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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19
S#1. 정민의 차 안
운전석에 앉은 정민, 초췌하고 병색이 짙은 얼굴인데… 한 손엔 핸드폰이 들려 있다.
배터리가 달았는지, 삑삑~ 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전원이 꺼져 버리는… 그러자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지고는 핸들을 트는데…
CUT - 지은의 집 골목 입구 (밤)
미끄러지듯 들어서 멈춰서는, 정민의 자동차…
시동을 끄는, 동시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풀어지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순간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저 일각 놀이터에 마주 서 있는, 세훈과 지은의 모습을 발견한다.
얼굴에 분노와 질투가 번지며, 운전석문 손잡이를 움켜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데…
마주 선 두 사람을 매섭게 쳐다보는 정민의 시선에서…
CUT - 놀이터 (동 시각)
세훈과 지은, 가까운 간격으로 마주 서 있고…
세훈 :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보는)
지은 : (곰곰이 생각해보며) 내 이름을 이사회에 올린단 얘긴, 얼핏 들었던 것 같기두해요. 근데, 왜요?
세훈 : (차분한) 아버님 돌아가시구 그때 회사 상황을 좀 듣구 싶어서!…
지은 : (당시의 괴로웠던 기억에 얼굴 어두워지는, 왜 그러나 하는 눈으로) 왜요? 왜, 그러는데요?
한편, 프론트 글라스 너머 세훈과 지은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정민의 눈동자엔 슬며시 자괴감이 흐르는…
복잡하고 어두운 얼굴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이내 결심한 듯 운전석 문을 확~ 열어제치고 내려선다.
순간 어지럼증이 밀려오는지 정민의 다리가 휘청하고… 그러나 이내 중심을 잡으며 걸음을 떼는데…
세훈 : (아직은 물증이 없어, 조심스런) 그때 당시 아는 대로 말해봐!
지은 : (그 표정을 보며 의문이 가득해) 왜 그러는데요?
세훈 :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저기 말이야… (이내 당혹함이 얼굴에 스치고)
세훈의 시야로 보면, 싸늘한 얼굴의 정민, 뚫어져라 쳐다보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발걸음에서 터질 듯한 분노와 긴장이 흐르고…
지은 : (굳어지는 세훈의 얼굴을 보고, 왜 그러나 해서 돌아보는데,
시야에, 매서운 얼굴로 다가오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들어온다, 당혹스런)
정민 : (어느새 다가와 우뚝 서는, 세훈을 쏘아보는 그 눈빛, 오싹한)
세훈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보는)
지은 : (동시, 정민을 향해 해명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정민 : (동시, 낮고 무거운) 아무 말두 하지마, 지금은!
지은 : (그 기세에 입을 닫고 마는)
세훈 : (동시, 정민을 노려보는 기세가 당당한)
정민 : (세훈을 쏘아보다가 지은의 팔을 확~ 잡아채고는, 끌고 가려는데)
세훈 : (동시, 무겁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 손 놔!
정민 : (그 기세에 순간 움찔하는,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려 차갑게 보며 픽 웃고는
무시하듯 지은의 손을 거세게 잡아당겨, 끌고 가는)
지은 : (당혹한 얼굴로 잡아당기는 정민의 힘에 한 두어 발자국 딸려 가고)
세훈 : (동시, 매섭게 소리치는) 그 손 놓으라는 말 안 들려!!
정민 : (우뚝 멈춰서는, 지은을 자신의 뒤로 밀치는)
지은 : (난감하고 당혹한 얼굴로 밀쳐지고)
세훈 : (매서운 기세로 정민의 앞으로 성큼 다가와 우뚝 서는)
정민 : (그 기세에 긴장하지만 냉랭한 눈으로 노려보는)
세훈 : (뚫어져라 보며, 낮지만 분노가 어린) 넌, 이지은이 가질 자격 없다!
정민 : (당혹해 사색이 되는, 지은부 죽음의 비하인드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 움찔하는데) !
세훈 : (매섭게 보며) 너같이 뒤죽박죽으로 사는 놈한텐, 지은이 못 주겠다!
정민 : (안도의 빛이 슬쩍 흐르고, 비아냥) 장세훈! 니가 뭔데 주구 말구야! 이지은일 가질려면, 너한테 허락 받아야 돼?
(목소리 높아지며 분노가 어려) 그래야 돼?
세훈 : (더 크게 매섭게 소리치는) 그래, 내가 허락해야 돼! … 나, 그럴 자격 충분히 있다!
(울분이 느껴지는, 낮은) 너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오래 사랑했으니까!!
지은 : (동시, 당혹스러워 얼어붙은 듯 서 있고)
정민 : (기가 막혀, 픽 웃는데 싸늘한) 장세훈!! 그만 웃겨!! (분노가 치솟아 한 손을 들어, 세훈의 가슴팍을 연거푸 팍팍~ 치며)
니 눈엔 내가 만만해 보여?
세훈 : (동시, 뒤로 두어 발자국 밀리는, 하지만 정민을 쏘아보는 시선은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외려 그 기세가 정민보다 더 매서운)
정민 : (다시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가며) 니 눈엔 내가… (세훈의 가슴팍을 치려고 다시 손을 뻗는데)
세훈 : (동시, 정민의 손을 낚아채 힘껏 움켜쥐고, 매섭게 보며) 서정민, 그만 까불어!!
정민 : (붙들린 채 매섭게 노려보는데, 모멸감에 사색인 얼굴이고)
세훈 : (날카로운 눈으로, 애써 분노를 누르며, 쥐고 있던 정민의 손을 확~ 놓아주는데)
정민 : (동시, 세훈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세훈 : (재빠르게 피하는)
지은 : (당혹해서 서 있다가 소리치는) 그만들 해요!!
정민 : (동시, 휘청하며 쓰러지는데)
지은 : (놀라 정민을 향해 다가가는) 정민씨!!
세훈 : (냉랭한 눈으로 보는)
한편 정민, 널브러져 있는데, 시야의 사물들이 빙글빙글 도는데…
S#2. 병원 밤 전경
S#3. 병실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링거 병의 액체 방울들… 다가가면, 얼굴색이 파리한 정민,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고…
침상 옆에 선 지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의사(소리) :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져, 기력이 많이 소진 됐습니다. 음식물도, 거의 섭취하지 않은 거 같은데,
이런 몸으로 어떻게 걸어다녔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쉬면 괜찮을 겁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게 신경 써주세요!
지은 : (안쓰럽게 보다가 병실 문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는)
정민 : (동시, 부스스 눈을 뜨는데, 병실을 나서고 있는 지은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절망으로 얼굴 굳어지고,
이때 일각에 놓인 지은의 손지갑을 발견하다. 안도의 한숨을 낮게 내쉬며, 다시 두 눈을 감는 - 내레이션 / 목소리 잠겨)
널 사랑하는 게 죄라면, 차라리 죄짓기루 했다… 널 속이는 죄값, 죽어서 치를게…
한편, 지은 문을 열고 나가고…
S#4. 병원 정원 (밤)
세훈과 지은 마주 서있고… 분위기 무거운…
세훈 : (착잡한) 어때, 서정민은?
지은 : (맥없는) 괜찮대요… (시선 피하며) 가요!
세훈 : (복잡한 얼굴로 보다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그래, 오늘은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버님 회사 얘긴, 다음에 하자…
지은 : (궁금하지만 더이상 묻지않는) 그래요, 뭣때문에 당신이 우리 아빠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해요.
세훈 : (복잡한 눈으로 잠시 보다가) 갈게… (맥없이 돌아서는데)
지은 : (애잔한 눈으로 보는, 무심결에 툭 튀어나오듯) 세훈씨!
세훈 : (돌아보는데, 순간 기대감이 흐르는)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
세훈 : (시선 맞추며 그대로 보는)
지은 : (맥없지만 냉정한) 현재에 살아요…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하잖아…
세훈 : (오버랩, 서운함이 치밀어 올라, 목소리 높아지는) 마주 보고 서 있는 지금이, 바로 지금이 우리한테 현재야!!…
지은 : (울컥해, 눈동자 흔들리는데)
세훈 : (강렬히 보며) 이지은, 니 마음에 정직해 봐! (아픔이 묻어 나오는) 내가 하고 싶은 말, 니 눈에두 똑같이 들어 있잖아!!…
지은 : (움찔해 시선 피하는)
세훈 : (시린 눈으로) 부정하지 말구, 날 봐!
지은 : (슬며시 보는데, 눈빛 심하게 떨리는)
세훈 : (눈물이 고여, 낮지만 울분이 느껴지는) 아버님이 그렇게 돌아가셔서, 날 따라 오던 널, 말리다 그렇게 가셔서…
꼭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다가가면 안 된다구, 수없이 눌러가며, 날 타일렀다!!… 하지만 그건 비겁한 짓이었어!
