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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 년만의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을 때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렸다.
더위가 한 풀 꺾이는 것 같았다.
더위 따라 기력도 쇠퇴하는 것을 느낄 즈음 약속한 연휴사생을 떠났다.
몸은 여행을 위한 준비로 분주했지만 마음은 방바닥에 자꾸 주저앉았다.
압구정까지 모셔주는(?) 남편에게 애꿎은 심술을 내고 말도 없이 차에서 내렸다.
크락션을 울리며 잘 다녀오라고 애교를 떠는 남편에게 입을 쑤욱 한번 내밀고 돌아섰다.
그 표정이 제일 밉다고 하지 말랬는데 말이다.
그래도 회원들을 만나면 방글방글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면서 즐거워졌는데 아 ~~! 이번엔 전혀 아니 올씨다이다.
‘어쩌지? 짜증내서 다른 분들 불편하게 하믄?’
압구정 커피를 한잔 받아들고 버스에 올랐다.
덥다.
내렸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이제 올 사람은 다 왔다는데 한 분이 20분쯤 늦으신다 해서
무거운 마음을 수분과 함께 좀 털어 내어볼 요량으로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최미자샘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나서는데
화장실 코앞에서 야수 기사님이 웃으며 대기하고 계신다.
“어머나! 어머나! 미안합니다~~”
한 발짝이라도 덜 떼게 하시려는 배려!
순간 감사하고 미안해서 옆자리 최종처리하시는 분캉 늦어진 사연을 중계 방송하다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묵호항까지 가는 동안 비가 오다 가다한다.
원래는 추암해변에 가기로 했는데 묵호항으로 GO GO!
비가 계속 온다.
점심을 먹고 고문님을 따라 비를 피해 어물 경매하는 광장(?)에 화구를 풀고 앉았다.
안개인지 먹구름인지 앞이 뿌옇게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에구, 저는 암것도 안보여요!”
어데 컨딩할데 읍능겨? 하면서 여기 저기 기웃겨려 보니 모다들
“나두, 나두 안보여~~!”
하고 앉아계신다
“보이믄 보이는 대루~ 안보이면 안 보이는 대루~~!”
해서 앞쪽을 똑~~ 바로 보니 배와 크레인, 바지선 등이 보여서
“보이는~~ 대루~~!” 한점 그렸다.
고문님께서
“어이구~ 나보다 더 잘보네~~!” 하셔서
“앗싸~~!”
하고 신바람이 났다.
싸인을 하고 요기조기 둘러보니 많은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하신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야수회를 사랑하지 않을래야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구경하시는 분들도 살펴보니 서울서 4시간 달려온 시골인데 조용히 지켜보시면서 소리 없는 감탄사를 ‘하~!’ 하실뿐 그림 그리는데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하고 계신다.
역시 잘 왔군 잘 왔어~~!
점심 물회에 이어, 저녁은 곰치국을 먹었다.
고향에서 가을추수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곰치국 생각이 났다.
고향과 어머니를 둘러싼 가난했으나 풍족했던 어릴 적 추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환갑이 낼모렌데
“엄마~~!”
하고 소리쳐 부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숙소로 향했다.
배정된 방으로 올라가 보니 다섯 명이 잘 방인데 침구가 여덟 개다.
넓이도 그만해서 모두 팔다리를 쫘악 벌리고 자도 될것 같다.
우리방 구성원이 좋아서 수학여행 온 여고생처럼
별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깊은 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
이튿날 신선한 날씨에 즐거운 마음으로 장호항으로 출발!
음식점 사람들이 인심이 좋았다.
음식점 이층,
바람이 선들선들 부는 곳 그늘에서 그림을 그려도 좋아,
안병식언니가 사 주는 맛난 문어도 좋아,
점심 저녁걱정 NO!
설거지 걱정 NO!
더위 NO!
음식 맛은 끝내주지~~!
하이고, 내가 여길 안 왔으믄 큰일날뻔 했당껴~~!
눈감고 못 죽지!! 암만!
오전 오후 그 이층 그늘에서 하고저븐대로 맘껏 그리다가 5시에 모여서 단체촬영!
