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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주수양회 후기(2) 26일(수) 바로 어제 저녁 박지영 집사님은 아침 8시에 로비에 내려오면 택시 세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하여, 모든 준비를 하고 시간에 맞춰 로비에 내려가니 이미 한 대는 출발 했고, 두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마지막에 떠나는 택시기사가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 대었다는데 그 이유는... 자기는 8시가 되기 전에 미리 호텔 앞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건만, 사람이 내려오지 않아 밖에서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나 뭐라나. 나는 ‘이왕 콜택시인데 뭐 그렇게 투덜댈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후에 투덜대는 택시 기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탄 두 번째 택시가 호텔을 출발해 교회로 달리는 동안, 택시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에는 끊임없이 콜이 뜨는 거였다. 그건 제법 이른 아침인데도 여기저기서 택시를 부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아마 세 번째 택시 기사는 호텔에 머문 우리 일행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택시 안에서는 "어디에 손님이 있는데 거기로 갈 수 있냐", "저기서 손님이 기다린다"는 등의 콜이 계속해서 뜨니 우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아까웠을 법 하다. 하여간... 약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교회 로비에는 교회 게스트 룸에 머물면서 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진 ‘성도 대장금’들이 모든 식사 준비를 마치고 교회에 들어오는 대원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 수양회의 아침 식사는 예년과 큰 차이점이 있었다. 전에는 아침에 빵을 싫어하는 대원들이 많아 대장금들이 식사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교회 로비가 식사를 준비할만한 환경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장금들은 간편한 식사를 위해 빵, 치즈, 잼, 시리얼, 삶은 달걀 그리고 황명회 집사님이 선물하신 감귤을 준비하였다. 사실 나는 아침부터 밥을 먹는 것에는 쌍수를 들고 극력 반대하는 사람이다. 밥으로 식사를 하려면 식사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손길이 가는가! 하지만, 토스트나 시리얼은 그렇지 않다. 토스트기가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구워 먹으면 되는 거고, 토스트가 싫으면 자기가 먹을 만큼 시리얼을 그릇에 담아 우유를 부어 먹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와 근거로, ‘나는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그 이상한 고집을 부려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야 하는가? 물론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 해 먹으면 OK지만... 혹시 대원들 가운데 “나는 아침부터 밥을 먹어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개할 진저! 나는 아침식사로 시리얼을 먹는 습관이 있어 토스트보다는 시리얼을 선택했다. 그릇에 시리얼을 담고 거기에 신선한 우유를 부어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 퍼지는 우유의 고소함과 아직 우유에 풀어지지 않는 시리얼이 자근자근 씹히는 치감,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운 목넘김과 배에서 느끼는 가볍고 산뜻한 즐거움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 그 자체다. 그러니 오로지 밥심만 주장하는 분들이여! 한 달간 시리얼로 식사를 해 보시라! 그러면 체질이 변하고, 가정경제가 윤택해지고, 가족 사랑도 배가 될 것인즉... 시리얼과 삶은 달걀, 그리고 상큼한 귤 세 개와 아내가 더 이상 못 먹겠다고 내숭 아닌 내숭을 떨며 남긴 토스트까지 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세상 부러운 게 없었다. 이번 제주 수양회의 간편한 아침 식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주 탁월한 선택과 결정임에 틀림없다. 나는 다음의 수양회에도 아침에는 반드시 이런 간편한 식사를 하기로 강력히 추천한다. 수양회 둘째 날 오전은 다소 ‘생경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었다. 그건 Master class다. 매스터 클래스의 첫 타자는 윤태홍 집사님. 우리가 다 잘 알다시피, 우리 가운데 윤 집사님만큼 고전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많지 않으며, 게다가 아마추어로서 전문 성악가 못지않게 아니, 전문 성악가보다도 훨씬 더 쉽게 소리를 내는 재능까지 겸한 대원은 찾기 힘들다. 이러구러 들은 이야기로는 윤 집사님이 그동안 이태리에서 공부한 테너 성악가에게서 레슨을 받고 있다는데 이번 매스터 클래스를 통해 그 음악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좋은 기회를 가졌다. 아침 식사 후 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제법 무겁고 선이 굵은 노래를 부른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사명감(!)을 갖고 ‘사명’이란 곡을 부른 후, 그 곡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발성은 어떻게 해야 하며, 호흡에 맞춰 곡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염 집사님의 시범과 섬세한 가르침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매스터 클래스는 이제까지 예루살렘 수양회에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고, 또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레슨을 받는다는 것 역시 부르는 자나 코치하는 자 모두에게 마음의 큰 부담을 갖는 일이었다. 그러나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도 레슨을 구경하면서 어떻게 곡을 만들고 노래해야 하는지를 습득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된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 타자로는 박추자 집사님이 지명되었으나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대원들을 위해서(?) 굳이 사양하는 관계로 매스터 클래스는 저녁에 법환교회에서 있을 연주회 연습으로 전환하였다. 연습 시간에는 각 파트마다 그리고 잘 안 되는 부분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다듬는 시간이었다. 