내 마음을 속여가며, 부린 허세였어!…
지은 : (시린 눈으로 보는데)
세훈 : (목소리 떨리는) 우리가… 우리가, 우리 마음을 인정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야!… (결심한 듯) 그건 사고였으니까!!
지은 : (애써 외면하며 차분한) 그래요, 사고였었어!… (목소리 떨리는) 하지만 난 자신, 없어! 난, 당신하구 행복해질 자신 없어!
(단호한) 그래서 싫어!!
세훈 : (절망의 얼굴이 되는, 찢어지는 심경인데)
지은 : (시린 눈으로 보다가 맥없이 돌아서는, 눈물 주르르 흘러내리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 내레이션 / 목소리 잠겨)
이젠 당신을 잊는다는 생각, 조차 안 할거야… 그것두 당신에 대한 생각이잖아…
한편 세훈, 못 박힌 듯 선 채, 멀어져 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는데, 그 모습 아프고 처절하다.
S#5. 병실
병실 문, 열리고… 지은 들어서는데… 침상에 길게 걸터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멈칫 하다가 복잡한 얼굴로 다가가는 한편 정민, 다가오는 지은의 인기척에도 그저 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
지은 : (침상 앞으로 다가와) 괜찮아요?
정민 : (여전히 시선, 창 밖에 향한 채 어두운 얼굴로 반응 없는)
지은 : (옅은 한숨 내쉬며) 아무 말두, 안 할 작정이에요?
정민 : (시선 창 밖으로 향한 채, 목소리 잠겨) 늦었는데 가!
지은 :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뚫어져라 보는데)
졍민 : (여전히 시선, 창 밖으로 향해, 맥없지만 날카로운) 가!… 가라구!!
지은 : (깊은 한숨 내쉬며) 그래요, 가라는데, 가야죠!! (휙~ 돌아서 병실 문을 향해 걸어가는)
정민 : (동시, 불안함에 눈빛 거세게 흔들리고)
지은 : (병실 문손잡이를 잡는데)
정민 : (동시, 울컥 치밀어 올라 돌아보며 절박한) 이지은! (목소리 떨리는) 널 사랑 할 수 있는 시간, 나한테 도루 주면 안 돼?
지은 : (동시 멈칫하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얼어붙은 듯 등지고 서 있는)
정민 : (침상에서 내려서는, 지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데)
지은 : (복잡한 얼굴로 그대로 서 있는)
정민 : (다가가, 지은을 가만히 돌려세우는데)
지은 : (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르 내려지며, 몸을 돌려, 가만히 보는)
정민 : (애잔한 눈으로 시선 맞추며, 낮은) 내가 정말 당신한테, 싫증 난 거라구 생각해? 내 맘이 정말 변했을 거라구 믿었어?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
정민 : (속이고 있는 죄의식에 마음이 무겁지만 내색치 않으며 둘러대는 그러나 진심도 느껴지는) 방법이 없었다!…
지은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
정민 : (시선 슬쩍 피하며) 자존심이 상해서! (결심한 듯 강렬히 보며) 당신 맘속에 아직두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아서!!
지은 :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혹하고 미안한)
정민 : (그 표정을 읽은, 순간 질투가 치밀어) 내 눈 맞추면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잖아!
지은 : (시린 눈으로 보는데)
정민 : (슬며시 눈물이 고여) 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주문을 걸었다… 날 사랑해라… 날 사랑해라… 제발 날 사랑해라
지은 : (울컥해 눈동자 흔들리는)
정민 : (시선 맞추며, 목소리 잠겨 절박한) 몰랐지?… 당신두 나한테 잘한 거 없지?… 그러니까 나 용서해 줄 거지?
지은 : (눈물 맺히는)
정민 : (와락 끌어안으며) 다 보상할게… 당신 아팠던 거, 당신 힘들었던 거, 내가 다 보상할게…
(에너지가 느껴지는)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 지옥 불구덩이 속에 떨어져두 내 사랑, 이지은 너 뿐이야!…
지은 : (그대로 안긴 채, 애잔한 마음이 드는데)
S#6. 세훈의 빌라 밤 전경 (동 시각)
S#7. 세훈의 빌라 (동 시각)
세훈, 긴장된 얼굴로 핸드폰 들고 통화중이다. 그 앞에는 호진, 앉아 있고…
세훈 : (핸드폰 든 채, 긴장된 얼굴인) 신영 섬유, 이사진들, 행방을 찾아봐 주십쇼!…
그 당시 부도처리했던 은행, 지점장 연락처도 알아보시구요…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핸드폰 끊는)
호진 : (툭 던지듯 내뱉지만 날카로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냐?
세훈 : (보는데)
호진 : (냉정히 충고하는) 세훈아, 부도난 신영을 서린이 인수한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얘기야!
1,2위를 다투던 경쟁사였는데, 흡수한 건 당연지사잖아!
세훈 : (옅게 한숨 내쉬며) 그래, 당연한 일일 수 있어!… (복잡한 눈으로) 하지만 자꾸 뭔가가 날 잡아당기는 느낌이야…
(흥분된 얼굴인) 만약 지은이 아버지하구 서회장, 사이에 뭔가의 내막이 숨어 있다면…
호진 : (오버랩, 단호한) 설령 서회장이 꿍수를 부려 신영을 집어 삼켰다고 치자!
하지만 그때 지은이 아버진, 사골 당해 이미 돌아가셨구, 어차피 회산 남의 손에 넘어가게 돼 있었어…
또 십 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증거를 찾는다는 거, 역부족이다!
세훈 : (오버랩, 단호한) 하지만 의문이 드는 이상, 그냥 넘어 갈 순 없잖아. (혼잣말처럼 낮게 내뱉지만,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난, 승산 없는 게임엔 도전 안 해!…
호진 : (오버랩, 날카로운) 누굴 위한 게임인데?
세훈 : (얼굴 굳어 보는데)
호진 : (시선 맞추며) 넌 지금 감정에 치우쳐서, 확대해석, 하고 있어! (정곡을 찌르는) 지은이에 대한 연민 때문에!
세훈 : (얼굴 굳어지며) 그래, 인정해!… (울분이 느껴지는) 지은이 아버지 죽음에, 내가 일조한 장본인이니까!
(흥분하는데) 서정민한테 지은일 주고 싶지 않으니까…
(쓰디쓴 한숨 토해내며, 착잡한)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이 있길, 바라는 건지도 모르지…
호진 :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데)
세훈 : (다시 흥분) 하지만 만약 내 생각이 비약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호진 : (오버랩, 단호한) 장세훈! 너 아냐?
세훈 : (보는)
호진 : (그대로 보는) 사리 판단 정확했던 니가, 자꾸 감정에 치우치고 있어! 사업을 하는 사람은, 무엇 보다 냉정해야 돼!
(걱정스러운) 제발 극단적으로 행동하진 말아라,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클 수 있어.
세훈 : (쓴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얼굴인데)
S#8. 몽타주
① 세훈의 빌라 거실 세훈, 차갑게 굳은 얼굴로 창가 앞에 서 있다. 그 모습에서,
천천히 유리창으로 다가가면, 유리창엔 분노가 가득한 정민의 얼굴이 어리는데…
정민(소리) : 내말 똑똑히 새겨들으시죠! 잡고 싶은 생각들, 다 놔버리는 게, 현명한 겁니다! 어차피 안 될 인연, 입니다!…
지은씨 아버님 사고, 이면엔 장사장님이 숨어 있더군요!
② 병실 유리창엔 매서운 정민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다가가면, 창가 앞에 서 있던 정민, 휙~ 돌아 성큼 성큼 걸어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여는데…
P CUT / 서린 그룹 옥상
옥상 문이 열리고 세훈 들어선다. (16부 24)
세훈 : 내가 원한다면, 돌려 줄 수 있어? 평생을 걸었던 여자야! 근데 깨졌어!
그 여잘 볼 때마다 아무런 동요가 없다면 그 건 거짓말이지 않겠어!
세면대 앞에 선 정민, 세수를 했는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서 있다.
눈빛은 매섭게 번뜩이고,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보는데…
③ 세훈의 빌라 서재 모니터엔 매섭게 굳은 얼굴의 세훈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절전모드인 상태, 모니터 바탕이 어두운)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마우스를 클릭 하는, 모니터 화면에 <에러 메시지> 란 문구와 기호가 뜨는…
P CUT / 서린 그룹 옥상 (16부 24)
정민 : 당신의 실수가 뭔 줄 알아? 날 자극했다는 거! 누굴 이겨보겠단 생각, 별루 안 했던 놈인데,
장세훈이란 사람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 알고 나 있어!