주희씨가 ‘하나 둘 셋!’ 하고 찍으니까 사무국장 나서더니
“하나에 앞으로, 둘에 깜찍하게, 셋에 발랄하게!” 포즈를 취해서 찍잔다.
“하나!”
모두들 앞으로
“둘!”
손가락 V자로 들고 애교!
“셋!”
뿌잉뿌잉!
웃다가 뱃가죽이 아파서 자빠졌지요.
사진은 우째 나왔는지 책임 몬집니더!
하도 웃어가~~! 저녁에는 쪼~깨 피곤합디다.
삼척온천관광호텔 투숙객한테는 온천욕비를 싸게 받더구먼요.
그래 가지고 곽샘은 친구따라 강남가고, 남은 넷이서 온천하러 갔지요.
홀딱벗고 씻을 건데 나는 눈이 나빠서 보여주기만 해야 안됩니꺼,
손해보기 싫어서 목욕탕에 안경 딱 끼고 들어갔어예! 같이 봤지요. ㅎㅎㅎ
셋째날, 무릉계곡으로 향하는 버스안!
이번 여행에는 약간 아쉬운 인원수이지만 대신
숙소, 사생지 등이 쾌적하게 다녀서 좋은데
특강이 없었다는 의견에
고문님께서 바로 마이크를 잡으셨다.
이하 고문님의 특강내용임다.
바닷가에는 배를 그리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그리다가 잘 안되니까 ‘배좀 만져줘요!’하시는데 배를 만지다 보면 계곡으로 들어갑니다. 계곡에는 깊이 들어갈수록 물이 많아요. 그 물과 소나무, 바위! 보이는 대로 다 그리려고 하지 말고 바위면 바위! 소나무면 소나무, 포인터를 잡아서 단순하게 그리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비유로 재미있게 강의하신 고문님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데 벌써 계곡에 도착했다.
너륵바위(?)까지 가니까 한 5분 걸었는데 땀이 주르르 흘러내립디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사람이 자꾸 모여들고
날은 덥고,
바위 위에 앉으니 바위가 뜨듯~~! 해서
몸지지기는 좋겠는데 그림그리기는 그래요.
그래서 쪼매 올라가볼까.... 하고 올라가는데
다리 아래쪽에 있는 우리회원님들이 보입디다.
그런데 병식언니가 바위에 털푸덕 주저앉아 계신데 심상찮아요.
보니 물이끼에 미끄러지셨네요.
“우짜꼬, 저 어른 연세도 있으신데....”
하고 가던 길을 갔지요.
조묘샘캉 김성영샘이 부축해서 일으키시고 계셔서
두 분이 어찌 하시겠지.... 생각하면서요.
명옥국장이 사진 찍고, 스케치하면서 계속 올라 갈거라 해서 거기 따라갈 샘이었거든요.
삼화사 앞에서 해우소간 명옥국장 기다리는데
고문님이 내려오시네요.
“올라 가봐도 별 것 없어!”
하셔서 저도 걍 너륵바위에 앉아 한 장 그렸지요.
을라, 어른, 노인, 별 사람이 다 모이니까
시끄럽기도 하고 그림도 안 되기에
일찌감치 접어들고 점심 먹으러 갔심더.
그란데 병식언니 팔이 쪼끔 심하게 부으셔서 119를 불렀다 하시네예!
“우짜노!”
걱정했더니
강릉사시는 아드님이 의사시라 해서 한시름 놯심더.
미애샘이 또 아프다꼬 음식점 이층에서 쉴거라 하네예!
저도 더위, 소음에 지쳐서
‘나도 쉴까?’
요런 유혹이 살짝 옵디다.
그런데 서울서 여~ 까지 와가지고
뭔 남의 집 이층에서 잠이 오겠니껴?
‘에이 걍 그림이나 그리자!’
하고 맘먹고 병식언니랑 미애씨 119타는 거 보고
곽샘 따라 너륵바위지나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그림 그렸지예!
아하 참 그 맛이 신선 맛이여~~!
