하고...그러니까, 너가 있으나 없으나 그립기는 마찬가지 인것이다. 아아~~ 이 어쩔 수 없는 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