세훈, 울화통이 치미는지 벌떡 일어나는…
④ 병원 엘리베이터 앞 어두운 얼굴의 정민,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팅! 하는 도착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P CUT / 엘리베이터 안 (17부 16)
세훈 : 한가지 알려주죠! 스스로 내 자신을 꺾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날 꺾을 순 없습니다!
⑤ 택시 안 뒷좌석에 앉은 정민, 시선이 창 밖에 머물러 있다.
눈빛은 오기가 가득하고, 얼굴엔 비릿한 조소가 흐르는… 그 모습 위에
정민 : (내레이션) 장세훈! 난 기어코 내 발 밑에, 널 엎드리게 해야겠어!…
S#9. 정민의 저택 새벽 전경
S#10. 정민의 저택
잔뜩 독이 오른 얼굴의 정민, 성큼 성큼 들어서고 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방을 향해 다가가, 방문을 벌컥 여는…
S#11. 정민의 집 안방
스탠드 불빛이 사위를 비추고 있고…
이때 벌컥 열린 방문 소리에 침대에 누워 자던 서문수, 놀라 눈을 뜨는…
시야에 문 앞에 냉랭한 얼굴로 우뚝 선 정민의 모습이 들어오자 몸을 일으킨다.
한편, 부스스 일어난 계모, 문가에 서 있는 정민을 보며, 어이없고 황당한 얼굴인데…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서문수를 보며, 낮은) 서재로 좀 오시죠! 할 얘기가 있습니다! (휙~ 돌아서 성큼 걸어가는)
서문수 : (동시, 냉랭한 눈으로 정민을 보다가, 옅게 한숨 내쉬고,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계모 : (신경질) 대체 무슨 일이에요?…
서문수 : (대꾸 없는, 베드벤치 위에 걸쳐놓은 나이트 가운을 집어 입으며 방을 나서는)
계모 : (에라 모르겠다~ 하는 얼굴로 다시 눕는)
S#12. 서재
티 테이블 앞에 서문수, 앉아 있고… 그 앞에 정민, 서 있다.
두 사람,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고, 냉랭한 눈빛만 주고받는데… 그 모습에서 긴장이 흐르고…
서문수 : (무겁게 입을 여는) 몸은 괜찮은 거냐?
정민 : (빈정대는) 젊은 놈이 죽기야 하겠습니까!
서문수 : (발끈하지만, 애써 참는) 하고 싶은 말이나 해봐라…
정민 : (냉랭한 눈으로 보다가 시선 돌리며, 툭 던지듯) 부정할 수 없는 내 현실,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쓴웃음이 흐르며, 빈정대는) 회장님께서 하신 제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죠!…
(냉랭한 눈으로 보며) 저 이지은이하구 결혼합니다!
서문수 : (내심 안심이 되는,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싫은 기색이 흐르는데)
정민 : (그 표정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보는)
서문수 : (움찔하는, 이내 체념의 표정이 스치며) 그래… 그렇게 해라…
(걱정이 담겨) 정민아! 행복은 지배하는 거구, 불행은 극복하면 되는 거다. 이지은하구 결혼해서…
정민 : (오버랩, 발끈해) 회장님은 마음이 가벼우셔서, 오래 사시겠네요!
서문수 : (분노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벌떡 일어나는데)
정민 : (그 기세에도 꿈쩍 안하고, 뚫어져라 보는… 울분이 느껴지고, 낮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시죠!… 절 보면, 절망이 느껴지시죠!!…
서문수 : (얼굴 굳는데)
정민 : (원망이 가득해 슬쩍 눈물이 맺혀) 저두 그렇습니다! 아버질 보면, 분노와 절망만 느껴집니다!…
서문수 : (쓴 한숨 내쉬며, 시선 돌리는)
정민 : (이내 차가운 얼굴로 빈정거리는) 자, 이제 협상이 끝났으니, 악수라도 할까요?
서문수 : (매섭게 보는데)
정민 : (외면하며, 툭 던지듯) 부끄러운 협상이니, 악수는 생략하죠!
서문수 : (애써 참는데)
정민 : (냉랭한 눈으로) 참, 한가지 더 있습니다. 장세훈, 밀어내 주십쇼!
서문수 : (당혹한 얼굴인)
정민 : (차갑게 보며) 상대의 약점을 잡았을 때, 최상의 거래를 해라!! 회장님이 저한테 해주신 말씀이죠!!
서문수 : (당혹스럽고 난감한) 왜 그렇게 장세훈을 싫어하냐? 대체 이유가 뭐냐? (자극하는, 날카로운) 열등감 때문이냐?
정민 : (날카로운 눈으로 보는데)
S#13. 서린 그룹 일각 거리 (다음 날 아침)
도심의 출근 거리, 풍경… 그 모습 속에 달리는 세훈의 자동차도 보이고…
S#14. 서린 그룹 입구
들어선, 세훈의 자동차, 멈춰 서는…
CUT - 세훈의 차안
프론트 글라스 너머 세훈의 시야에, 정차해 있는 서문수의 세단이 들어온다.
세훈의 시각으로 보면, 서문수와 정민, 내려서고 있는데…
한편, 차 문이 열리고, 세훈 내려선다. 그와 동시, 서문수와 정민, 다가오는 세훈을 발견하는데…
그 순간 정민,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다가 외면하고…
어느새 다가온 세훈, 서문수를 향해 목례한다.
이때 무심결에 세훈과 정민의 시선이 오고 가는데…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 칼날같이 날카롭다.
한편 그 기운을 느낀 서문수, 슬쩍 비릿하게 웃으며 내심 기분 좋은데…
서문수 : (세훈과 정민을 향해) 자, 들어들 가자구! 우리 부사장이랑 장사장이 내 양옆에 버티고 있으니 든든하구만!!
(로비를 들어서는)
한편, 정민과 세훈, 한 두어 발자국 물러서 서문수의 뒤를 따라 로비로 들어선다.
세 사람의 뒷모습에서 묘한 긴장이 흐르는…
S#15. 회의실
서문수의 테이블 위에는 MP3 플레이어 시제품이 놓여있고…
직원남1, 다가와 시제품을 회의실에 비치된, 오디오 시스템을 연결한다.
한편, 세훈, 정민, 박전무 지켜보고 있고… 임원진 서너 명의 모습도 보인다.
직원남1, 오디오 연결을 마치고, 세훈을 향해 다됐다는 싸인을 보내는…
세훈 : (자신감 넘치는) 보시는 바와 같이 작은 사이즈에, 최소한의 기능만을 삽입해서,
누구나 쉽게 작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박전무 : 그렇게 단순화 시키다보면 음질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세훈 : (옅게 웃으며) 음질 역시 최고를 자부합니다. (서문수를 보는데, 시선 냉랭한) 회장님! 작동해보시죠.
서문수 : (찬찬히 보다가,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정민 : (날카로운 눈으로 보는)
세훈 : (긴장된 얼굴이지만 냉랭한 눈으로 보는)
이내, 스피커에서는 경쾌하고 웅장한 느낌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세훈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흐르고…
한편 정민,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훈을 쏘아보는데…
서문수 : (내심 놀랍고, 뿌듯한) 간편하게 잘 만들었어! 자네들 생각은 어때?
정민 : (시제품 집어 들어보며, 논리적이고 도전적인) 이어폰잭두 있고, 목걸이에 홈두 있어서, 분리하여 따로따로
꽂게 돼있군요. (덤덤한 척 말하지만, 가시가 돋힌) 얼핏 봐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어폰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지만, 번잡스럽네요.
서문수 : (제법이군 하는 얼굴로 보는)
세훈 : (차분히 반박하는) 이 제품의 컨셉은, 목걸이 일체형 이어폰을, 별도로 개발해서,
뚜껑 형태로 본체와 착탈하는 구조가 완제입니다. 지금은 가완성한 겁니다.
서문수 : (타당성 있는 얘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정민을 보는데)
정민 : (날카로운) 완성두 안된 시제품을 들이미는 이유가 뭡니까? (쏘아보며 거만한) 완성시켜서 갖구 오십쇼!
세훈 : (오버랩, 울화가 치미는) 완성된 시제품을 원한다면, 개발비부터 집행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금 집행두 안 하면서, 당장 결과만 원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보며, 냉소적인) 막대한 자금이 지출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더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얘깁니다!
박전무 : (은근히 서문수에게 중재를 바란다는 듯 쳐다보는데)
서문수 : (슬쩍 정민을 쳐다보고는, 자리를 비켜주려는 듯 일어나는) 장사장, 서부사장, 두 사람 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인데, 머리들 맡대고 알아서, 의논해 봐! (나가는)
동시, 모두 일어나고… 회의실 분위기 냉랭해지는…
한편 박전무 흘낏 세훈과 정민의 동정을 살피고… 서문수가 나가자 임원들, 웅성웅성 거린다.