이번에 안 오신 분들은요. 그 맛을 모르시니 안타깝구먼요.
무릉계곡이 어딘껴?
바로 천당아입니까!!!
그거서 우리가 한 거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보이소!!
그게 바로 무릉도원의 신선놀음인기라요.
담에는 절대 빠지지 말고 같이 가시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보이,
고미영샘이 네명의 야수를 모시고 야수인의 밤을 위해 오셨네예.
그런데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꼬
저녁에 야수의 밤이 시작되는데
코맹맹이가 점점 심해지대요.
버스에서 내리면서 약을 먹었는데.........
아이고 값진이가 없으면 야수의 밤이 뭐가 될꼬???
니꺼 내꺼 하기로 했는데 우짜지?
싶은데 모레 월요일부터 개학이라
눈 딱감고 야수의 밤을 홀로 넘겼습니더.
최종철샘이 한우갈비를 30근이나 가져오셔서
임원진들이 그걸 이틀 동안 양념에 재 놓고
고향 바닷내음이 나는 삼척해변에서 놀면서 묵므면
맛이 입에 착착 감길긴데 그걸 마 못 먹었심더.
마지막날 아침.
짐을 모두 챙겨들고
떠나기 아쉬운 편안한 휴식처를 두고
추암해변에 도착했지요.
아침9시부터 볕이 어찌나 뜨겁든지
우산을 꺼내 쓰고 기를 쓰고 정자에 올랐심더
이런 날에 그늘 못 찾으면 죽음이다 생각하면서 말입니더,
어젯저녁 야수인의 밤을 홀로 지냈으니
오늘은 고문님 그림 구경이나 하고 쉬어야지 생각했어요.
고문님 그림 그리실 준비를 마쳤는데
동네사람이 하나 오더니
손님이 오시기로 했으니 자리를 비켜달라 하네요.
그러면서 아래쪽 파란 천막을 추천하길래
그거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얼른 옮겼지요.
가보니 정자보다 바람이 더 시원하고 그늘도 좋아요.
고문님, 성자샘(?)캉 나란히 앉아서 그림그리는데
그 손님들이 오셨어예!
오면서부터 말보다 욕이 더 많이 하는데
뭐하는 사람들이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고문님이 그림 그리시는 것을 뒤에서 구경하더니
"이거 내꺼! "
하고 놀부처럼 맘대로 찜을 하고
“하! 하아!”
감탄을 연방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느라 욕도 쪼끔 줄어들더라구요.
아 조금 있으니 욕을 젤 잘하던 쇠도둑같이 생긴 눔이
-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소 내가 눔이라 캤다꼬요.-
집에서 자기가 싼 김밥이라믄서 내 놓네요.
또 조가비 삶는다고 조가비, 조가비, 하는데
어째 계곡이 쪼~끔 스물스물 하더만 참고 있었쟈?
이번엔 지들끼리 막 묵고 있어요.
비싼거라 지들끼리 먹나보다 했어요.
점심때가 되어서 짐을 싸는데
막럴리랑 조가비를 한사발 갖다놓고 또 먹으라 하는 거예요.
그 맛이 정말 꿀맛이어라!!!
아이구~~! 이번에 안 오신분들 진짜 후회되지요?
담에는 진짜 꼭 같이 가입시더!
십시일반 낸 찬조금,
조선생님께서 내신 찬조금 등으로
돈이 남아서 비싼 광어회를 배터지게 먹고
서울로 향했심더
길이 마이 막혀서 기사님이 19금 영화를 틀어주셨지요.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는데
회장님이 TV앞에 알짤대시네요.
하이고 쪼매 비켜보이소 하고 싶은데
꾹 참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세상에 TV를 딱 꺼버리고 휴게소에 도착한다 하시네요.
“회장님 미워!” 앙탈 한번 부렸심더!
여러분은 뭐라카실랍니꺼?
첫댓글 장호항에서 안선생님이 사주신 문어가 너무 맛있어
단체 주문을 했지요.
