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이야기, 영화다운 영화라고나 하죠. 역사를 꿔다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야기 만든 솜씨도 괜찮은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을 들어서 좀 꼬집은 느낌도 듭니다. 우리 자신의 약점이고 치부라고나 할까요? 약소국의 비애라고 할까요? 왕조가 바뀌는 일을 왜 중국(당시 명나라)에 가서 인준(?)을 받아야 하고 그들로부터 국새를 받아야 하는지, 지금도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그 일은 역사적 사실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당시 정말 가지고 오던 국새를 잃어버려서 10년 세월이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선 건국, 그러나 초기 10년 동안은 국새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왜 그랬는지는 역사학자들이 밝힐 일이고, 이야기는 가지고 오다가 잃어버린 것으로 시작이 됩니다. 그것도 바다에서 사고가 나서 잃어버리는데 문제는 고래가 삼켰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배를 타고 오던 사절 일행이 바다에- 고래가 나타난 것을 보고 갑자기 고래 사냥을 합니다. 거대한 고래가 창을 맞고는 화가 났지요. 그래서 사절단의 타고 있던 배를 박살을 냅니다. 제 할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웬 고래 사냥? 왕께 바쳐야 할 국새가 바다로 떨어지고 아는지 모르는지 고래가 삼킵니다. 아무튼 목숨은 건져서 귀국하여 왕궁에 가서 보고하는데, 믿어지는 일입니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려 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때 돌출한 병사가 있습니다. 북벌하러 진군하는데 왜 회군하느냐? 이의를 제기합니다. 다른 장수들은 때를 분변하여 고려를 버리고 이성계를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돌아가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로 합의를 했지요. 그 사실을 알고 이 무슨 반역이냐? 하고 반기를 듭니다. 겁도 없는 의인(?)이지요. 결국 그 무리로부터 탈출합니다. 더 이상 국가의 녹을 먹고 살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별 수 없이 산적이 되었다는 이야기죠. 그런 의분과 용기와 실력을 갖춘 무사가 의적도 아닌 산적, 그것도 반은 바보스런 산적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생명을 보존하자니 의(義)보다는 우(愚)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나라에서는 국새를 찾는 것이 숙제입니다. 저 대국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무슨 망신이요 무슨 질타가 따라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왕은 기한을 정해주고 찾아올 것을 명합니다. 이유 없습니다. 왕명을 받잡고 목숨을 걸고 찾아야 합니다. 막막하지요. 아무튼 고래 뱃속으로 들어갔으니 고래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니 바다에 능통한 자가 필요합니다. 온 나라에 소문이 퍼집니다. 국새를 찾아라. 그야말로 횡재하는 것이다. 팔자가 뒤집어진다는 말입니다. 숨어살던 산적에게도 알려집니다. 기회다. 그래서 산적이 바다로 가는 겁니다.
그런데 바다는 이미 바다의 도적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도적도 의리의 도적이 있는가 하면 못된 도적도 있지요. 그들끼리도 분열이 생기고 서로 싸웁니다. 세력이 둘로 나뉜 것이지요. 아무튼 해적들에 산적이 껴들고 거기에 관군까지 합세하여 국새 찾기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육지에서 바다에서 쫓고 쫓기고 하는 형국이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저 잘났다고 떠드는 자들의 희극 연출이 가미됩니다. 예쁜 해적 두목에 건들거리는 산적 두목의 조합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곁들여서, 모자란 듯 잘난(?) 부하들의 천방지축 옥신각신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를 보태줍니다.
해적선의 예쁜 여두목과 고래의 사적인 관계가 소개됩니다. 그야말로 동화지요. 하기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도 있기는 합니다. 서로가 한 번씩 생명의 은인 역할을 하지요. 엄청나게 큰 고래와 인간의 교류, 생명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생명은 귀한 것이지요. 그만한 보답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귀하게 여기는 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정말 살아 움직이는 고래 그대로입니다. 우리의 기술이 만들어낸 작품이지요.
고래를 잡으려다가 인간들의 싸움터로 변합니다. 세상일이 그렇지요. 무슨 이유가 있든 결국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빚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국새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 욕심으로 괜한 백성들만 희생을 당하는 것이고 고통을 짊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대단한 업적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생기지요. 힘없는 백성들, 평범한 사람들 없이 혼자서 만들어집니까?
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그 바다에서 통쾌한 폭발도 있고 시원한 활극도 있습니다. 거대한 물방아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도 볼만하지요. 진지한 눈빛의 예쁜 해적 두목과 건달 같은 산적 두목의 로맨스(?)도 감초이고요. 도무지 만날 수 없는 도적(해적과 산적)들이 만나서 만드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재미있습니다. 국새의 행방이 궁금하시면 한번 보십시오.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