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芒種), 오늘이 24절기중 9번째인 망종이란다.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나는 이말을 들으면 배고픔과 입가에 검정 묻히며, 어른들 몰래 숨어 보리 구워먹던 어린 시절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음력 사월이 되면 지난해 남겨두었던 쌀이 점차 떨어져 간다. 배가고픈 아이들은 익어가는 보리를 구워먹고, 어른들은 가족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보리수확을 서둘렀다.
모내기에 앞서 물 가두기(보) 작업이 이루어진다. 지난해 늦여름 이후 허물어진 보를 보강하기 위한 마을공동작업, 그걸 두레라고 하였던가.
모심는 시기엔 서로 물을 먼저 끌어가려고 평소엔 정다운 이웃끼리 싸움이까지 해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물을 더 가두어 나누어 쓰기 위한 작업이다.
망종이 다가오면 보리수확과 모심기의 시기가 겹쳐져 일손이 바빠진다. 이웃들간 품앗이가 형성되고, 부잣집에선 일찌감치 선수들을 예약했다.
보릿단을 집에다 져나르던 시절, 보릿가락이 목에 떨어지면 따가움을 참고 견디며 보리를 져나르고 타작을 해야했다.
모내기 날에는 아이들이 신이났다. 학교가는걸 포기하고, 아침부터 부모님을 따라 논으로 향했다.
어머니들이 쪄낸 모판의 모를 심을 곳으로 이동하고, 잔심부름에 나섰다. 점심때 평소 먹어보지 못한 쌀밥에 반찬, 참께 먹는 즐거움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모를 짐져 나르거나 모를 심기도 한다. 잘심는 남자들의 손은 여자들보다 스피드가 더 빠르다. 나도 총각때 친구와 김해 들녘에 봉사활동 왔더니 잘심는다는 아줌마들의 창찬을 받고 우쭐했었다. 그게 진짜 실력보단 그때의 감각이고 열정일 수도 있다.
어느해 7월말 혼자 무전여행(? 용돈은 찌끔있고)을 나선길에 모내기 모습을 보았다. 이 무더위에 너무 늦지 않나?
그러나 담배나 감자재배 등 논작물 걷이를 끝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꽃길 걷는데 쓸데없는 옛추억? 그러나 '가난은 도둑처럼 소리없이 우리의 담을 넘는다.' 저출산과 고령화...우리를 피해갔으면?
추억을 떠올려 보고, 모두의 건강을 빌며, 망종에 관한 글이 있어 올려보았다.
'망종이란 벼 ·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옛날에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였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듯이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
망종을 넘기면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닐 모판에서 모의 성장기간이 10일 정도 단축되었기 때문에, 한 절기 더 앞선 소만(小滿) 무렵에 모내기가 시작된다.
특히,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의 바쁜 농촌의 상황은 보리농사가 많았던 남쪽일수록 더 심했고, 보리농사가 거의 없던 북쪽은 상황이 또 달랐다. 남쪽에서는 이 때를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만큼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