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28일.일요일(대룡산~ 구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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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과 홍천군 북방면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대룡산과 구봉산을 잇는 종주 산행이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사방이 아름다운 명산이 울을 이루고 있고,
시내 한복판을 흐르고 지나가는 소양강이 또한 아름다움을 더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으로는 골산(骨山)인 용화산과 오봉산이, 서편으로는 등선봉과
삼악산,계관산의 연릉이, 남쪽으로는 작가 김유정의 정취가 흐르는
실내마을을 품고있는 금병산이 자리하고 있고,그리고 동쪽으로는
오늘 등반할 대룡산과 구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따르다 원창터널을 빠져나오면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쳐진
분지 형태의 춘천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들머리 고은리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벌써 관광버스 두어대와 승용차
대여섯대가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일찌감치 산행을 시작한 것으로보아
인근의 산행객들의 차량인 모양이다.
등산로 안내판과 관리초소가 있는 옆으로 산길은 시작이 된다.
계류를 건느면 이어서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을 하지말고 좌측길로
접어들어야한다. 완만한 경사가 초반의 워밍업하기에는 적절한 난이도,
반팔셔츠가 부담이 될 정도로 비교적 선선한 기온,당연히 발걸음은 사뿐사뿐,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열되고 있는 체온을 조절하려는 땀샘이
부지런하게 수분을 소비한다. 산길옆으로 중간중간 묘지가 보인다.
추석 성묘를 다녀들 갔는지 돌 본 흔적이 역력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사(葬事)를 치뤄야 하는데,지관을 맞아 길(吉)한
장소를 물색하여 묘를 정하기도 하고, 그렇치 않으면 화장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누가 보아도 명당 길지에 호화로운 석물(石物)로 장식된 묘가
있는가 하면, 아무렇게나 방치한 듯한 묘지를 종종 만날 수 있다.
호화롭게 꾸며진 묘지나 돌 보는 이 없는 듯한 묘지가 죽은 자 하고는
아무상관이 없다고 생각되는데, 혹시 이런 사고방식이 돌아가신 분들에게
불효는 아닌 지 모르겠다. 다만, "어버이를 땅에 묻고 후손들의 복(福)을
구하는 행위는 예(禮)가 아닐 뿐더러 효(孝)는 더더욱 아니다."라고하는
다산 정약용의 말에 다소나마 위안을 삼을 뿐이다.
결국은 살아 계실적에 정성을 다하여 효도를 실천해야지,돌아가시고나서
묘지나 쓸고 딲고 하는 일은 본인들의 발복을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 널찍한 직진 방향의 산길은 대룡고개을 경유하여
정상에 이르는 길이고 좌측의 오르막은 대룡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있는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차분하게 고도를 높여가는 산길은 두어군데 묘지를 지나고, 도토리가
뒹구르는 참나무 숲과 좌측으로는 잣나무는 무성한데 벌써 수확을
끝냈는지 열매는 눈에 띄지 않는 산길이 이어진다. 간간이 참나무를
이용한 쉼터가 있어 가뿐숨을 조절하고 땀을 식힐수 있는 휴식장소가 반갑다.
참나무,잣나무 그리고 낙엽송들의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부지런하게도 간벌을 한 모습이 관리 흔적이 엿보이는데, 간벌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쌓여있어 혹시 아래계곡으로 굴러 쏟아지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수 도 있을 것 같아, 간벌한 폐목의 수요처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늘을 찌르는 낙엽송을 뒤로하면 지능선을 가르는
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는 대룡고개와 군부대 방향이고,좌측으로는
정상으로도 이를 수 있고 거두리쪽으로 이동할수도 있는 길이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나무계단이 정상쪽으로 산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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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가 하늘을 덮고 나무가지 사이로 춘천시내가 조망되기 시작한다.
신갈나무가 우거진 봉우리를 내려서면 조금전의 임도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삼거리를 만나고 이어서 커다란 정상 빗돌이 세워진 깃대봉 정상에 닿는다.
해발899m의 대룡산 정상! 정상주위의 울창했던 참나무를 베어버려
사방조망이 거칠 것이 없다. 더군다나 깃대봉 서쪽옆으로 목재를 다듬어
만들어 놓은 널찍한 전망대가 또한 일품이다.
소양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춘천시내는 물론이고 춘천시를 사방으로
품고있는 명산들이 山客의 두눈을 압도한다. 깃대봉 북쪽으로 송신소
구조물이 옥(玉)의 티라면 티랄까?
선두 팀들은 벌써 이곳을 떠났는지 러쎌 대원들의 모습이 몇명밖에
안 보인다. 절경의 전망대에서 눈호사를 만끽하며 후미 팀을 기다려 본다.
잠시후 도착한 후미팀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경치좋은 전망대 귀퉁이에서
점심식사를 즐긴다. 갈비가 3~4인분은 돼 보이는데, 정박사가 그 것을 배낭에
지고 여기까지 지고온 것이 가상하다. 진한 오가피주와 과실주가
선경(仙景)을 앞에두고 바쁘게 춤을 추고, 높은 구름은 드리웠지만
멀리까지 시야가 트여서, 마치 천상의 정자에서 신선들이나 누리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오랫만에 만끽한다.