한편 세훈과 정민, 서로를 차갑게 보다가 외면하는…
S#16. 서린 그룹 옥상 (낮 - 동 시각)
지은과 마케팅팀장, 협력업체 업자(남30대), 옥상 외경을 둘러보고 있고… 마케팅 팀장 손엔 파일이 들려 있다.
업자 : (웃으며) 광고판 자리로는 여기 이상 명당자리가 없죠.
마케팅팀장 : (손에 든 파일을 일각에 내려놓고 둘러보는, 만족스런 얼굴이고)
업자 : (둘러보며) 저희 쪽에선 저전압네온과 LCD전광판의 복합사양을 추천하고 싶은데,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마케팅팀장 : 긍정적으로 검토해봅시다. 시안하고 발주서는, 주중에 보내줄 수 있어요?
업자 : (기분 좋은 얼굴로) 물론이죠…
지은 : 저, 팀장님! 전광판 광고 내용은, 지면 광고와 다른 컨셉으로 가는게, 색다르고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케팅팀장 : (오버랩) 그래요, 이지은씨가 생각하는 광고 컨셉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줘요.
지은 : (옅게 웃으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케팅팀장 : 참, 이지은씨 다음 주부터는 본사로 출근하죠? 그럼 전광판 공사 때 현장 진행두 해 봐요.
지은 : (웃는) 네, 팀장님!
마케팅팀장 : 자, 내려갑시다!
S#17. 회의실 입구
회의실을 나가는 임원들 모습들… 세훈도 걸어나오는, 그 뒤로 정민, 나오고 있다.
입구를 나서고 있는 박전무의 모습도 보이고…
정민 : (성큼 성큼 다가가) 얘기 좀 하죠!
세훈 : (멈춰서 돌아보는)
박전무 : (의미심장한 얼굴로 정민과 세훈을 번갈아 보는)
한편, 정민 앞서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고… 냉랭한 얼굴로 정민의 뒷모습을 쳐다 보던 세훈, 뒤따라 걷기 시작한다.
잠시 후, 열린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듯 나란히 선 정민과 세훈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내 엘리베이터 문, 스르르 닫히고…
S#18. 엘리베이터 (반대편의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마케팅팀장과 업자, 지은, 내려선다.
마케팅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는…
마케팅팀장 : (얼마쯤 걷다가 불현듯 생각나, 걸음을 멈추는… 지은을 향해) 미안한데 내 파일 좀 가져다 줄래요.
옥상에 두고 왔네!
지은 : (빙긋이 웃으며) 네…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가는)
S#19. 서린 그룹 옥상 (낮)
세훈과 정민, 출입문을 등진 채 나란히 서 있고…
정민 : (툭 던지듯) 머린 단순하게 비우시죠!
사사로운 감정에 매여, 헛수고하지 말라는 충골, 해 주고 싶어, 보자고 한 겁니다.
세훈 : (매섭게 쳐다보는)
정민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차갑게 쏘아보며, 낮은) 지은씨 아버님 회사, 부도과정을 캐고 다닌다면서요?
세훈 : (내심 놀라, 냉랭한 눈으로 보는)
정민 : (그 표정을 읽고, 픽 웃는) 나두 알아볼 만큼 알아봤죠!
세훈 : (오버랩, 날카로운) 그래서 뭘 좀 알아냈습니까?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뭐, 별 거 없던데! (덤덤한 척 내뱉는) 신영 섬유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었지만,
신규 사업 때문에,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더라구요! 결국 그 이자부담이 신영섬유를 휘청하게 만들었구…
세훈 : (냉랭한 눈으로 보는데)
정민 : (비아냥) 한가지 알아 낸 사실은 있죠! (자극하는) 지은씨 아버님이,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부도까지 치닫진 않았을 거라는 거!
세훈 : (순간 분노가 치밀어 매섭게 노려보는)
정민 : (동시, 그 표정을 보고는 조소를 흘리며, 더욱 자극하는) 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지은씨 아버님 사고, 이면엔 장사장님이 숨어 계셨으니까!
세훈 : (결국 분노가 터져 정민의 멱살을 단숨에 움켜쥐는데)
S#20. 옥상 입구
지은, 옥상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때 시야에 정민의 멱살을 잡고 있는 세훈의 모습이 들어온다.
당혹함에 얼굴, 굳는… 지은의 시각으로 보면…
CUT - 옥상
세훈 : (정민의 멱살을 움켜쥔 채, 매섭게 쏘아 부치는, 흥분 상태인) 너 따위 놈, 단숨에 내던져 버릴 수도 있어!!
정민 : (멱살을 잡힌 채 냉랭한 눈으로 쏘아보지만, 숨이 막혀오고)
세훈 : (멱살을 쥔 채, 흥분이 극에 달해, 매섭게 소리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작정만 하면,
너 같은 놈 하나, 옭아 매는 거 일두 아냐! 알아!
동시 놀란 지은, 세훈의 거친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손등을 입에 가져다 대는…
세훈 : (치미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는 정민의 멱살을 확~ 놓는데)
정민 : (숨이 막혔는지, 헉헉~ 거리며, 비아냥) 그 말은 서린이 부정한 짓을 한 것처럼 만들어,
신영을 집어 삼켰다구 조작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네!
세훈 : (울화가 터져 홧김에) 그래, 그럴 수도 있어! 얼마든지!
한편 지은, 충격과 세훈에 대한 실망감에 얼굴 차갑게 굳어 후다닥~ 옥상을 되돌아 나가는데…
CUT - 옥상
세훈의 얼굴 매섭게 굳어있지만, 정민의 얼굴은 여유만만인…
정민 : (노려보며) 이봐 장세훈! (싸늘한) 당신, 날뛰다가 다쳐!
세훈 : (매섭게 노려보는)
정민 : (성큼 한 발자국 다가와, 가시가 돋힌) 당신, 머리회전 빠른 사람이지? (도전적인) 서린에서 떨려나면, 당신, 끝이라는 거
잘 알고 있을텐데!… 그러니까 후회할 일 만들지 마! (픽 웃으며, 휙~ 돌아 휘적휘적 걸어가는)
세훈 : (분노가 치밀어 올라, 무겁고 매서운) 서정민!
정민 : (돌아보는)
세훈 : (성큼성큼 차분히 다가가지만, 그 발걸음 위협적인… 우뚝 서, 낮지만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미 정리할 수 있는 선을 넘은 이상, 난 물러나지 않아!… 결코!!
정민 : (순간 움찔하지만, 이내 차갑게 쏘아보며, 픽 웃는) 결코라는 말은 섣불리 내뱉는 게, 아니지~
(다시 휙~ 돌아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불안함에 눈동자 흔들리고 있다)
세훈 : (뒷모습을 노려보며 - 내레이션) 니가 모르는 게 있구나! 죄는 찾아지는 거구, 반드시 드러난다는 걸!
S#21. 정민의 방
책상 앞에 걸터앉은 정민, 불안함에 눈동자 거세게 흔들린다.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수화기를 드는데…
정민 : (영어로, 여유만만한) 나야, 그래… 프레시디오 이사회에서 제이리버 지분, 매각 좀 결정 해 줘…
가격두 우리한테, 유리한 쪽으로 맞춰봐!… (짜증이 치미는) 물론 알아…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는 거, 아니겠어!
(착잡하게 웃는) 걱정 마! 니 몫은 내가 알아서 신경 쓸테니까… 조용히 움직여!
S#22. 세훈의 방
세훈, 창가에 등지고 서 있고… 다가가면, 한껏 열 받은 얼굴이다.
이때 핸드폰이 날카롭게 울리는데…
세훈 : (핸드폰 플립을 여는) 네, 장세훈입니다… (순간 화색이 돌다가 이내 절망의 얼굴이 되는)
남자(소리) : 신영의 이사진 중, 한 사람은 지병을 앓다가 작년에 죽었답니다.
또 한사람은 이민을 갔다는데, 행방을 찾기가 쉽질 않네요.
세훈 : (얼굴 어두워져) 그래요… 네… (순간 얼굴에 긴장과 흥분이 번지는) 공장장이요? 그 분, 연락처 지금 알 수 있습니까?
(왼손으로 볼펜을 집어 들어 받아 적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여비서 들어서는…
세훈 : (핸드폰 든 채, 여비서를 보는)
여비서 : 사장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세훈 : (알았다고 눈짓하는)
여비서 : (목례하고 나가는)
세훈 : (통화하는 여전히 흥분된 얼굴인) 참, 그때 신영을 부도처리했던 지점장은, 해외에서 언제쯤 들어온다고 합니까?
