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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와 육로를 이용한 미지의 유토피아, 춘천 봄내길
눈은 세상을 하얀 도화지로 만든다. 이렇게 여백같은 곳에서 하루쯤 몸을 내맡기면 어떨까. 이제 오지는 사라졋다. 교통이 좋아지고 깊숙한 곳까지 펜션이 들어차 있어 더 이상 오지를 기대하기 힘든데 지난주에 난 옹골찬 오지마을 하나를 발견했다.
앞은 드넓은 소양호가 펼쳐졌고 고 뒤쪽은 1000m 넘는 산들이 감옥의 담장을 두르고 있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자연과 순응하면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ITX청춘열차가 수시로 다녀 준 수도권이라 불러도 좋을 춘천에 이런 곳이 있다니 아마추어 검객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다. 닭갈비집으로 북적거리는 명동과 같은 행정구역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물로리, 갈골, 품걸리는 춘천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오지로 홍천과 몸을 맞대고 있다. 뱃길따라 호숫가를 거닐다가 산길을 굽이도는 길로 춘천 봄내길 5코스에 해당한다.
이곳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아침 8시30분에 출발하는 배로 올라타 물로리에서 내려 12km 트레킹을 하고 4시쯤 품걸리에서 배를 타고 빠져 나오면 하루가 알차다.
물로리. '물놀이'와 어감이 같아 너른 수영장이 있을 것만 같지만 한자어로 勿老里. 즉 늙지 않는 마을이다. 도인들이 살 것만 같은 물로리. 그 속살을 더듬어보자.
원래 44번 국도 두촌리에서 물로리까지 차로 들어갔다가 품걸리까지 걷고 나올 때는 품걸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해 소양강댐으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폭설이 쏟아지면서 물로리까지 길이 얼어부터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다.
44번 국도에서 두촌을 지나 소양호수로 가던 중 마지막 홍천고개를 넘지 못한 것이다. 다시 일정을 바꿔 품걸리로 향했다. 동홍천IC 근처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곳 역시 고개가 하나 있어 또다시 버스를 밀어야만 했다. 돌발 사건 역시 여행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 들이다.
품걸 2리부터 품걸1리 선착장 까지 가는 도보길은 8km 정도. 거의 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코스로 보면 된다.
이곳이 홍천도 인제도 아닌 춘천이라는 것이 의아스럽다.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비포장길. 눈이 쌓여 박닥을 확인할 수 없다. 봄내길이란 물이 무색할 정도로 햐얀 눈으로 덮혀 있다. 이곳부터 품걸2일 까지는 줄곳 내리막길~굽이도는 임도길이 걷기에 그만이다.
과연 저 아래에 사람이 살까? 의구심반 기대반 걸어본다.
유난히 잣나무가 많았다.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내렸지만 뽀드득 걷는 맛이 그만이다.
가리산에서 뻗어온 산줄기가 마치 스크럼을 짜고 있는 듯하다. 운무와 눈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선경이다. 나무 사이로 살며시 보이는 풍경마다 그림이다.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져 산줄기는 산경표 지도를 보는 것 같다.
이 좋은 경치에 술이 빠지면 서울한께다. 가방 무겁다는 핑계로 남해에서 챙긴 유자막걸리로 묵을 축였다. 산적 같네. 남해 술이 이 오지까지 온 것을 영광으로 알라.
다시 행장을 꾸리고 길을 나섰다. 다행이 바람이 불지 않아 걷기데 어려움은 없다.
산수화는 끊임없이 펼쳐지고
잣나무 길을 지나서 마냥 내려간다. 소양호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뚜벅뚜벅~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다. 세파의 때는이미 떨어져 나간지 오래 사색과 고독을 그 자리에 채우면 된다. 굽이길을 몇 번이나 휘감았는지 모른다.
마지막 숲길을 휘감아 도니 하늘이 열리더니 그림같은 마을이 반긴다.