12시도 채 안된시간에 점심을 해치웠으니, 나중에 점심을 해결하려는
대원들과는 산행거리가 식사시간만큼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산행중에 식사시간이 따로 있나? 배가 고프면 그때 그때 해결할 수 밖에.....
송신소 건물을 좌측으로 끼고 천상의 만찬장 정수리를 벗어난다.
갈림길마다 자세한 이정표가 세워져있어 이 지역의 산사랑을 가늠하게
하여준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고은리로의 하산길이 있는 삼거리
두 곳을 지나면 산길은 마치 토성위를 걷고 있는 듯이 산길 양쪽이
거의 직벽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한아름 정도는 되 보이는 노송이 능선주위에 도열해 있고, 언젠가
산불의 피해를 보았는지, 화재로 죽은 노송이 보이는가 하면 표피가
까맣게 그을린 노송등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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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연보라색 쑥부쟁이 꽃이 점령해버린 헬기장을 지나면
산길은 고도를 낮추어 山客을 임도에 닿게한다. 대룡고개쪽에서
거두리간을 잇는 산간도로, 제법 굵직한 참나무 식구들과 노송들이
지키는 작으마한 봉우리를 넘으면 조금전의 임도를 다시 만난다.
계속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은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나무가지 사이로
아름다운 도시 춘천시가지가 조망된다.
노송이 안내하는 토성(?)의 산길은 동내면 거두리방면 하산길이 보이는
갑둔이 고개에 닿도록 이어진다. 산길 곳곳에 나딩구는 도토리를 줍는
입산객들이 간혹 눈에 띄고, 갈림길마다 세워진 이정표도 변함없이
만날 수 있다. 비교적 가파른 비알을 오르면 홍천군 동면의 느랏재와
명봉을 오르는 삼거리, 명봉에 오르니 앞서가던 대원들을 만날수 있었다.
해발643,3m의 명봉에서 기념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구봉산을 향하여
발길을 돌린다. 가파른 내리막에 고정로프가 매여져있다. 육산의 미끄럽고
가파른 내리막 산길이라 고정로프가 필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양쪽으로 가파른 경사각을 유지한 능선이 다시 올려친 곳에 기막힌
전망장소를 제공한다. 해발506m봉,깃대봉보다 한층 실감이 나는 전망대!
그러나 서쪽 산아래 골프장 공사가 진행중인 모양이다. 겉보기에는 마무리
공사 같은데,인적이 없는 걸 보면 휴일이라서 작업도 쉬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산을 중턱부터 뭉턱 파내려가 골프장을 만드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즐거운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국토면적이 좁은데다가 전 국토의65% 가량은 산지로
이루워 졌으니, 그 흔한 산지에다 골프장을 꾸미는 것을 비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토면적이 넓은 나라들은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벌판에다
대부분 골프장을 건설하지, 산중(山中)에는 별로 건설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골프장을 그들은 필드(field) 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절경의 조망 봉우리를 내려서면 구봉산 정수리로 향하는 능선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줄지어 늘어선 굵직한 노송이 믿음직스럽고,이제는
춘천시가지에도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군데 군데 밀집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적은 주거면적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긴 해도, 밀집되어있는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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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하게 올라섰다 가라앉는 구봉산 가는 길은 마냥 부드럽게 이어진다.
커다란 송전탑이 위압스럽고 토성을 닮은 산길은 만천리로 향하는
삼거리로 山客을 이끈다. 갈림길이면 어김없이 세워져있는 이정표가
반갑다. 굵직한 노송들이 점령한 구일봉오르막, "거북쉼터"라는
명찰이 매달린 것을 보니 배낭 멘 산꾼들의 모습이 흡사 거북이 모습으로
보였을게다. 해발428m의 구일봉을 지나면 지방공무원교육원으로 이르는
삼거리가 나오고, 잠시 완만한 비알을 올려치면 대여섯 평 정도의
공터 삼거리봉에 이르고, 들머리인 구봉산휴게소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제는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구봉산 정수리가
山客을 기다리고 있다.
주위에 참나무들이 우거져 조망은 기대할 것이 없는 정수리, 해발441,3m의
구봉산 정상! 낡은 산불감시초소가 다소 을씨년 스럽고, 봉우리 지하에는
군 벙커가 자리잡고 있고, 삼거리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좌측으로는 날머리 구봉산 휴게소를 가리키고 우측으로는 감정리 방향을
알린다. 구봉산 휴게소까지는 0,6km,이십분 정도 소요시간이 걸릴 것이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다래열매가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약수터가 나오고
이내 자동차들의 엔진소음이 요란한 도로변 휴게소에 이른다.
오전9시40분 쯤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3시가 넘어서 날머리에
도착하였으니 대략5시간을 넘긴 산행이 된 셈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들머리에 도착하여 시작된 산행이었기에
예정했던 시간안에 날머리에 이르는 과정에 여유가 있었다.
산행의 즐거움이란, 정직하고 순수한 노동으로 땀흘리며 오른 봉우리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와 마음 속까지 씻어내는 멋진 풍경이
주는 즐거움은, 산을 오르지 않고는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사치임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