눈으로 보기에 살짝 이상한 음식은 안먹었었는데
다 먹어 볼려구요^^
어제 동네 아줌마들과 마저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선생님 후기를 너무 생생하게 잘 쓰셔서 저는 추임새만 살짝
3박4일 동안 자연에서 받은 감동으로 겸손하게 일상으로 돌아왔고요.
감사패도 없는 봉사를 끝없이 해주신 회장님,사무장님 감사합니다.
어떤 일에도 싹싹함과 웃음으로 대해주신 총무님,재무님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미란샘!! '야수인의 밤'...후기를 부탁드립니다.
갑진샘이 힘드셔서 야수인의 밤에 참석치 못한 관계로...
후기에 빠져있는것이 아쉽습니다.
맞아요. 우리 총무님 재무님, 많은 웃음주신 사무국장님! 감사드려요. 그 많은 수고와 상냥함에 감동받았어요.
회장님도 말없이 앞에서 혹은 뒤에서 애 쓰셨지요. ^^
킼 킼.재미 있어요.
20분 늦는다고 한분이 바로 저내요 ^^!
가기전부터 몸이 좀 고장이 났는지 화구가방 여행가방 챙겨 현관앞에 내놓고 알람을 두개나 설정해놓고 설레이며 잤는데
알람소리 까맣게 못듣고 눈떠보니~~악 시간이 7시30분이나 됐네요. 보통은 알람 울리기 전에 몇번 깨는데...
번개처럼 옷입고 택시타고 전화드렸더니 (20분 늦는다고....) 기다릴수 없으니 터미널 가서 시외버스 타고 오라네요....ㅜㅜ .......홀로 떠나는 여행도 운치있고 괜찮았습니다...안개 경치도 멋졌고...멋진 남성이 옆좌석에서 말동무도 해주고..해해..암튼 우여곡절 끝에 화우들과 해후를 했고 남갑진샘 후기처럼 하하호호 즐건사생이었습니다.
하하 20분 때문에 터미널로 간건 아니고여 차가 꽉막혀 시간을 예측할수 없으니 여러사람 기다리는것보다 시외버스 타는게 빠를것 같다해서 터미널로 갔습니다. 글자수 줄이다보니 혹 오해가 있으까봐.....^^*
얼마만의 연휴사생이었는지 감회가 새롭고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듯 했습니다 .그런데....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차에서도 식당에서도 자꾸 잠만 쏳아지고 춥고...남들 에어콘켜고 있을때 이불을 서너개 덥고도 오한이 났습니다...열씸 수고 하시는 임원님들께 걱정만 끼치는거 같고 체력도 견딜 수 없어서 또 홀로 서울로 왔습니다. 얼마나 추운지 하도 떨어서 온 근육이 다 아팠습니다. 전기장판 5단으로 해놓고 긴팔껴입고 두꺼운 이불덥고 정신없이 이틀간 잠에 빠졌네요. 침도 못 삼킬정도로 목이 아팠는데 편도선이 심각하게 부어서 오한이 났다네요. 한여름에 추위에 떨며 사망 하는 줄 알았습니다 ^^* 주사맞고 약먹고
지금은 말짱하게 나았습니다. 연로하신 샘들도 많이 계신데 건강관리 못한 내가 부끄럽고 걱정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한여름에도 이렇게 추울 수 있다는게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얼굴이 노란색으로 변했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 하셔요요요~~~^^*
얼굴이 노란색으로 변했으면 간이???? 지금 나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정말 예전 같지 않은 나이가 되었나봐요.
거울 보고 얼굴이 노오란색이어서 깜짝 놀랐는데 하루 지나니 정상 되더이다.
볼살도 주먹 반쪽 만큼 들어 갔었는데 그도 하루 지나니 정상처럼 되더이다....^^!
다행입니다. 위에서도 다 나았다 하셨는데도 걱정이 되니까요....늘 건강하셔요.
열이 있으면 편도선을 한번쯤 의심할걸 그랬네요^^
다행입니다. 건강체크 해보세요^^*
넘 신나게 단숨에 꿀떡 읽었네요 ㅎㅎㅎ
즐겁게 샘님 웃는모습 눈에 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