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할 때면 어느 집에나 표 나지 않지만 그 잔치를 열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소중한 손길이 있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란 섬놈이라 섬에서 잔치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았었다. 날을 잡아 놓고 조금씩 미리 준비를 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아왔다. 잔치를 앞두고 몇 명이 모여서 음식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통하여 잔치는 준비되었고, 잔칫날은 풍성하게 왁자지껄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 찼던 잔칫집을 생각한다.
자오나눔선교회가 설립된 지 만 12년이 되었다. 해마다 그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했지만 그때 상황에 따라 날자는 앞뒤로 조금씩 옮길 수 있는 융통성도 생겼다. 자오 쉼터를 건축해 놓고 자오나눔선교회 사무실도 부천에서 화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사를 왔다. 행사도 자오 쉼터에서 치르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자오의 날 행사는 연연이 이어져 12주년이 되었다.
아내와 권사님이 수고를 해 주시고,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자오 쉼터 가족들이 조금씩 행사 준비를 해왔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우리들만의 잔치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일간의 특별 기도가 이어졌고, 자오 회원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 협찬이 되었다.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분들이 일부는 본의 아니게 펑크를 냈지만, 거기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오히려 기도를 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담대하게 행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행사 전날 수업을 마치고 전주에서 나리님과 나리님의 딸 진희 양을 태우고 자오 쉼터로 올라왔다. 한난장이님과 백설 공주님은 저녁 늦게 도착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기에 구역 예배까지 마치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도착한 나리님 일행은 아들과 함께 자오 쉼터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아 놓은 것을 벽에 붙이는 작업을 하도록 했다. 다른 사진도 벽에 근사하게 붙였다. 물론 중간에 자기 나름대로 붙였다가 다시 떼어내는 작은 사건도 있었지만 잘 마무리 되었다. 한난장이 부부가 도착하자 미처 다 하지 못한 선물 포장을 한다. 자정이 넘도록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정이 넘도록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던 아내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후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순간 심장병이 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조치로 혀 밑에 약을 넣고 잠시 기다렸지만 여전히 힘들어 한다. 새벽 1시쯤 되니 진정이 된다. 저녁도 안 먹고 일을 했기에 출출했다.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차를 타고 읍내로 나가는데 전화가 온다. 아내다 다급했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차에 태우고 동수원 남양병원 응급실로 달려간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주사까지 맞고 나니 진정이 된다. 예정대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 대충 정리를 해 놓고 잠자리에 든다. 어느새 새벽 3시가 가깝다.
아침 일찍부터 나리님이 부엌으로 합류를 한다. 아내와 함께 부엌살림을 책임지고 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미안하다. 한난장이님은 인선님과 함께 힘든 일들은 맡아서 해 준다. 일당백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고맙다. 푸짐한 선물, 아내가 손수 만든 30여 가지의 맛있는 뷔페 음식, 속속들이 도착하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자오 회원들. 참석하시기로 한 분들이 사정이 생겨서 많이 참석하지 못했는데도 70여명이 참석하여 초라하지 않도록 해 주셨다. 정해진 순서대로 기쁘고 즐겁고 감사함으로 행사가 잘 끝났다.
항상 사람이 모인 곳에는 뒷정리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시작과 끝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역사는 처음과 마지막을 기억하듯이 행사를 할 때도 처음과 마지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잔치에 참석했던 회원들이 돌아가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해 주셨던 잠님, 내 친구 한범이 부부, 일맥님 부부, 열매님, 그리고 동생들과 지인들.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고 나니 언제 이렇게 다 했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감사예배도 은혜의 연속이었다. 행복했던 선물릴레이도 좋았고, 각종 시상식과 푸짐한 먹을거리도 우리들을 행복하게 했다.
제12회 자오의 날을 준비하게 하시고 인도하시고 간섭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도와 물질로 도와주신 백집사님, 함목사님, 우집사님, 원근각처에서 달려와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거의 다 혼자 준비하다시피 했던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다. 전날부터 전주에서 올라와 수고를 해 주신 나리님과 딸, 한난장이님 부부, 각종 순서를 맡아서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멀리 부산서 올라와 자리를 더욱 빛내주신 음화숙 집사님 일행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감사드릴 분들이 참으로 많다. 부족하고 못난 이 사람은 이렇게 사랑만 받고 살아간다. 감사하고 고맙다.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사역 잘 감당하라는 메시지로 받고 기도하며 더 열심히 하리라 다짐을 해 본다.
2008. 5. 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