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초청받은 연극 '처음처럼' 연출가 박근형
평소 연습 4시간하면 3시간은 술집에서 이뤄져…
"웃는 연기가 가장 어려운데 남까지 웃긴다면 위대하죠"
'처음처럼'은 오는 10일 개막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이사장 최치림) 주최 제1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에 창작 초연작으로 유일하게 초청됐다. 그러고 보면 박근형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연극은 늘 희극에 가까웠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너그러운 사람이 그립지만 무대 위에서는 아닙니다. 좀 일그러지고 못된 인물들이 연극적이고 재미있지요."
새해 1월 27일부터 서울 대학로예술극장3관에서 연극 '처음처럼'을 올리는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47)은 "영원히 반성하지 않고 아주 막가는 인물을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연극의 원래 제목은 '처음처럼 못되게 아주 못되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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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은“저는 잘 못 웃어요”라고 했다. 그의 연극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웃기는 작품들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저희 연극은 흔히 말하는 코미디와는 좀 다릅니다. 블랙 코미디이거나 비틀어진 웃음이지요. 상황 자체가 희극인 겁니다. 울지 못해 웃는 코미디를 추구합니다."
극단 골목길은 최근 신작 '아침 드라마'를 마쳤고 지금은 서울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공연 중이다. 박근형은 "배우가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웃는 연기"라면서 "스스로 웃고 남도 웃긴다는 건 위대한 경지"라고 했다. 왜 당신의 연극에서는 웃음과 눈물이 겹치느냐고 묻자 "기쁨과 슬픔은 포개져 있는 감정이다. '너무 놀라지 마라'에서 아버지가 자살한 장면에서도 관객은 웃더라"고 답했다.
'처음처럼'은 아직 대본이 미완성이다. '너무 놀라지 마라'와는 색깔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박근형은 "못되게 산 아들이 반성하는데 어머니의 유서에 '니 걱정 안 하게 아예 맘대로 남 괴롭히면서 살거라'라고 적혀 있다"면서 "못된 것 같은 놈들이 더 잘 사는 현실을 빗대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절망에 매몰되지 않고 무심히 견디는 사람들을 그린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교회 갈 때 성경책을 아궁이로 던졌다고 한다. 박근형은 "배우들에게 '해낼 수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라'고 격려하는 게 내 연극"이라면서 "자신이 보잘것없고 한심하다는 것을 알아야 더 채워넣고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연습을 네 시간 하면 세 시간은 술집에서 진도를 뽑는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축구의 박지성을 닮았다. 박근형은 "그런 자세로 뛴다면 공을 뺏기거나 헛발질을 해도 관객이 존중한다"면서 "내 연극도 배우로 인해 극장 공기가 달라져야 산다"고 했다. 고수희·주인영·김영필에 이어 요즘 지켜보는 배우는 박완규라고 했다.
제1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은 "개그 공연들에 자리를 내준 희극적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태어났다. 서인석·이지하·이항나가 출연하는 실험극장의 50주년 연극 '휘가로의 결혼'(연출 구태환)으로 열려 수레무대의 '스카펭의 간계'(연출 김태용), 한국연출가협회의 '사랑의 헛수고'(연출 김성노), 민중극단의 '국물 있사옵니다'(이근삼 작·정진수 연출), 연희단거리패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오영진 작·이윤택 연출), 공연제작센터의 '유쾌한 유령'(연출 윤광진), '처음처럼'이 릴레이 공연된다. (02)3668-0051