S#23. 회장실
서문수와 세훈, 마주 앉아 있고… 서문수, 세훈에게 서류 파일을 내미는…
세훈, 받아 보면, 파일명에 시코테크라고 적혀있다.
세훈 :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서문수 : 요즘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곧 문 닫을 거란 소문이 돌아!
세훈 : 수출물량이 갑자기 늘어나, 무역금융에 차질이 생겨,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루머일 뿐입니다. 회장님! (파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서문수 : (못마땅해) 당장 인수해! 그 회사, 결재은행하구 줄을 좀 대 봐!
세훈 : (순간, 이상범의 회사인 신영 섬유를 이런 식으로 흡수했을 것이란 스치고, 얼굴 굳어지는)
서문수 : (보며) 왜 자네가 텁텁한 얼굴이야?
세훈 : (설득하는 분위긴데)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건, 어떻습니까?
자금 지원을 해주고, 윈윈 전략을 할 수도…
서문수 : (버럭) 뭔 쉰 소리야? 이익이 되면 삼켜야지, 왜 혀에서 굴려?
세훈 : (발끈하는, 공격적인) 굳이 그렇게 하셔야 합니까, 회장님? 이 회산 자금력이 뒤받침되면, 얼마든지 클수 있는 회삽니다.
시코테크 측에서 서린에 내부자료를 넘겨준 건, 투자를 받기 원함이지, 헐값에 인수해주길 바래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도움을 요청한 회사 정보를 이용해, 부도로 몰고 가는 건…
서문수 : (오버랩, 서류 쾅~ 던지며) 기업이 인정놀음 하는 곳인 줄 알아? (대노한) 망해가는 회사 빚 갚아주고 도와줬더니,
이제 살만 하니까 날, 가르치려 들어! 오냐오냐하니까, 어디서 시건방이야!!
세훈 : (염증 나는 얼굴로 쓴 한숨을 토해 내는데)
S#24. 서린 그룹 로비
차갑게 굳은 얼굴의 세훈,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 시선이 고정되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면, 저 일각에서 지은, 걸어오고 있다. 한편 지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보는데…
시야에 세훈이 들어오자, 순간 눈빛 차가워진다. 옥상에서 들었던 말 때문에, 오해를 해 매몰찬 얼굴이고…
이에, 세훈 당혹한 얼굴로 왜 저러나 하는 의문의 눈으로 보는…
한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 박전무, 저 일각에서 세훈과 지은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다. 그 모습 위로…
세훈(소리) : 널 먼저 사랑한 건, 나였지만, 서정민은 분명히 오랫동안, 널 많이 사랑해 줄 사람이야!…
지은(소리) : 당신을 볼 때마다, 천만가지 생각 다 들었지만, 당신하구 내 인연, 십 년 전 거기까진 가봐!
한편, 냉랭한 얼굴로 세훈을 잠시 보던 지은, 차갑게 외면하며 걸어가고…
그와 동시, 세훈의 얼굴, 어두워진다. 그러다 성큼 성큼 입구를 나서는데…
한편 박전무, 두 사람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때, 박전무의 어깨를 잡는 손, 다가가면 정민이다.
놀란 박전무, 돌아보면… 정민, 냉랭한 눈으로 박전무를 바라보고 있다.
S#25. 정민의 방
정민과 박전무,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아있다.
정민, 박전무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박전무, 그 시선이 부담스럽고…
정민 : (공손하지만 당돌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장사장과 지은씨 관계, 모른 척 하세요.
회장님께, 아니 그 누구에게도 발설 마시구!
박전무 : (어떻게 알았나 놀라보는)
정민 :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눈빛은 날카로운) 박전무님이 저에 대해 아시는 것보다,
제가 더 많이, 박전무님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박전무 : (당혹스러운)
정민 : (빙긋이 웃으며) 요즘 회장님께, 자주 깨지신다는 것두 알고 있구요.
장세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계신 것두, 물론 잘 압니다!
박전무 : (표정 굳어지는)
정민 : (비위 맞춰주지만, 당당한) 연륜 있는 분 앞에서, 허세부리지 않겠습니다.
박전무 : (이거 보통이 아닌데, 하는 눈으로 보는)
정민 : (뚫어져라 보는) 예리하신 분이니까, 상황판단, 빠르시겠죠?!
(부드럽지만, 에너지가 느껴지는) 제 옆으로 다가와 서시죠!
박전무 : (기회인 것 같기도 하고, 공격적인 정민의 행동에 당혹한)
이때 정민의 핸드폰 울리고…
정민 : (실례한다는 눈짓하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액정에 윤미란이라고 떠있다.
의문의 눈으로 보다가 눈빛 날카로워지며 플립을 여는)
S#26. 세훈의 빌라 거실
미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 플립을 탁~ 닫는… 집안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본다. 그 눈길 심상치 않고…
그러다 주위 물건들을 하나 둘 휙~ 휙~ 쓸어버리는… (냉소적인 얼굴로 마치 장난하듯)
거실은 서서히 난장판이 되어 가는데…
S#27. 세훈의 침실
세훈의 하얀 셔츠를 입고 거울 앞에선 미란,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셔츠 깃을 어루만지듯 쓸어 내리고 있다.
그 손길, 그로테스크한데…
미란 : (내레이션 - 낮고 읊조리듯) 당신이 옆에 없어두, 난 항상 당신을 느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알아?
(픽 웃으며) 당신의 문제가 뭔지 알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 (오싹한) 우리 같이 죽을까!… 같이 죽어 버릴까?!
그래, 그러자… 우리, 그렇게 하자… (이내 눈동자 번뜩이더니, 휙~ 돌아 침실을 성큼 성큼 나가는데)
S#28. 세훈의 부엌
테이블 위엔 양주병이 놓여 있고, 그 앞에선 미란, 마개를 딴다. 한 모금 삼키더니, 양주를 옷과 몸에 뿌리는데…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흐르고, 양주병을 들고 나가려다 다시 휙~ 돌아선다.
싱크대를 향해 다가가, 서랍장들을 마구 뒤지기 시작하고…
날카로운 가위, 하나를 꺼내 들고는 유유히 부엌을 나가는데…
S#29. 서린 그룹 입구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의 풍경들… 그 모습 속에 지은, 맥없는 걸음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저 일각엔 정민의 자동차 정차해있고…
CUT - 정민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정민, 프론트 글라스 너머 지은의 모습을 발견한다.
지은의 모습을 보자, 이내 번민으로 눈동자 흔들리는…
그러다 매몰찬 얼굴로,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려서는.
그와 동시, 정민의 차를 발견한 지은, 멈춰 선다. 맥없이 웃으며 다가가는…
S#30. 정민의 차안 (저녁)
운전석에 앉은 정민, 무표정한 얼굴로 핸들을 잡고 있고…
조수석에 앉은 지은, 시선을 차창에 둔 채 맥없는 얼굴이다.
분위기 가라앉아 있고…
정민 : (슬며시 고개 돌려보는, 낮은) 피곤해 보이네!…
지은 : (옅게 웃으며) 조금요.
정민 : 그럼 눈 좀 붙여요! 집에 도착하면, 깨워 줄 테니까.
지은 : 괜찮아요…
정민 : (시선 돌리며) 기대서 좀 자. 막힐 거 같으니까…
지은 : (정민의 기분이 저조하자, 맥없는 눈으로 보는데)
CUT - 거리 (저녁)
정체로 늘어선 자동차들… 그 속에 정민의 자동차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조수석에 앉은 지은, 어느새 잠들어 있고…
핸들을 잡은 정민, 슬며시 고개 돌려 지은을 바라보는데,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옅게 번지지만,
죄책감으로 눈동자엔 번민이 어린다.
S#31. 지은의 집 앞 골목 (늦은 저녁)
정민의 자동차, 멈춰서 있고…
CUT - 정민의 차 안
지은, 고요히 잠들어 있다.
한편 정민, 지은을 깨우려다가 곤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지 가만히 바라보는데…
그러다 지은의 무릎에 놓인 핸드폰이 들어오자, 전원을 꺼주고, 양복 재킷을 벗어 살포시 덮어 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S#32. 지은의 집 일각 놀이터 (늦은 저녁)
그네 위에 앉은 정민, 그네를 살며시 밀며 복잡한 얼굴로 앉아 있다.
이때 시야에 저 일각 구석에, 이가 깨지고 썩어버려진, 자그마한 선인장 화분이 들어온다.
뭔가에 이끌리듯 일어나 다가가는… 깨지고 썩은 선인장 화분을 집어 들어, 가만히 바라 보는데…
지은(소리) : 정민씨!
정민, 돌아보면, 시야에 다가오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은 : (어느새 다가와) 왜 안 깨웠어요…
정민 : (옅게 웃으며) 곤히 자길래, 깨울 수가 없었어!…
지은 : (옅게 웃는, 정민의 손에 들린 썩은 선인장 화분을 보며) 뭐예요?