그동한 꿈꾸었던 유토피아가 펼쳐졌다. 속세를 떠나고 은둔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여인이랄까. 마을은 뱀처럼 길다. 계곡 좁은 틈에 집을 짓고 보금자리로 삼았다. 밭에는 오가피, 장뇌삼, 참깨 , 호박 등의 농사을 심었다. 호박이라고 하니 신데렐라의 고향이 아닐까.
파란지붕이 이장댁이다. 따끈한 아랫목에서 누워 노곤한 몸을 녹이고 싶다.
하얀 옷을 입은 잣나무 숲
조금 걷다가 다시 멈추고~~왼쪽 산 너머가 소양호다. 품걸리는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이 아니라 호수-산 마을-산 그 틈에 자리잡은 섬 같은 곳이다. 거대한 산이 방벽처럼 버티고 서 있으니 수 많은 태풍에도 끄덕 없었다.
또 가다가 멈추고 사진 박고
또 섰다가 마을을 보고
그림 같은 집을 짓고~~유행가가 절로 나온다.
가까이 갈수록 자연은 신비한 경치를 선사해준다.
나무 보고~~
봄내길 5코스 이정표. 이곳에서 10.73km를 가면 늙지 않는 마을 물로리가 나온다.
자여은 한꺼번에 도인세계를 다 둘러보는 것을 허락치 않는가보다. 겨울에는 소양호도 얼게 되니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 과연 이 길은 어떤 옷을 갈아 입고 있을까
마을 이장님이 살갑게 맞아준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에 손님이 찾아왔으니 연신 미소를 짓는다. 마을의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모자 하나만으로 이곳의 겨울추위가 얼마나 혹독한지 말해준다.
빈의자의 주인공은 소북히 쌓인 눈이었다. 초등학교가 폐교가 되면서 가져온 모양이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모니카 불 듯 옥수수를 먹으며 병풍같은 산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한때 황소로 가득했던 외양간은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이장님이 산에서 해왔다는 장작만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기름값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무보일러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지나가면서 장작 한두 개피 집어 넣으면 끝~
오지마을. 외로워서 그런가. 마을에 개가 무지 많다. 검은 개는 자유롭지만 흰개들은 쇠줄로 묶어 있다.
"왜 저 개는 묶어 놓았어요?"
슬래트 지붕 홈으로 수은주 고드름이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우편함.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 한통 전하려면 죽을 맛이것네~~비포장도로를 따라 물 넘고 산을 넘어와야 주인을 만나야 하니까,
누가 모를까봐. 이상진이라는 이름이 오랜 세월 만큼이나 낡았다.
품걸리. 품격에 맞는 모자들이 전시되어 있따. 비료회사에서 판촉물로 나눠준 모자인가보다. 필드에서 폼잡는 서나연 프로 모자보다 더 예쁘다.
방으로 들어가니 뜨끈뜨끈하다. 찜징방이 따로 없다. 이장 사모님이 햅쌀로 방금 밥을 지어 내왔다. 청국장, 시레기, 취나물, 부각, 콩나물, 무말랭이 등 강원도 토속 음식이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한 공기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한공기 더 신세를 졌다.
초등학교 있었던 스피커인데 호박밭에서 일할 때 이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를 들었단다. 호박은 강석, 김헤영의 싱글벙글 쑈를 들으며 주인장과 함께 웃으며 몸집을 키웠으리라.
화로가 뜨끈뜨끈하다. 오늘 이장님 너무나 부럽다. 그래서 전화번호까지 가져왔다. 나중에 모놀에서갈 때 신세져야지 010-8793-5228 이상진
통나무집 별채가 하나 있다. 돼지 한 마리가 들어갈 만한 가마솥이 보인다. 예전에 소죽 끓이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여름에는 통나무집으로 이사간다고 한다. 청량하고 시원하단다. 겨울에는 나무 틈새로 바람이 들어와 우풍이 심해 잘 수가 없다고 한다.
토종닭도 마구 뛰어 논다.
이웃집의 소는 이렇게 방목(?)한다. 비가 오면 집으로 들어가겠지. 동물도 사람도 자유로운 천국이다.
