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지하철을 거쳐 금남로4가역에 내린다.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진다.
골목 안 고흥식당에 가서 장어탕을 지켜 사람들을 등지고 앉아 먹는다.
중년 남녀들의 대화가 은성은밀하다.
오천원을 지불하고 나와 서서히 극장으로 간다.
나 혼자 표를 사서 이상하다 하고 들어갔더니 이미 영화를 시작했다.
6학년 소년과 담임의 관계가 학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로 간여말자는 교사의 말
담탱이를 기죽였다는 아이들의 환호와 낙서
그의 아빠는 실직해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실직고수이자 고교 동창은 실업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의 집에 가서 식사까지 하나 결국 동반자살로 끝난 그 친구 부인의
표정이나 짧은 대화는 감독이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할인점의 청소원이 된 아빠
알바하다가 미군에 입대한 큰 아들
급식비를 피아노 레슨비로 유용한 막내
그리고 누군가 일으켜주길 바라는 어머니
아빠가 변기청소 중 돈봉투를 들고 나오다 아내를 마주치고, 도망치다
차에 치였다가 다음날 낙엽속에 묻혀 죽은 듯하더니 일어나 집에 돌아와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은
조금 의아하긴 하다. 아니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도둑에게 납치되어 서툰 운전을 하며 할인점에 들렀다가 남편을 만났다가도 다시
도둑에게 돌아오는 아내
그리고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바다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그
무임승차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겐지
큰아들을 미군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어떤 하룻밤을 보내게 했을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말은 갈데까지 가 봐야 한다는 뜻일까, 하룻밤을 지내야한다는 것일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버지는 자기 권위를 잃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하더니
결국 4개월 후에는 아들의 피아노 입시연주장에 같이 나타난다.
그들은 다시 새로 시작한 것일까?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일까?
죽어야 한다는 것일까?
무슨 곡일까? 겐지가 연주했던 시험곡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놓고
왜 박수조차 치지 않으며 눈만 그륻을 바라보게 했을까?
그래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버스를 타고 맥주 몇 잔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도쿄 소나타 Tokyo Sonata(2008.일본,네덜란드,홍콩.119분.12세.35mm)
감독_구로사와 기요시ㅣ출연_카가와 데루유키,코이즈미 쿄코,야쿠쇼 코지, 카이 이노와키
2008 깐느영화제 주목할 부문 심사위원상ㅣ 2008 키네마준보선정 일본영화 BEST
초등학교 6학년 켄지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것… 켄지의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은 음악 학교 오디션을 권유하지만 아빠의 반대 때문에 몰래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켄지는 계속 그 사실을 숨기기로 한다. 그런데 비밀이 있는 건 켄지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해고 된 아빠, 어느 날 사라진 엄마, 미군에 지원한 형까지 모두들 숨겨둔 비밀이 있었는데... 과연, 켄지는 아름다운 꿈의 연주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평범하기만 했던 한 가족에게 찾아 온 불협화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 주면서 특유의 깊이 있는 시선과 풍부한 감성으로 그려내며 “구로사와 월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도쿄!>로 더욱 친숙해진 카가와 테루유키, <구구는 고양이다>로 큰 사랑을 받은 코이즈미 쿄코, <쉘 위 댄스>의 히어로 야쿠쇼 코지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과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를 떠오르게 하는 켄지 역의 이노와키 카이의 연기 또한 빛을 발한다.(광주극장 카페에서 옮김)
첫댓글 시간이 허럭한다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