시간경과
정민과 지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고… 정민의 손엔 이가 깨지고 썩은 자그마한 선인장 화분이 들려 있다.
정민 : (쓴웃음이 흐르며 손에 들린, 선인장 화분을 보며, 자괴감이 들어 낮게 툭 던지듯) 이 선인장은 썩어서, 버려진 걸까…
아니면 버려져서, 썩은 걸까… 어떻게 생각해?!
지은 : (보는데) !
정민 : (쓴웃음이 흐르며, 마치 자신의 신세 같은) 하긴, 썩어서 버려졌든, 버려져서 썩었든,
이미 버려진 건데, 그걸 따져 뭐하겠어!…
지은 : (의문의 눈으로 보다가, 세훈에게 심하게 당했다고 오해를 하고 있기에, 미안해지는… 결심한 듯) 정민씨!
정민 : (보는)
지은 : (시선 맞추며) 오늘 낮에 옥상에서 했던 얘기, 들었어요!
정민 :(순간 움찔하는)
지은 : (시선 피하며) 미안해요… 나 때문에!
정민 : (긴장하는 얼굴인)
지은 : (보며) 우리 아버지 회살, 서린에서 인수한 거, 그럴 수 있는 일이라구 생각해요.
같은 업계에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정민 : (안도의 한숨을 옅게 내쉬며 시선 피하는, 거짓말하는) 그래…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우연이었어!…
(고개 돌리며) 장세훈이가 몰아 붙일 때, 하두 어이가 없어서 상대 안 했어!
지은 : (더욱 미안해) 내가 정민씰 많이 힘들게 하죠… 나 때문에, 너무 많이 당해야 하죠…
(눈물 슬쩍 고여) 그래서… 나, 사실은 겁나…
정민 : (울컥해 보는, 번민으로 보다가 이내 외면하며) 다른 말은 안 할게… 이것만 알아줘!
이지은이 없으면, 나 서정민,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자조적이지만, 의미심장) 아무래두 하늘이 돕는 거, 같다!
지은 : (순간 무슨 말인가 하다가 그저 흘려버리는)
정민 : (피하고 싶은 심경에 일어나며, 툭 던지듯) 비나 왔으면, 좋겠다!!~
(짓궂게 웃지만 맥없는) 내리는 비, 핑계삼아 당신 붙들고 실컨 울게!
지은 : (착잡한 얼굴로 일어나, 보는데)
한편 무표정한 얼굴의 정민, 옆에 놓인 선인장 화분을 집어 들고는
쓰레기통을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가 가차없이 처박아 버리는데…
S#33. 포장마차 (밤)
복자, 호진, 여진, 영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테이블엔 안주 푸짐하고…
복자 : 자! 오늘부로 다 털고 예전처럼 편한 사이로 돌아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한잔씩 따를게.
(호진 앞으로, 소주병 드는데)
여진 : (얼른, 잔을 내밀며, 호진을 매섭게 쳐다보는, 경쟁심이 느껴지고)
호진 : (동시, 이미 잔 내밀었다, 떨떠름한 눈으로 여진을 쳐다보는데)
복자 : (인상쓰며) 두 사람, 계속 이러면, 증말루 안 본다! 내가 용서 해준다는데, 이런 식으로 퇴색시키면 곤란하지!
호진 : (잔 내리며, 못마땅한) 미안하다!
여진 : (잔 내리며, 호진 향해 비아냥) 장유유서! 연로하신 변호사님 먼저 받으시죠!
호진 : (못마땅한 눈으로 보다가 픽 웃는데)
영은 : (소주병 확 낚아채는, 자신의 잔에 따르며) 은근히 열 받네! 아니 싱싱한 날 두구, 맛이 갈랑 말랑한 복자언니가,
대체 어디가 좋다고 난리들이야!
복자 : (배시시 웃으며, 은근슬쩍 우쭐한 기분에 손으로 V를 만드는, 이어 소주 원샷하고 잔 내리는데)
호진과 여진, 동시에 소주병을 잡아 복자의 잔에 서로 따르려고 신경전 벌이는…
시간경과
네 사람, 모두 기분 좋게 만취한 분위긴데… 네 사람, 모두 혀 꼬부라져 있다.
호진 : (진지한) 복자야! 너한테 할 얘기두 있구,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갈래?
복자 : (보며) 어?
여진 : (동시, 벌떡 일어나 호진을 째려보며, 이 악물고) 지금 바람 안 부는데요!!
S#34. 세훈의 빌라 앞 (밤)
멈춰선, 세훈의 자동차… 운전석 문이 열리고 세훈, 내려선다.
빌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환하게 불이 켜진 빌라의 유리창을 발견한다.
미란이가 온 것을 직감하며 얼굴 어두워지고… 쓴 한숨을 토해내는…
S#35. 세훈의 빌라 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세훈, 시야에 난장판인, 거실 풍경이 들어온다. 신발을 벗는 순간 주춤하며, 오싹해지고…
다가가면 현관 앞엔 미란의 뾰족한 하이힐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내 차분한 얼굴로 거실을 들어서고… 눈동자는 미란을 찾는 듯 한데,
이때 반쯤 열려진 침실 문 틈 사이로 모로 웅크리고 누워 있는 미란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가는…
S#36. 세훈의 침실
엉망인 침실 풍경… 옷장 문은 열려 있고, 서랍들을 뒤졌는지 서랍마다 모두 열려져 있다.
침대 위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여러 장의 와이셔츠들이 널려져 있고, 그 옆엔 나동그라진 빈 양주병도 보인다.
한편, 만취한 듯한 미란(세훈의 셔츠를 입은 채) 침대에 모로 누워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데…
기가 막힌 얼굴로 우뚝 선 세훈, 쓴 한숨을 토해낸다.
미쳐버릴 것 같은 심경으로 미란을 맥없이 바라보다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는데, 그 순간 눈동자에 분노가 어리고…
다가가면 바닥엔 결혼사진(10년 전 지은과 세훈)과, 편지들, 불새 그림엽서가 난도질을 당한 채, 조각조각 널려 있다.
화가 치밀어 미란을 깨우려고 손을 뻗는데… 순간 멈칫하는.
세훈의 시선을 쫓아 다가가면, 모로 웅크리고 누운 미란의 품속엔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다.
순간 안쓰러움이 밀려오고…
세훈 : (미쳐버릴 것 같은 심경이지만, 마음 아픈 - 내레이션) 널 어쩌면 좋니… 널 어떡해야 되니… 미란아… 윤미란…
미란 : (꼼짝 않은 채, 슬며시, 눈뜨는, 그 눈빛 오싹한. 이내 두 눈을 감아 버리는데)
한편, 낮게 내려앉은 세훈, 바닥에 널린 결혼 사진 조각들을 하나 하나 주워 드는…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그러다 저 일각에 나뒹군 미란의 하이힐 한짝이 시야에 들어오고…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데…
S#37. 지은의 집 밤 전경
S#38. 지은의 집 안방
잠옷 차림의 조현숙, 침대 위에 오르는데… 이때 방문 열리고, 편안한 차림의 지은 고민스런 얼굴로 들어선다.
조현숙 : 왜? 뭐 할말 있어?
시간경과
지은 : (내심 긴장된 얼굴이고)
조현숙 : (의아한 눈으로) 뜬금 없이 그 얘긴, 왜 물어 봐?
지은 : (얼버무리며) 아니… 그냥
조현숙 : (한숨 내쉬며) 그때 니 아빠, 어려웠잖아… 땅이구 건물이구, 은행에 다 들어 갔었구,
막판엔 사채까지 끌어다 썼는데 뭐…
지은 : (착잡한)
조현숙 : (툭 내뱉는) 그래두 주식 넘겼을 때, 박이사가 돈 몇 천은 챙겨다 줬지!… 그래서 우리 전셋집이라두 얻은 거잖아!
(짜증이 치미는지 톡 쏘며) 얘, 우울한 얘기 그만 하자.
지은 : (안쓰럽게 보다가 일어나며) 주무세요!
조현숙 : 참, 요즘 서군은 왜 놀러 안 와!
지은 : 내일 정민씨 집에 가기로 했어요. 회장님이 집에 와서 점심하래요…
조현숙 : (반색하며 일어나며) 정말이야? (한대 툭 치며) 넌 그걸, 왜 이제서야 얘길하니?
(문뜩 생각이 났는지, 후다닥 일어나 전화번호 수첩을 들고 나가려는데)
지은 : 어디가요?