연습을 마친 우리는 다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첫째 날에도 그러했듯이, 둘째날 관광 역시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짬뽕에 큼지막한 게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해물짬뽕, 그리고 잘게 썬 양파와 달짝지근한 소스, 하얀 찹쌀가루 옷을 입은 탕수육으로 알려진 <홍성방>이란 중식당이었다. 사실 이곳은 워낙 손님들이 많아 예약을 받지 않는 곳으로 유명한데 남명관 집사님의 특별 부탁으로 예약을 받았단다. 전세버스 기사는 우리가 그곳을 예약을 했다니까 화들짝 놀라, 거기는 예약 안 받기로 유명한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예약을 했느냐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다. 하여간 예약 없이 가면 최소한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식당을 우리는 큰 시간의 낭비 없이 아주 맛있고 푸짐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국수를 좋아하는 나도 주어진 할당량(튀김만두 2개, 해물짬뽕, 탕수육)을 소화하기도 벅찰 만큼 그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한창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은 여대원들에게는 그 양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해물짬뽕을 깨끗하게 해치운 여대원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내 아내 역시 짬뽕과 탕수육을 좋아하나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짬뽕에 그만 기가 죽어 내게 자기 대신 짬뽕 좀 해치우라는 말 한 마디를 툭 던져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중식을 좋아한다 해도 세숫대야 같은 그릇에 담긴 짬뽕 두 그릇을 한 자리에서 어떻게 해 치우냐고... 배 터지게 식사한 우리는 해변으로 가려고 했지만, 마침 바람이 많이 불어 해변 통제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카멜리아 힐(Camellia Hill, 동백꽃 정원)로 방향을 틀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상당히 습하고 무더운 날이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또 언제 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정원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꽃구경도 하고, 포토존에서 그럴듯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정원의 한 쪽에 마련된 정자에 도착할 무렵, 이미 빠른 걸음으로 정자에 도착한 일행 가운데 늦깎이 아마추어 성악가인 김창선 장로님의 노래가 들렸다. 슈베르트의 ‘보리수’였다. 그것도 원어인 독일어로 말이다. 물론 거기에는 우리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들이 듣던 말던 전혀 개의치 않고 용감하게 부르는 그 기개(?)가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연세에 독일어 가사를 완벽하게 다 외우셨다는 점. 귀로는 보리수를 듣고, 눈으로는 꽃을 보며 거닐던 우리는 집합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주차장에 모였다. 작렬하는 태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 여름인데도 에어컨이 장착된 버스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무리 더워도 버스를 타기만 하면 만사 OK였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방주교회로 향했다. 방주교회는 독립교단에 속한 교회다. 독립교단이란, 할렐루야 교회의 김상복 목사님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기존의 교단과 차별성을 둔 교단이다. 독립교단 이야기를 하려면 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더이상의 언급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방주교회는 성경에 나온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물 위의 교회로 알려져 있다. 교회를 설계한 사람은 재일 한국인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 1937~2011)으로 2010년에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사람이다. 이 교회는 멀리서부터 천천히 교회의 한 바퀴를 둘러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흰색, 회색, 검정색의 삼각형 철제로 덮여있는 지붕은 햇빛에 반사되어 파도가 물결치는 것처럼 보였다.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교회에는 지붕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지만, 이 교회에는 건물 위로 솟아있는 십자가가 없다는 점이다. 그 대신 교회의 양 옆과 안쪽에 자연스럽게 십자가가 품어져 있다. 그리고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 교회의 백미는 교회를 둘러싼 물이다. 물은 방주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기에 이타미준은 교회 전체를 물로 감쌌다. 바닥의 잔잔한 수면에 비친 교회는 마치 방주가 실제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주교회의 창문은 비교적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어 창문을 열면 노처럼 보이고... (물론 성경에 보면, 노아의 방주에는 노가 없다.) 기존의 건물은 창문이 위에 있지만, 방주교회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아래에 설치한 것이 또한 독특했다. 여기서 잠시 사족을 달자면... 방주교회를 보고 그 교회의 전도사님을 통해 건축설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이타미준이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로 교회를 지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백꽃 정원과 방주교회 관광을 마친 우리는 이번 제주 수양회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법환교회 연주 준비를 위해 교회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 연주 복장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따로 호텔에 돌아갈 필요가 없어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이 되어 도착한 대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고등어구이와 보말 미역국으로 유명한 <용왕 난드르>라는 식당으로 갔다. 제주도 방언이 좀 독특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용왕 난드르>의 ‘난드르’라는 말도 예외가 아니다. ‘난드르’란 ‘바다로 뻗어 나간 들’, 혹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들’이란 뜻인데, <용왕 난드르>란 마치 용왕이 나온 들 같다 하여 <용왕 난드르>라고 한단다. ‘난드르’는 서귀포시 예레동과 안덕면에 소재하는 바닷가에 인접한 지명이며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렇게 많이 돌아다녀도 산방산만 보았을 뿐, 한라산은 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