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실려 오는 상여소리! 그 슬픔을 배우지 못한 어린
나에게는 애잔한 선율로 와 닿고, 호기심에 그 끊어 질듯 한 음률을 찾아
귀를 세운다.
너-오 너-와 너-화 넝차 너----오
너-허-허-허-와
너-화 넝-차 너-오
멀리서 들려오던 상여소리가 차츰 가까이 들려 황새목 해서 사방을 훑다보면 가장 높은 만장이 보이고 이내 울긋불긋 꽃상여가
상두꾼들의 어깨를 타고 나타납니다.
요령잡이 대장 할배의 선창은 구성져, 택도 없는 나도 슬퍼집니다.
북망산이 멀다 더니 대문 밖이 북망 일세! 너-와 너-와~~~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슬어마라! 너-와 너-와~~~
니는 내년 삼월이면 다시 피지마는 우리네 인생은 한번 가면
다시 못 온다는 이런 저런 가사들이 상주들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하굣길 동네 어귀 “새빠꿀”에 들어서면 까-악 까-악 서늘한 기운이 돌고
길 보다 낮은 집터. 골목이 긴 그곳 사일어른 초가집 지붕에 하얀 적삼이
보인다.
아직은 입관 전이라 불규칙한 흐느낌 소리가 담장을 넘어 내 기분을 묘
하게 한다.
밤이 되자 호롱불에서 한 발짝도 떨어 질수가 없다.
밤새 뒤척이며 곡소리, 귀신, 송장, 죽음, 생각에 생각,,,,,,,바깥이 밝아
지고서야 잠깐 눈을 붙일 수가 있었지요.
우리 동네는 상여 꾸리는 장소가 세 군데나 됩니다.
회관 앞, 옛 사무실 이라는 운동장, 동네 앞 논 이렇게 있는데 이번에는
동네 앞입니다.
발인 숙진 날 부터 논에서 일꾼들이 내 장단지 만한 새끼를 꼬며 내일의
잔치를 다잡지요. 내일하루 만큼은 농삿닐 제쳐두고 취해도 됩니다.
앞 방틀, 뒷 방틀, 관 외피 틀, 이음 봉, 광목, 용애, 꽃 지붕....
방틀 조립이 끝나면 힘자랑에 들어가지요.
어마어마한 그 방틀을 들고 한 바퀴 돌린 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일꾼은 두어 명 정도 였으니....
지금은 열여섯에서 스무 명의 가벼운 철재 봉 틀이 지만 그때는 서른 명을 넘기는 나무틀 이었지요.
큰 상주 친구들과 백관 중에 여덟 명이 알관 운구하러 갑니다.
상주들에겐 올 것이 온 것이지요. 시신에 온기는 없으나 한방에 있는 것
으로만 도 위로였으나 이제는 가야 합니다. 아이고! 울 아부지!!!!
슬픔이 극에 달한 사일어른 셋째 딸 금실 네가 딸깍 넘어갑니다.
시신 가린 병풍 접고! 저승사자가 따로 없고 이들이 저승사자입니다.
신발을 신은 채로 집달리 같이 달려들어 매몰차게 관을 듭니다.
이때 관을 단숨에 들지 않으면 허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합심하여
구령을 붙여 든 것 같네요.
上이 먼저다 下가 먼저다 잠깐 실랑이를 하다 문밖을 나서지요.
이때 바닥에 놓은 박 바가지를 관으로“빠직”소리가 나게 으깨고 나갑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고요.
남녀 상주들이 울고불고 관을 따라 나섭니다.
미리 꾸려놓은 방틀에 관을 올리고 광목천으로 움직이지 않게 동여맵니다.
염할 때 와 이때 그리고 몰관할 때 세 번. 상주들이 안타까워 하지요.
돌아 가셨지만 살아 계신 듯한 느낌에 살살 또는 느슨하게 다루어 줬으면!
발인제를 지내고 상여꾼들 제수를 안주로 독한 소주 돌리고!
동네를 향해 상여를 세 번 출렁입니다. 정든 곳을 떠나는 인사입니다.
옛날 에는 남자 상주들만 따르고 여자 상주들은 여기 까지였으니...
그 곡소리가 동네 떠나갈듯 합니다.
아주 어릴 때 노래처럼 들었던 상여소리를 이 사람들이 냅니다.
내를 건너고 언덕 오르고 수풀 우거진 산을 넘고 거침이 없습니다.
나이가 좀 많은 상두꾼들은 닭 한 마리와 괭이 가래 삽 등을 챙겨 미리
올라가 참파제를 지내며 닭 피 뿌리고 혈을 파 놓습니다.
산신제에 취토에 가래질 달구질에....
봉분이 형태를 드러내고 상주 백관들은 봉분을 돌며 잡석을 고르고
나무뿌리 살아 관 뚫을까 염려되어 사베며 연신 굽은 허리로 애고! 애고!
이때쯤이면 상주들은 목이 쇄고 엷어진 목소리만큼 슬픔도 정리가 되어
가지요.
깊은 산에 부모님 두고 혼백 앞세워 내려오면 뒤 꼭지가 당겨 자꾸
힐끔 거립니다.
아!!!!
부모님 살아 계실 제 섬기 기를 다하세요.^^
첫댓글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면 거의 보기 힘든장면을 잘 연상해 옮겨줬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