조현숙 : 얘, 어떻게 빈손으로 가니? 가만있어 봐… (나가는)
S#39. 세훈의 빌라 침실
착잡한 얼굴의 세훈, 침대 위에 여전히 자고 있는 미란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느새, 방안은 대강 정리되어 있고… 잠든 미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데…
문, 닫히고… 그와 동시, 미란, 두 눈을 슬며시 뜨면서 비릿하게 웃는…
S#40. 세훈의 빌라 거실
허탈한 얼굴의 세훈, 창가 앞에 서 있다. 미란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난감한 심경인…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핸드폰 플립을 여는… 버튼을 누르고… 얼마의 신호가 간 후 탈칵! 하는…
세훈 : (핸드폰으로) 밤늦게 죄송합니다. 장세훈입니다, 안박사님 계십니까?
시간경과
어두운, 거실 내부… 와이셔츠 차림의 세훈,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소파에 길게 누워 잠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펼쳐진 서류들과 세훈의 넥타이가 놓여 있는데…
이때, 침실 문이 슬며시 열리고, 매서운 얼굴의 미란, 소파에 누워 잠든 세훈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그 발걸음에서 긴장이 흐르고…
어느새 세훈의 앞으로 다가온 미란, 잠든 세훈의 얼굴을 뚫어져라 내려다본다. 그 눈길에 원망과 미움이 가득하다.
순간 미란의 시야에, 테이블 위에 놓인 넥타이가 들어오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넥타이를 집어 들더니, 마치 넥타이로 세훈의 목을 조를 듯 다가가는데…
그손길 떨리지만 위협적인… (※ 빨간 매니큐어를 손톱 전체에 발라주세요!)
그와 동시 세훈, 잠결에 몸을 뒤척인다.
이에 놀란 미란, 움찔하며 넥타이를 뒤춤에 감추고 물러나는데… 세훈은 여전히 잠에 취해 있다.
한편, 낮게 숨을 내쉰 미란, 다시 세훈의 목을 조를 듯 손에 쥔 넥타이를 세훈의 목을 향해 가져가는데…
그러다 다가가던 손길을 멈춘다. 원망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잠든 세훈을 잠시 보다가, 맥없이 돌아서는…
미란의 손에 쥔 넥타이는 바닥에 스르르 떨어지고…
잠시 후 미란,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이때 살짝 닫히는, 현관문 소리에 세훈, 부스스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현관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넥타이에 향하는데…
잠시 생각에 잠기다 순간 소름이 돋으며 경악하는 얼굴에서…
S#41. 00 심리 상담 센터 앞 (다음날 - 일요일)
한산한 거리 풍경… 미끄러지듯 다가온 세훈의 자동차, 멈춰 서는…
S#42. 00 심리 상담 센터
소파가 놓여있는 포근한 분위기의 상담실 내부 풍경…
의사(※40대 정도의 여자)와 세훈, 소파에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세훈의 얼굴, 심각하게 굳어 있다.
여의사 : (골똘한 얼굴로) 글쎄요…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야 없죠.
근데 정황들을 들어보니, 정신분열이 아니라, 경계선 성격 장애 같네요!
세훈 : (어두운 얼굴로) 경계선 성격 장애요?
여의사 : 경계선 성격 장애는, 정신 분열과 다릅니다. 정신분열은 현실에 대한 지각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죠.
나무를 귀신이라고 하기도 하구, 꽃을 머리에 꽂기두 하구, 흔히들 말하는 미쳤다는 증세죠!
세훈 : (심각한 얼굴로 듣고 있는데)
여의사 : (차분히 설명하는) 하지만 경계선 성격장애는, 현실 생활을 하는덴 큰 결함을 주지 않아요.
자아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혼란을 겪으면서, 정서불안에 시달리죠.
특히 이 환자들은, 기대했던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갑작스러운 분노나 비난의 감정을 표출 합니다.
위협적인 행동이나 자해로 표현되는 거구요!
세훈 : (그랬구나! 하는 표정인데)
여의사 : 이 환자들의 특징은 정말 죽으려고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날 봐달라는 일종의 제스처죠!
물론 그러다 사고가 생겨 사망하는 경우도 있죠.
세훈 : (절망의 얼굴인데) 그럼, 어떡해야 합니까?
여의사 : (착잡하게 웃으며) 솔직히 말해서, 정신과 의사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병이에요.
정신과 중에서, 가장 밝혀지지 않은 분야거든요. 이 증상의 환자들은, 상대가 착하다는 걸, 알고 이용하죠!
약물 치료가 있긴 하지만, 별 효과는 없어요. 분명 정신분열과 다르기 때문에 강제 입원을 시킬 수도 없구요.
세훈 : (미쳐버릴 심경인) 그럼 해결책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여의사 : 냉정하게 말한다면, 해결책은 없습니다. (단호한) 방법이 있다면, 그분과 관계를 끊는 것 밖에!
세훈 : (미쳐버릴 심경인데) 하지만, 나 때문에 아픈 사람한테…
여의사 : (오버랩, 단호한) 나를 얼마나 좋아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은 안쓰러운 마음,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이 환자들은 상대가 바뀌어도, 그 상대가 누구든 간에 똑같이 집착합니다.
발목을 잡힌 사람은, 피해자인 거지, 책임을 질 사람이 아닙니다! 경계선인격 장애 환자들, 자신의 문제인 거죠.
불쌍하다고 봐주다가는, 평생 끌려 다녀요!
세훈 : (사색인 얼굴인데)
여의사 : 어쨌든 병원으로 빨리 데리고 오세요.
세훈 : (한숨 내쉬며) 네, 그래보겠습니다. (일어나며) 일요일인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절망의 얼굴로 나가는)
S#43. 미란의 빌라 서재
책상 위에는 5권 정도의 책이 놓여있고… 책상 앞에 앉은 미란, 줄을 쳐가며 집중하듯 읽고 있다.
간간이 다이어리에 메모를 하며 낮게 되뇌이기도 하는데… 잠시후, 비릿하게 웃으며 책을 덮는…
다가가면, <정신분열병> <분석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의 책들이다.
이어, 컴퓨터에서 영화<베티블루 37.2>를 플레이 시키는,
모니터에 정신분열증 환자인 여주인공이, 빨간 루즈를 입술에 뭉개고, 그로테스크하게 웃는 모습이 흐른다.
한편 미란, 그 모습 그대로 따라하듯 빨간 루즈를 입술에 뭉개고, 그로테스크하게 웃는데…
S#44. 정민의 저택 앞
멈춰선 택시… 뒷자리 문이 열리고 손에 선물꾸러미와 꽃다발을 든 지은, 내려선다.
이내 택시는 사라지고…
한편 지은, 발걸음을 옮기려다 정민의 저택을 올려다보는데… 그 분위기가, 왠지 위협적이다.
S#45. 정민의 저택 서재
서문수와 정민, 마주 서 있는…
서문수 : (못마땅하지만, 애써 덤덤히 보는)
정민 : (낮지만, 날카로운) 오늘만큼은 지은씰, 진심으로 맞아 주십쇼! 단 한번이라도 붉어지는 회장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서문수 : (매섭게 쏘아보는)
정민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절박한) 아들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입니다!
서문수 : (시선 피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는)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리는…
S#46. 정민의 저택 부엌
식탁에는, 상이 차려지고 있고… 지은과 계모 마주 서 있다.
계모 : (수저를 놓으며, 은근히 가시 돋힌) 결국 우리집 식구가 되긴 되네!
지은 : (당혹스러운)
계모 : (비릿하게 웃으며, 차가운) 난 돌려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지 마!
지은 : (옅게 웃는데)
계모 : (빤히 보며) 참, 미리 일러두는데, 여기 들어와 살 생각, 마!
정민 : (동시, 매서운 얼굴로 들어서며) 들어와 살라고 무릎 꿇고 빌어두 우린, 여기서 절대로 안 살아요. (차갑게 노려보는데)
지은 : (동시, 난감한 얼굴이고)
계모 : (당혹스러워, 말 돌리는) 그래, 둘이서 편하게 살아야지~ (후다닥 나가며) 우리 회장님은 뭐 하시나?
정민 : (가소롭다는 듯 픽 웃는)
지은 : (나지막히) 왜 그래요…
정민 : (툭 던지듯 짓궂게 말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혹시 못살게 굴면 나한테 바루 일러!
지은 : (어이없어 옅게 웃는데)
시간경과
서문수, 계모, 정민, 지은, 소파에 둘러 앉아있는데… 테이블에는 과일 접시가 놓여 있고…
지은, 작은 접시에 과일 몇 조각, 예쁘게 담아 서문수 앞 테이블에 놓는데…
서문수 : (정민의 눈치를 살피며, 지은을 구슬리는) 그동안 섭섭하게 했던 건, 잊어버려! 마음 속에 담아두지 말구!!
(정민을 힐끗 보더니 어렵게 입을 여는) 심하게 했다면, 사과하마.
