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1월 16-17일) 강화 홍의교회 부흥회를 인도하고 왔습니다.
바로 예수 믿고 '一자 돌림'으로 개명하여 그 독창적이고 '토착적인' 신앙을 표현한
박능일, 권신일, 종순일, 김경일, 권은일, 권혜일, 권충일 등이 1896년 설립한 교회이지요.
전에 홍의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교회 바로 옆에 있는 김경일 전도사의 무덤은 늘 보았더랬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권신일(權信一) 목사님 무덤을 보고 왔습니다.
권신일 목사님 무덤은 홍의교회 북편 마을 뒷 동산 '권씨 종중 무덤' 가운데 부분에 있었고
그 아래로 같은 날 '일자 돌림'으로 개명한 권신일의 조카 권혜일(權慧一) 무덤이 있었습니다.
권혜일 무덤 왼 편으로 그 아들인 권세창(權世昌) 목사님 무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권혜일 묘비 뒷면을 보니 맏아들 이름도 '재일'(載一)로 되어 있더군요.
그렇다면 할아버지대 권신일, 아들대 권혜일, 손자대 권재일, 3대가 같은 돌림자를 쓴 셈입니다.
엄청난 파격인 셈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을 받은 것은 권신일 목사님 묘비였습니다.
1929년 12월 10일 건립한 화강암 비석인데 묘비 모양이 특이했습니다.
양화진 선교사 묘비에서 흔히 보던 십자가 형태로 돌을 깍아 만든 것으로
일제시대 한국인 묘비 중에는 찾아볼 수없는 형태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묘비 앞 면에는 '美監理敎會牧師權公信一 配黃夫理實牙之墓'로 새겨져 있어
예수 믿고 전도자가 되어 교동 땅에 가서 복음을 전한 권신일 황브리스길라 부부의 애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면에는 '布敎遺訓 요한복음 三 十六 갈라듸아 六 十四"라 새겨져 있어
권 목사님이 평생 붙들고 전한 말씀, 목회하는 후배들에게 주는 유언과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를 믿음으로 얻는 '영생의 복음'과
전도자로서 잊어서는 안될 자존심이자 유일한 자랑거리인 '그리스도의 십자가'였습니다.
그래서 묘비를 십자가 모양으로 새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권신일 비석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설교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리도 바쁘게 지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내 삶의 보람으로 여기고 있는가?"
목회자로서, 전도자로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무덤으로 인도했던 홍의교회 한성수 목사님과 장로님, 권사님들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이번 교회 창립 115주년 기념 사업으로 권신일 목사님 가족 묘역에 안내판을 만들어 세우겠다." 하셨습니다.
역사 깊은 교회에서 받은 은총은 역시 남달랐습니다.

첫댓글 예전 이덕주 교수님의 안내를 받으며 답답회 회원들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를 밟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그래서 그 이후로 제가 <한걸음 한걸음.. > 이라는 찬송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