마을 속내로 들어가면 품안마을이 나온다. 품안처럼 따뜻한 곳
다리 빗돌이 쓰러졌어도 이것 역시 자연의 순리처럼 보인다.
안쪽에 호박밭이 있다. 라디오 듣고 자란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겠지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은 곳. 사방에 동물 발자국이 보인다.
품안 마을에서 사냥꾼을 만났다. "새 잡으러 왔나요?" "돼지유"
샤냥꾼에 의해 쓰러지 돼지 한 마리가 호숫가에 코만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유해동물이라 손가락질 했지만 막상 수장된 돼지를 보니 측은해 보인다. 더군다나 아기돼지잖아.
선창가 가는길에서 삼각자산을 만났다. 웬지 품걸 아이들은 피타고라스 마운틴을 보면서 자랐으니 수학을 잘 할 것 같애
마을에서도 2km를 걸어야 선착장이 나온다. 호수가 없을 때는 춘천까지 계곡을 따라 걸어갔겠지
배를 기다리면서 다시 폭설을 만났다.
수영 13호. 문명세계와 연결해주는 배다. 마치 은하철도 999호를 타고 미지의세계를 다녀온 기분이다. 마을청년이 소주와 음료수 상자를 오토바이에 싣는다. "눈길에 갈 수 있겠어요." "스릴 있잖아요." 이곳 사람들은 두려울 것이 없는 모양이다.
승선권도 에전 그대로 ~가장 비싼 표가 4,000원
이 낡은 배를 타는 것만해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물로리, 갈골, 품걸리를 하루 두차례 오간다. 중간에 낚시꾼들도 태워간다. 거의 소양강 택시라고 봐도 될까
선실내부. 히터를 들어서 그런지 온몸이 노곤할 정도로 따뜻하다. 품걸리에서 소양강댐까지 40분.
선창에서 바라본 소양강 호수가 절경이다. 멋진 유람선이다.
낚시꾼을 태우고 다시 출발
고슴도치 바위라고 해야하나 거대한 새처럼 보인다.
아침 8시 30분 배를 타고 물로리까지 가서 13km임도길을 걸으면 품걸리가 나온다. 중간에 식사를 하고 4시 배를 타면 다시 소양강댐에 닿게 된다.
겨울은 호수가 얼어 배가 운행하지 않는다. 때묻지 않는 야생화가 좋다고 하는데 봄에 다시 도전하리라.
춘천에서는 이길을 나룻터 길로 칭한다. 수로와 도보가 어우러진 나룻터길~~
마을 떠나기기전 뿌듯한 표정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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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 소양강 박상균이에요/ 가기전에는 연락 (메일)없고 답사후에 그림만 보내주니 어찌된 일 인가요
소양강, 소양호에 춘천에서 낳고 무덤도 춘천인 나를 버리고 가다니..... 참? 서운해요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모놀답사가 아니라 개인 취재입니다.
대장님 설경 넘 멋지네요^^ 요즘 추워도 넘 춥다~~
대장님~~~너무 좋은곳을 다녀오셧네요^^
정말 좋네요.^^ 꽃피는 봄날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소양강은 배타고 청평사 가는 것만 해보았는데 꽃피는 봄날에 걷기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대장님~ 좋은 곳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춘삼월에 가고 싶다
겨울다운 느낌이 물씬풍기는 호젖한 소양호길을 겨울나그네가 되어 다녀오셨네요.
대장님의 미소와 소양호소식이 햇살처럼 따사롭게 전달되어 행복하게 잘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겨울 풍경 감사합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마지막 사진~~
따신 밥묵고 나서 가장 행복한 표정
봄에 한번 갑시다~~~
겨울이라선가...대장님 살이 많이 찌신듯..ㅋㅋ
멋진곳을 다녀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겨울 여행도 참 유별난 재미가 있는데,,,
설경들이 너무 너무 좋아요~
화로불이 있는 뜨끈한 안방이 부러워요~~
춘천에도 이런 오지가~~있다니 몰랐어요! 신선이 사는곳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