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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내들체험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사륜바이크.(왼쪽) 반딧불마을에서 옥수수 따기, 인절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더위가 물러간다는 가을 절기 ‘처서’가 지났음에도 한낮 무더위는 여전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요즘. 변덕스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계곡’으로 유명한 가평이 바로 그곳. 흔히들 가평하면 계곡만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가평은 계곡 이외에도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한 체험도시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가까운 가평으로 떠나 특별한 추억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가평에는 산, 강, 계곡을 품은 아름다운 자연과 넉넉한 인심, 그리고 신나는 체험거리로 가득한 산내들체험마을, 초롱이둥지마을, 반딧불마을 등이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 산내들체험마을
무언가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대한다면 산내들체험마을을 눈여겨보자. 이곳은 북면의 폐교된 목동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청소년 수련원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짚라인과 승마, 사륜 오토바이, 물놀이 등 레저 체험으로 꾸며져 보다 짜릿한 여가를 보낼 수 있다.
승마 체험은 낯설지만, 가슴 설레는 시간이다. 말을 타는 경험을 하기 쉽지 않은데, 조랑말처럼 작은 말이 아닌 경주마라면 더욱 그렇다. 산내들체험마을에는 말이 여섯 필 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경주마인데, 초보자들이 탈 수 있도록 훈련을 거쳤다.
승마는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숙련된 교관의 도움을 받아 별도로 마련된 체험장에서 진행한다. 체험객이 대부분 말을 처음 접하고, 야외에서 탈 경우 질주 본능이 있는 말이 속도를 내기라도 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교관이 고삐를 잡고 천천히 걷도록 속도를 조절한다. 그러다 체험장을 두세 바퀴 돌면 혼자서도 거뜬히 탈 정도가 된다.
짚라인은 학교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설치했다. 번지점프가 수직 하강한다면, 짚라인은 수평 하강하는 공중 레포츠다.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건물 3층 높이에서 건너편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점프하는 순간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강하는 쾌감이 크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정오 시간대에는 학교 앞 화악천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겠다. 카약과 뗏목, 보트를 타며 물장구치다가 반두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운동장에서 흙먼지 날리며 신나게 달리는 사륜 오토바이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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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계곡에서 내려온 화악천 |
■ 초롱이둥지마을
초롱이둥지마을은 가평군 최남단에 위치한 농촌 체험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삼림욕을 즐기며 나무의 기운을 받고 숲을 배운다. 마을 뒷산에 우거진 잣나무와 편백 숲이 체험 장소다.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숲에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아 시원하고 상쾌하다. 숲해설가가 동행해 편백 숲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의 종류부터 숲에 사는 생명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숲에 대한 공부가 지루할 즈음이면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아 대화하기, 맨발 걷기, 누워서 스트레칭 하기 등으로 숲의 기운을 받는다. 체험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되며, 오후보다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오전이 좋다.
편백 숲 테라피와 함께 숲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 숲 주머니 만들기다. 은은한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하는 편백과 잣나무 칩을 망사 주머니에 담고 예쁘게 포장하면 된다. 숲 주머니 만들기 체험 시간은 짧지만, 주머니에서 풍기는 나무 향은 오래 남는다.
■ 반딧불마을
반딧불마을은 초롱이둥지마을과 가까이 있다. 대다수 주민이 농사일하며 산촌의 훈훈한 인심을 지켜가는 마을이다. 도시 여행객은 이곳에서 다양한 농촌 체험이 가능하다.
농촌 체험의 대표 선수는 수확 체험이다. 농산물이 상하지 않게 옥수수 따는 법을 배우고, 농부가 수고하고 자연이 키운 농산물을 수확한다.
인절미 만들기는 도시 아이들에게 신기한 체험이다. 찹쌀로 밥을 지어 떡메를 치는 일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 저마다 해보겠다고 나선다. 마을 어른이 일러주는 대로 떡메를 치다 보면 어느새 쫀득한 떡이 만들어진다. 잘 쳐진 떡은 콩가루를 묻혀 먹기 좋은 크기로 썰면 끝. 떡메를 치고, 콩가루를 묻히고, 인절미를 써는 모든 과정이 어른들에게는 추억이고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놀이다.
쇠여물 주기는 단순하면서도 이색적인 체험이다. 여물을 쑤는 것은 아니고, 사료나 풀을 소가 먹을 수 있도록 주는 일이다. 아이들은 먹이를 줄 때마다 고개를 내밀어 입을 벌리는 소를 눈앞에서 보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각각의 체험 마을에는 여름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10가지 이상이다. 산과 강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자연에서 놀며 배우니 지루하고 따분할 여유가 없다. 살아 있는 자연을 만나는 일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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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천지를 닮은 호명호수 |
■ 주변 관광지
체험 마을에서 지낸 시간으로 부족하다면 인근 여행지를 둘러봐도 좋다. 가평에서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명지계곡이 있다. 명지계곡은 명지산 입구에서 정상에 이르는 물줄기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 본격적으로 명지계곡이 펼쳐진다.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탁족하기 좋고, 우거진 숲 아래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막바지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속으로 더 들어가면 ‘승천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자체보다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멋스러워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이곳부터는 꽤 널찍한 길이 펼쳐진다. 시원하게 열린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과 머리를 내민 바위,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명지계곡 최고의 피서지로 꼽히는 명지폭포가 기다린다.
높이 7~8m에 달하는 폭포는 군데군데 소가 있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쉬기에 좋다. 명지계곡을 중심으로 북면에서 적목리로 이어지는 길가에 화악천과 조무락골, 유원지, 오토캠핑장이 있어 수도권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힌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청평면 고성리에는 프랑스의 평화로운 전원 마을이 조성돼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배경으로 등장한 쁘띠프랑스다. ‘작은 프랑스’라는 의미에 걸맞게 파란색과 하얀색 뾰족 지붕을 인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마치 프랑스의 한 마을이 뚝 떨어진 듯한 풍경이다. 외관만 프랑스를 닮은 게 아니다.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옮겨온 전통주택전시관에는 200여 년 전 프랑스 사람들이 사용하던 철제 욕조, 자명종, 식탁 등 이국적인 풍물이 가득하다. 생텍쥐페리 기념관에 가면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어린 왕자 조형물과 ‘어린 왕자’ 습작 과정이 담긴 친필 원고, 작가에 대한 설명 등이 전시되었다.
유럽풍 건물과 아름다운 전시물 외에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쁘띠프랑스에서 남이섬 방면으로 가다가 복장리에서 구절양장처럼 이어진 고개를 따라 호명산에 올랐다 내려가면 호명호수 입구가 나온다.
호명호수는 산 정상부에 조성된 아름다운 호수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만들었는데, 백두산 천지를 축소한 듯한 절경이다.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로, 심야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해 북한강 물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린 다음 전기 수요가 많을 때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다.
팔각정에 올라서면 청평호까지 한눈에 보인다. 산 아래 길게 펼쳐진 계곡은 훌륭한 휴식처로, 등산과 함께 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호수까지는 차를 가져갈 수 없다. 입구 주차장에서 정기적으로 다니는 버스를 이용한다. 걸어서 올라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