지은 : (당혹스러운) 아닙니다. 회장님! 마음속에 담아 둔 적 없습니다.
정민 : (자책의 눈으로 지은을 슬쩍 보는데)
서문수 : (그런 정민을 힐끗 보다가 비위를 맞추려는지, 지은 향해 부드러운) 그리구, 이제 집에선,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지은 : (마음에 울림이 일고, 고마운 눈으로 서문수를 보는데)
정민 : (죄책감에 시선을 돌리는)
계모 : (동시, 심통이 나는) 아무리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지만, 아직 날두 안 잡았는데, 너무 빠르지 않아요?
정민 : (차가운 눈으로 계모를 보는데)
서문수 : (동시, 계모 말 무시하고, 지은 향해) 참, 회사는 당장 그만 둬!
지은 : (난감한데)
서문수 : (보며) 며느리가 회사에 나와 설치는 꼴, 남 보기에두 안 좋아!
정민 : (오버랩, 서문수를 보며) 지금 준비중인 박람회는 지은씨가 진행하던 일이라, 마무리는 해야 합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출근 문제는 저희들이 의논해 보겠습니다.
서문수 : (못마땅한) 이젠 이지은이 아니라, 서린 그룹 며느리로 처신해야 해!
지은 : (난감한데)
서문수 : (지은을 빤히 보며) 여자를 재는 데는 세가지 잣대가 있어. 요리, 복장, 남편!!
이 세가지는 여자,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요리하구 복장이야 된 것 같구, (의미심장한) 남편, 한번 잘 만들어봐!
지은 : (어려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린데) 네…
정민 : (지은 보며, 피식 웃는) 지은씨! 오늘 완전 강매 당하네!… 아직까지 내 프로포즈에 대답, 안 해주더니!
서문수 : (못마땅해서 차갑게 보는) …
지은 : (당혹스러운)
S#47. 국도 (늦은 오후)
달리는 세훈의 자동차. 그 모습 위로…
남자(소리) : 신영섬유 창업 당시 직공으로 시작해, 공장장까지 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창업주인 외조부도 잘 알고, 이상범 사장님하고도 사이가 좋았구요.
CUT - 세훈의 차안
긴장된 얼굴로 운전석에 앉은 세훈, 핸드폰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는.
핸드폰 네비게이션 액정에는 ‘00’ 가는 길 지도가 뜨고…
남자(소리) : 신영섬유가 서린으로 흡수되면서, 계속 일하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합니다.
S#48. 시골 동네
서울 근교의 평화로운 시골 동네 풍경… 세훈의 차, 들어서 멈춰 선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세훈 내려서는데… 손엔 약도가 적힌 메모지가 들려 있다.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하는, 그 모습 위로…
남자(소리) : 일에서 물러난 지도 꽤 오래됐구, 임원진이 아니었는데 도움이 될까요!
시간경과
세훈, 소박한 농가 앞에 발걸음 멈추고,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확인해보는데,
이때 10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누군가 하는 얼굴로 나온다.
세훈 : (아이를 보며 환하게 웃는데)
S#49. 과수원
늦은 오후의 과수원길 풍경… 세훈, 과수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는데, 시선을 쫓아가면, 저 멀리 과일 나무 앞에서 열매를 솎아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온다.
긴장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는데…
시간경과
공장장(※70대 초반, 대쪽같고 강직한 인상) 세훈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열매들을 솎아내고만 있는데…
한편 세훈, 답답한 심경으로 서 있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데…
세훈 : (기다림에 지친 얼굴로 손목 시계를 슬쩍 보는)
공장장 : (속내를 읽은 듯 툭 내뱉는) 시간은 더디게 가는데, 세월은 너무 빠르게 흐르지!
내가 신영섬유를 나온 지, 10년이 흘렀구, 기억두 가물 가물 해! 근데, 자넨 뭐가 알고 싶은 건가?
세훈 : 신영 섬유, 부도 당시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공장장 : (힐끗 보며, 툭 던지듯 내뱉는) 앞을 내다볼 나이지, 뒤를 돌아볼 나인, 아닌 것 같은데…
과거지사, 지난 일은 뭐 할려구, 캐구 다녀?
세훈 : (절박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공장장 : (냉랭한 눈으로) 이봐, 젊은 친구!
세훈 : (긴장하는 얼굴로 보는데)
공장장 : (세훈을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 돌리며, 툭 내뱉는) 세상은 말이야, 죄를 지었는데두 잘 되는 사람도 있구,
덕을 베풀었는데두 망하는 사람이 있지! (보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세훈 : (순간 뭔가를 알고 있는 듯 싶어 긴장된 눈으로 보는)
공장장 : (속내를 읽은 듯 옅게 웃으며) 법구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네.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만나고,
악의 열매가 익은 뒤에는, 악한 사람은 죄를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만나고,
선의 열매가 익은 뒤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만난다!
세훈 : (오버랩, 별 생각 없이 툭 내뱉은) 악두 선두, 열매가 맺힐 때까진, 기다려야 한단 얘기군요!
(순간 무언가 알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긴장된 얼굴로 흥분한) 어르신, 신영섬유 부도 당시에, 서린 섬유가…
공장장 : (오버랩, 날카롭게 버럭) 이 친구, 내 얘길 귓등으로 들었구만!
세훈 : (당혹스러운데)
공장장 : (빤히 보다가, 선문답처럼 툭 던지는) 접붙인 나무는 티가 나는 법이야! (찬바람이 불 정도로 휙~ 걸어가는)
세훈 : (무슨 말인가 싶어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다가, 순간 분명 뭔가 알고 있구나 하는 확신의 표정이 어리는)
S#50. 국도 (늦은 저녁)
세훈의 자동차 달리고 있다.
CUT -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핸들을 잡고 있는 세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인…
공장장(소리) : 접붙인 나무는 티가 나는 법이야!
핸들을 움켜쥐며, 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얼굴인데…
불현듯 생각이 스친는 표정으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갓길에 차를 세우는데…
P CUT - 박전무 방 앞 복도 (14부 41)
코너를 나와 걸어가고 있는 세훈의 시야에, 박전무 방에서 나오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온다.
순간 왜 저 방에서 나오나 하는 눈빛인데…
한편 세훈을 발견한 지은, 멈칫 선다. 잠시 보다 목례하고 걸어가는데…
세훈 : 이지은씨!!
이때 방문이 열리고 박전무, 나오는.
순간 인기척에 세훈, 뒤돌아보는…
답을 얻었다는 얼굴의 세훈,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출발하는데…
S#51. 들판 (늦은 저녁)
파랗게 돋은 잔디 위에, 빨간 체크 무늬 러그, 깔려 있고, 그 위에 캔맥주를 손에 든 지은, 앉아 있다.
저 일각엔 정차한 정민의 자동차도 보이는데…
한편, 뒤춤에 무언가를 감추고 다가온 정민, 지은 앞에 선다.
지은 : (보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빙긋이 웃고는 뒤춤에 감추었던 클라리넷을 꺼내는)
지은 :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 되고)
정민 : (수줍은 듯 웃으며) 들어 볼래요?
지은 : (환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한편, 정민 한 두어 번 톤을 맞춘 뒤, 클라리넷을 불기 시작하는… 결혼행진곡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지은, 감격의 얼굴인데… 어느새, 연주가 끝나고…
정민 : (수줍게 씩~ 웃으며, 나즈막히) 나, 멋있었어?
지은 : (환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정민 : (시선 맞추며,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나랑 살아 줄 거지?
지은 : (울컥하고, 고개 끄덕이며 낮은) 그래요… 우리 같이 살아요!
정민 : (행복에 겨운 얼굴로, 가만히 보다가 지은의 입술을 향해 다가가는)
지은 : (두 눈을 살포시 감는데)
달빛 아래서, 키스를 나누는 정민과 지은의 모습 한 폭의 그림 같다.
S#52. 지은의 집 앞 골목 (밤)
멈춰선, 정민의 자동차… 조수석 문이 열리고, 지은 내려선다.
동시, 운전석 문이 열리고 정민도 내려서는…
지은 : 가요, 정민씨!…
정민 : (행복이 가득한 얼굴인) 그럼 내일 봐요. (운전석에 오르는)
정민의 자동차 출발하는데… 한편, 지은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얼마쯤 걷던 지은, 멈춰 서는… 시선을 따라 다가가면, 저 일각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세훈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다가온 세훈, 지은 앞에 우뚝 서는데…
지은 : (냉랭한 눈으로 보는) !
세훈 : (복잡한 눈으로 보는)
지은 : (이내 차갑게 외면하고, 휙~ 비켜 가는데)
세훈 : (동시, 깊고 낮고 무거운) 이지은, 나한테 등 돌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