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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등장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영상 미디어에서 ‘다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미디어는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은 다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학습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이나 학교 교육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문화의 특성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영상매체 다문화 프로그램의 흐름을 살펴보고 긍정적 역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결혼이민자·재한외국인의 생활상 보여줘 … ‘현실 미화’는 극복 과제로 남아
가수 인순이씨는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데뷔 초기에 머리를 항상 스카프로 가리고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피부색이 검고 머리카락이 매우 곱슬거렸다. 그런데 ‘그런 독특한 머리 모양 그대로는 방송에 출연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머리를 가려야 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큰 눈과 오똑한 코의 일부 여성 연예인은 외모로 인해 ‘혼혈아’라는 소문이 돌자 울음을 터뜨리며 언론 인터뷰에 응하곤 했다. 호적등본을 보여주며 “순수한 한국인”이라고 밝힌 일도 있었다.
일부 연예인은 외국인 아버지를 뒀다는 사실을 숨기고 방송에 출연하다가 자기고백을 통해 가족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 제작진과 시청자가 ‘피부색이 다르고 국적이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최근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국어 달변가들도 출연하기 어렵다는 토크쇼(KBS의 ‘미녀들의 수다’)에 외국인 여성들이 출연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재미·홍보 효과 뛰어나 = 다문화를 지향하는 최근 프로그램의 특징은 재한외국인·결혼이민자가 ‘한국속의 생활인’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과거 방송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외국인·교포들이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장 등 성공한 외국인 등으로 이분화됐던 것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평이다.
한국방송 KBS가 글로벌 토크쇼를 표방하고 만든 ‘미녀들의 수다’ 를 비롯해 △SBS의 드라마 ‘황금신부’ △KBS의 교양 프로그램 ‘러브 人 아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소재는 한국인들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결혼, 연애, 술 문화, 교육 등이다.
SBS의 교양프로그램 ‘잘먹고 잘사는 법’에는 벨기에 출신 쥴리안씨가 ‘팔도유람기’ 코너를 통해 한국인 출연자 이상으로 농촌 관광 재미를 전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청와대에 초청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의 모습이 전국에 방송됐다.
영상매체의 이런 변화는 사회 각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정책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지난 7월 ‘미녀들의 수다’ 출연 여성 7명과 나이지리아 출신 방송인 ‘티모시’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드라마 ‘황금신부’ 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베트남 신부 사연 공모’ 행사를 진행,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또 사연이 채택된 베트남 신부에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항공권을 제공하는 등 후속 효과를 높였다. 교양 프로그램 ‘러브 人 아시아’도 국제결혼 가정을 초청해 우정을 나누는 ‘다문화가족 여름캠프’를 진행했다.
◆“현실성 떨어진다” 지적도 = 하지만 영상매체에 투영된 다문화 현상이 현실의 단면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극중 외국인여성의 경우 지나치게 미화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황금신부’ 에서는 주인공 누엔 진주가 △순수한 사랑을 찾아주는 천사 △심청이도 울고 갈 효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누엔 진주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도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 베트남 출신 며느리가 한국가정에 맞춰가는 노력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토크쇼 형식의 ‘미녀들의 수다’ 에 출연하는 외국 여성들은 모두 미혼이며 대다수의 외모가 뛰어나고 학벌도 대학 재학 혹은 대졸 이상이다. 이들은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을 대표하는 보편적 집단이 아니며, 현실적 문제점도 ‘해프닝 소재’로만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양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장미선 팀장은 “국제결혼이나 재한외국인에 대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며 “반면 최근 프로그램들은 서정적 재미와 감동을 주기위해 긍정적 측면만 부각시키고 현실을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 결혼 등 국제결혼에 얽힌 심각한 문제점을 최근 급증하는 프로그램에서 간과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문제를 더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홍부용 리포터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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